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놀랍고 신선했다.” (배우 김혜수), “매 회차 새로운 배우들의 새로운 에너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일 것.” (배우 김무열)
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연출 홍종찬, 극본 김민석)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는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촉법소년 법령 이슈를 중심으로, 위험 수위에 도달한 청소년 범죄와 이를 둘러싼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총 10부작 시리즈 ‘소년심판’은 매 회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우리 사회가 마주하는 소년범죄의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내 시리즈로서의 재미뿐 아니라,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더욱 ‘진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낯선’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열연 덕이다.
연출을 맡은 홍종찬 감독은 실제 법정에서 봤던 소년범들의 말투와 몸짓 등이 모두 다르고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고, 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새로운 얼굴을 기용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에 수많은 오디션을 진행했고, 전형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신선한 연기를 보여준 새로운 얼굴을 대거 캐스팅하며 현실감을 높였다.
그중에서도 이연과 황현정, 그리고 심달기의 활약이 돋보인다. 먼저 이연은 만 13세의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백성우로 분해 극 초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피범벅이 된 채 등장한 그는 중학생 소년의 앳된 얼굴로 자신이 살인사건의 가해자임을 자백하며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이연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로 소년법의 맹점을 짚는 여유로운 태도부터 심은석 판사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후 초조해하는 모습까지, 분노와 초조함을 오가는 백성우의 급격한 변화의 순간들을 날카롭게 담아내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공개 후 그가 올해 27살이 된 여배우란 사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만큼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방증이다.
2018년 영화 ‘무명’으로 데뷔한 이연은 ‘거북이가 죽었다’ ‘절해고도’ 등 다수의 독립 영화를 통해 실력을 쌓아온 실력파 신예다. 대중에게는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 이등병 안준호(정해인 분)의 여동생 안수진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백성우가 얽힌 살인사건의 제3의 인물 한예은을 연기한 황현정도 빼놓을 수 없다. 서늘한 눈빛과 광기 어린 미소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특히 이번 작품이 연기 데뷔작인 그는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흠잡데 없는 열연을 보여주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 역시 훌륭했다. 황현정이 해당 에피소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다룬 해외 논문까지 찾아보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김혜수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져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혜수는 “처음 연기를 하는데 캐릭터의 본질에 가까운 연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며 “그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다. 예전 ‘꽃잎’ 이정현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8년 단편영화 ‘동아’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페르소나-키스가 죄’, ‘보건교사 안은영’, 영화 ‘더스트맨’ ‘최선의 삶’, 카카오TV ‘그림자 미녀’까지 이미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심달기는 ‘소년심판’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며 ‘충무로 기대주’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극 중 폭력적인 가족으로 인해 고통받는 서유리로 분해 사각지대에 놓인 소년범의 또 다른 이면을 그려냈다. 유리는 절도 및 성매매 특별법 위반죄를 받아 장기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범이자 가정폭력에 노출된 소년이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실제 살아있을 법한 인물을 완성하는 심달기는 이번에도 ‘날 것’ 그대로의 연기로 유리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 또 한 번 호평을 이끌어냈다.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는 열연은 물론, 철저한 준비와 성실한 자세, 자신만의 개성을 더한 캐릭터 해석력까지. ‘소년심판’을 빛낸 이연‧황현정‧심달기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