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은 의료기기로 허가 받은 피임도구이지만, 여성가족부에서는 특정 제품에 대해서만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해 청소년의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콘돔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체로 ‘성인용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콘돔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편의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일부 콘돔 제품에 대해 성인인증을 거쳐야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여러 종류의 콘돔 제품 바코드를 인식하면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2003년생 미만(2022년 기준) 청소년은 구매할 수 없는 상품입니다. 신분증을 확인해 주세요”라는 음성 안내가 흘러나온다.

이러한 안내가 청소년을 비롯해 다수의 소비자에게 ‘콘돔=성인용품’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는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콘돔은 ‘의료기기’로 국가기관의 제품허가를 받은 피임도구다. 그럼에도 국가에서는 콘돔의 종류를 구분해 특정 제품에 대해서는 주류나 담배처럼 만19세 이상만 구매할 수 있는 성인용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 여가부 “기능성 콘돔은 청소년유해물건”

콘돔은 종류에 따라 일반제품과 기능성제품으로 나뉜다. 일반제품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콘돔으로, 제품 두께에 따라 일반형과 슬림형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기능성 콘돔은 콘돔 바깥쪽에 작은 돌기가 디자인된 ‘돌기형 콘돔’과 콘돔 내부에 벤조카인이라는 국소마취제 성분의 크림이 소량 도포돼 있는 ‘사정 지연 콘돔’ 등이 있다.

두께 차이만 있는 일반형 콘돔은 청소년의 구매가 가능하다. 누구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는 콘돔을 판매하는 콘돔 자판기도 설치해 편의점이나 약국 등에서 콘돔 구매를 꺼려하는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문제는 기능성 콘돔이다. 기능성 콘돔은 자판기를 통한 판매가 금지되고 있으며, 편의점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성인인증을 거쳐야만 구매가 가능하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2011년 4월,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제2013-51호)를 마련했다.

여가부의 고시 내용에는 청소년 유해물건(성기구) 목록이 나열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남성용 성기확대 기구류 △남성용 성기단련 기구류 △남성용 여성 성기자극 기구류 △남성용 및 여성용 자위행위 기구류 등이 있다.

콘돔의 종류는 일반적인 플레인 타입과 두께를 얇게 제작한 초박형, 그리고 콘돔 외부에 작은 돌기를 새겨 넣은 돌기형과 나선형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 게티이미지뱅크

기능성 콘돔인 돌기형 또는 사정지연 콘돔 등은 ‘남성용 여성 성기자극 기구류’에 포함돼 있다. 돌기형 콘돔 제품을 ‘요철식 특수콘돔’으로, 사정지연 콘돔은 ‘약물주입 콘돔’으로 명시했다. 여가부가 명명한 콘돔 제품을 분류한 명칭만 듣는다면 이상한 제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모양과 형태는 일반적인 콘돔과 다르지 않다. 그나마 돌기형 콘돔 제품의 경우에 일반 콘돔과 차이점으로는 콘돔 외부에 아주 작은 형태로 볼록한 돌기를 새겨 넣은 것이 고작이다.

특히나 이러한 기능성 콘돔 제품도 일반 콘돔 제품과 동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안전성 등을 허가받은 의료기기 3등급 제품이라는 점에서 업계와 청소년들은 의아하다는 입장이 팽배하다. 일반제품과 기능성제품 콘돔 모두 피임도구인 의료기기로 국가의 허가를 받아 시중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여가부에서는 특정 제품에 대해서만 자위기구와 동일한 ‘성인용품’으로 지정한 것이다.

여가부가 말하는 요철식 콘돔과 약물주입형 콘돔은 2011년 고시가 발표되기 훨씬 이전인 1997년부터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돼 25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여가부에서는 이러한 기능성 콘돔에 대한 청소년 유해물건 지정의 근거로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4호 나목 1.청소년유해물건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제4조 청소년유해물건의 결정기준 두 가지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청소년유해물건의 정의는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유해물건 결정기준은 ‘청소년이 사용할 경우 성 관련 신체부위의 훼손 등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물건일 것’, ‘청소년에게 음란성이나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거나 지나치게 성적 자극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는 물건일 것’이다.

여가부에서 콘돔을 이렇게 둘로 나눠 기능성 제품에 대해서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정하자 네이버와 다음, 구글 등 국내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콘돔’이라는 검색어에 대해 일률적으로 성인인증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 별도의 로그인을 하지 않고 ‘콘돔’을 검색하면 제한된 정보만 제공되며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결과를 제외하였습니다. 연령 확인 후 전체결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최상단에 노출된다. 이는 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포털사들의 입장이다.

결국 콘돔은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피임도구임에도 여가부의 한 마디로 인해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콘돔을 제조·유통하는 기업에서는 여가부의 규제가 불편한 상황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 업계 “불편하지만 어쩌겠나”… 일각에선 헌법 소원 심판 청구까지 불사

콘돔을 제조·유통하는 기업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기조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주를 이룬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기업의 관계자는 “형태가 들어간 제품(돌기형)이나 국소마취제가 들어간 기능성 제품의 경우에는 여가부에서 이러한 제품에 대해 ‘단순히 피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성감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판매하면 안 된다’고 해서 현재는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청소년 구매가 제한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의료기기 3등급 제품으로 허가 받은 콘돔임에도 일부 기능성 제품은 성인인증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규제가 제조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편하다”며 “우리가 직접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통사들이 불편을 겪고 있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렇게 콘돔 제품을 나누지 않았으면 하지만 여가부에서 시행령을 바꾼 것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사회적인 제약에 인스팅터스(이브콘돔)에서 의료기기법에 의한 허가를 받은 피임도구까지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 심판 청구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브콘돔은 지난 2017년, 여가부의 기능성 콘돔 관련 고시가 ‘청소년 보호’라는 긍정적 측면보다는 “청소년은 콘돔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부추기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헌법 소원 심판 청구서(2017헌마408)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24일 헌재 전원재판부는 이브콘돔 측이 제기한 헌법 소원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과 의료기기로서의 ‘안전성’은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점과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달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게 헌재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육체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한 10대 중후반의 청소년들’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요철식 특수콘돔 및 약물주입 콘돔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개별 청소년별로 신체적·정신적 성숙도의 편차가 상당히 크고 이를 반영해 대상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므로, 일반적으로 대학에 진입하기 전의 나이인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경과하지 않은 자라는 기준을 정하고 규율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철식 특수콘돔의 경우 그 물리적 구조상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할 만큼 큰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으나, 요철식 특수콘돔을 사용하여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자극을 느낄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어느 정도까지의 약한 자극은 청소년에게 허용되고, 어느 정도 이상의 자극은 청소년에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자극 극대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품 전체에 대해 청소년 유해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물주입 콘돔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마취액을 콘돔 내부에 주입한 것에 불과해 반드시 유해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고, 대부분의 약물주입 콘돔에 첨가되는 벤조카인은 국소마취제로 널리 쓰이고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도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된 것이 아니다”면서 “이러한 벤조카인이 함유된 콘돔을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살 수 있도록 한다면 성인에 비하여 청소년에게 더 큰 신체적 부작용이 생기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인스팅터스 측은 헌법 소원 재청 의사를 밝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 최종결론 : 사실 아님 (콘돔은 의료기기로 허가 받은 제품이며, 성인용품은 아니지만 일부 제품에 대해 여가부에서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
 

근거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보포털 (콘돔 의료기기 3등급 허가)
- 여성가족부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 (제2013-51호)
- 청소년 보호법,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 업계 관계자 전화인터뷰
- 헌번재판소 판례. 헌법 소원 심판 청구서 (2017헌마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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