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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저항보고서
[멸종저항보고서⑲] 커피, 지구에서 ‘품절’ 위기를 맞다
2022. 03. 08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커피는 현대 인류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음료다. 하지만 수천년간 이어온 커피는 이제 심각한 멸종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ße,
Lieblicher als tausend Küsse,
Milder als Muskatenwein.
Coffee, Coffee muss ich haben,

아! 커피는 얼마나 달콤한가
천 번의 키스보다 사랑스럽고
머스캣 와인보다 부드럽구나
커피, 커피, 나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앞서 소개한 문구는 ‘음악의 아버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일의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1735년 작곡한 성악곡 ‘커피 칸타타(Kaffeekantate)’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커피 칸타타는 당시 누구보다 커피를 사랑했던 바흐의 심정이 가득 담겨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노래다.

바흐 뿐만 아니라 커피 열매의 씨앗인 ‘커피 콩’을 볶은 뒤 갈아서 끓는 물에 우려내는 음료인 커피는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음료 중 하나다. 서기 500년경 에티오피아의 목동들이 마시기 시작했던 커피는 이제 전 세계 현대인의 아침과 휴식시간을 책임지는 활력소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커피가 완전히 ‘품절’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커피의 주 재료인 커피열매가 얼마 안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의 아버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일의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커피를 예찬한 노래로 작곡할만큼 커피를 사랑했다. 사실 바흐 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를 사랑한다./ Pixabay

◇ 60%의 커피열매종이 ‘멸종위기’… 커피, ‘해달’만큼 위험하다

우리가 매일 너무나 가볍게, 또 당연하게 마시고 있는 커피가 멸종위기라니 별로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 뿐’ 엄연한 사실이다.

영국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 연구원들은 2019년 발표한 ‘야생 커피 종의 높은 멸종 위험과 커피 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영향(2019)’ 논문을 통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멸종위기종 목록)을 분석한 결과, 현재 야생에 존재하는 커피열매 중 최소 60%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KEW 연구원들이 분석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총 75개의 커피열매종 중 13종에 ‘CR(절멸위급)등급’을, 40종에는 ‘EN(절멸위기)등급’을, 22종에는 ‘VR(취약)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서 CR등급은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음’을 의미해 사실상 멸종 직전에 처한 종들을 의미한다. 또한 EN등급과 VR등급은 각각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높음’과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음’을 뜻하는데 해달, 백상아리 등 아주 심각한 멸종위기종들에 부여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커피의 멸종위기는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영국왕립실물원 KEW의 식물 평가부서 수석연구원 에이메르 닉 루가다 박사는 “세계 커피의 멸종 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IUCN 레드리스트를 분석한 결과가 우려스럽다”며 “멸종 위기에 처한 모든 커피 종의 60%라는 수치는 특히 식물의 전 세계 추정치인 22%와 비교할 때 매우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평가된 커피 종 중 일부는 100년 이상 동안 야생에서 볼 수 없었으며 일부는 이미 멸종되었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이 새로운 데이터가 커피 생산 부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우선 순위를 매길 종을 강조해 그들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인 커피는 현재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총 75개의 커피열매종 중 13종에 ‘CR(절멸위급)등급’을, 40종에는 ‘EN(절멸위기)등급’을, 22종에는 ‘VR(취약)’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Pixabay

◇ 기후변화가 불러온 커피의 멸종… 마시면 마실수록 ‘가속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커피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식물 분야 및 환경·삼림 분야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커피의 멸종을 가속화하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온도에 극도로 민감한 작물인 커피가 현재 지구온난화 등의 요인으로 급변하고 있는 지구 온도에 적응하지 못해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 분야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커피나무의 경우 재배가 가능한 최적 온도는 18~24℃ 정도이며, 이보다 높을 경우엔 커피잎녹병 및 열매 백화 등의 질병이 발병하고, 온도가 낮을 시에는 잎이 괴사하고 나무가 말라 생육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한다.

호주 기후학회(The Climate Institute, TCI) 역시 지난 2016년 발표한 기후학회보고서를 통해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2050년까지 커피 재배에 적합한 토지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2080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야생 커피 품종의 거의 대부분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세계 커피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브라질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00여년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커피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바 있다. 브라질농업공사(CONAB)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커피 수확량은 약 4,880만7,000포대(1포대당 60kg)로 전년 대비 22.6%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ONAB측은 “작물의 개발 기간 내내 브라질의 평년보다 건조한 날씨와 아라비카의 2년 생산 주기의 비수기가 올해 생산량이 적은 이유”라며 커피 생산량 감소의 주요 원인이 기후 변화에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커피를 한 잔, 한 잔 더 많이 마실수록 커피의 멸종위기는 한 발짝씩 가까워진다는 것도 큰 문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제조할 때마다 적잖은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하게 되고,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에서 2월 발표한 ‘기후위기 식량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커피 재배법에 따라 에스프레소를 제조하면 한 잔당 28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승용차 1대가 1km를 달릴 때 14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2km에 가까운 거리를 자동차로 달린 것과 맞먹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더해 라테, 카푸치노, 플랫화이트를 만들면 한 잔당 탄소 발자국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하게 된다고 하니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커피를 한 잔 한 잔 더 많이 마실수록 커피의 멸종위기는 한발짝씩 가까워진다는 것도 큰 문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제조할 때마다 적잖은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하게 되고,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도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Pixabay

◇ 멸종위기에 놓인 커피, “종의 보호와 경작지 확보가 가장 시급”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도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먼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맞춰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경작지의 확충이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라고 꼽는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경작지를 빠르게 감소시키는 추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1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3°C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경에는 대표적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 품종과 로부스타 품종의 경작 가증지의 가각 75%와 63%가 커피를 재배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커피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기에 지금처럼 지구의 기후 변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작지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일수밖에 없다. 해당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절한 온도를 항시 유지할 수 있는 ‘실내 농장’이 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를 대비해 온실에서의 커피 재배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두베이커피’ 농장은 실내 온실에서 약 1만8,000m²의 큰 규모로 커피열매를 재배하고 있다./ 두베이커피 플랫폼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에 위치한 커피 농장 중 한 곳에서 실제로 커피를 실내 농장에서 대규모로 경작 중이라는 점이다. 바로 전남 화순군에서 약 1만8,000m²의 큰 규모로 커피열매를 재배하고 있는 ‘두베이커피’ 농장이다. 현재 두베이커피 농장에서는 유리온실 안에 에티오피아 고산지대가 원산지인 아라비카 품종을 약 2만2,000그루를 재배하고 있으며, 연간 10톤의 커피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두베이커피 플랫폼 측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온에서 커피 재배에 적합한 온실 내부 환경을 고산지대 기후를 모사(흉내)하기 위해 현지 기상청과의 소통하는 온도조절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또한 무더운 여름철 온도 조절을 위해서는 미세한 물 입자를 분사하고 팬을 통해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뽑아내는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다만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이 역시 임시방편 일뿐 결국 근본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뿌리뽑지 못한다면 커피의 멸종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피스도 2월 발간한 ‘기후위기 식량 보고서’를 통해 “두베이커피 플랫폼과 같은 이런 시설 재배의 확대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지금과 같은 생산량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처럼 커피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는 자연적 환경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커피의 공급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 개발과 현재 품종의 보존 역시 중요한 과제다. 

영국왕립식물원 KEW 커피 연구 책임자 아론.P.데이비스 박사도 “멸종 위기에 처한 커피 종  중에는 질병에 강하고 악화되는 기후 조건을 견딜 수 있는 종을 포함해 미래의 커피를 번식하고 개발하는 데 사용될 잠재력이 있는 종”이라며 “야생 커피 자원의 사용과 개발은 커피 부문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핵심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특정 열대 국가,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커피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표적 행동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매일 아침 혹은 휴식 시간마다 우리가 한 잔씩 마시곤 하는 커피. 하지만 익숙함에 취한 우리들은 그 소중함을 잊은 채 커피가 매 순간 멸종의 길로 한발짝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잊고 있다. 그리고 그 커피의 소중함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기후변화의 위기에 제대로 맞서지 않는다면 다시는 아침 햇살 속에 찻 잔에서 흘러나오는 커피의 향기를 맡지 못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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