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 리차드’(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가 극장가에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안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킹 리차드’(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가 극장가에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안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흰 달라. 존중받게 될 거다.”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과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 면밀한 통찰력 아래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나간다.  

영화 ‘킹 리차드’(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는 무려 20여 년간 세계 최강의 테니스 제왕으로 군림한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와 딸들을 키워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 그리고 기꺼이 한 팀이 돼준 가족들의 감동적인 여정을 그린 실화 가족 드라마다. 

비너스, 셀레나 윌리엄스 자매는 30차례의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 6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며 테니스를 떠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힌다. 특히 두 선수는 미국에서도 가장 빈곤하고 위험한 동네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주 컴튼 출신으로 오로지 스스로의 집념과 실력, 그리고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세계를 휩쓴 테니스 선수 비너스, 셀레나 윌리엄스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킹 리차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세계를 휩쓴 테니스 선수 비너스, 셀레나 윌리엄스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킹 리차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킹 리차드’는 실화의 힘을 근간으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가 탄생하기까지 한 가족의 신념과 사랑, 성장, 그리고 승리의 역사를 멋 부리지 않고 탄탄하게 그려낸다. 가족 드라마로서의 따뜻한 웃음과 감동, 스포츠영화로서의 박진감과 긴장감, 차별과 편견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모두 담았다.  

특히 개인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의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좋다. 비너스, 셀레나는 빈민가의 위험과 수많은 편견 속에서도 꿈을 키우고 지켜왔는데, 그 과정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은 한 팀이 된 가족의 사랑이었다. 모든 것을 계획한 아빠 리차드, 이를 함께 설계하고 균형을 잡아준 엄마 오라신, 항상 최고라고 응원해 주는 형제들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 한 ‘팀 리차드’의 팀워크가 극을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재미와 감동, 메시지까지 모두 잡은 ‘킹 리차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재미와 감동, 메시지까지 모두 잡은 ‘킹 리차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리고 이는 한 가족의 성공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귀족의 스포츠, 백인의 스포츠로 여겨졌던 테니스계, “농구나 시켜라”라는 편견 어린 시선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 이들의 발걸음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모든 흑인, 여성들의 새로운 꿈과 희망이 된다. 비너스의 첫 패배가 승리보다 더 값지고, 빛나는 이유다. 

스포츠 영화로서도 흠잡을 데 없다. 컴튼의 작은 테니스장에서 시작해 프로 투어 무대에 오르기까지, 비너스가 펼치는 경기들이 꽤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담겼다. 생동감 넘치는 경기 장면 덕에 14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특히 테니스가 주된 소재이긴 하지만, 스포츠 자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규칙이나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아빠 리차드를 연기한 윌 스미스부터, 엄마 오라신 역의 언자누 엘리스, 비너스 윌리엄스로 분한 사니야 시드니, 셀레나 윌리엄스 역을 맡은 데미 싱글턴, 릭 메이시 코치를 연기한 존 번탈 등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실존 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더해 더욱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특히 윌 스미스는 특유의 유머러스한 면모부터 뭉클한 부성애까지 완벽 소화하며 이름값을 증명한다.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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