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폴’(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누리픽쳐스
영화 ‘문폴’(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누리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69년 인류의 위대한 도전, 달 착륙 성공. 그리고 2022년 인류 최후의 재난, 달이 지구와 충돌한다!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이 붕괴된다. 거대한 해일과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와 이상기후까지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모든 재난으로 전 세계는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 

달과 충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0일. NASA 연구원 파울러(할리 베리 분), 전직 우주 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 분), 그리고 우주 덕후 KC(존 브래들리 분)는 달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마지막 우주선에 오른다. 인류 멸망 D-30일, 추락하는 달을 막을 수 있을까. 

영화 ‘문폴’(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은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 속 인류의 마지막 생존기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다. 영화 ‘2012’ ‘투모로우’ ‘미드웨이’ 등 재난 블록버스터에서 놀라운 상상력으로 재능을 발휘해온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쉬운 결과물 ‘문폴’. /누리픽쳐스
아쉬운 결과물 ‘문폴’. /누리픽쳐스

‘문폴’은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떨어진다’는 신선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달’을 주로 동경의 대상과 인류의 희망으로 그렸던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고자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패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출발했지만, 스토리 구성부터 전개, 캐릭터까지 그동안 숱하게 반복된 재난물과 별반 다르지 않아 특별한 재미를 주지 못한다. 무리수 설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초반까지는 꽤 흥미롭다. 지구의 어두운 밤을 비추던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의 중력과 모든 물리적인 법칙이 붕괴된다. 달이 가까워질수록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지는 과정이 압도적인 스케일을 앞세워 흥미롭게 펼쳐진다. 

‘문폴’로 뭉친 (위 왼쪽부터)존 브래들리와 패트릭 윌슨, 할리 베리. /누리픽쳐스
‘문폴’로 뭉친 (위 왼쪽부터)존 브래들리와 패트릭 윌슨, 할리 베리. /누리픽쳐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한 미션이 시작되면서부터 신선함은 사라진다. 은폐된 진실, 이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주인공, ‘핵’으로 해결하려는 단순한 정부와 주인공의 대립, 모두를 구하기 위한 한 개인의 마지막 선택까지, 진부한 스토리가 이어진다. 아무리 클리셰라도 이야기 구성이 탄탄했다면 익숙한 재미라도 느꼈을 텐데, 짜임새가 헐겁고 엉성해 몰입이 되지 않는다. 

달에 대한 접근과 시각은 새롭다. 하지만 이 역시 다소 무리한 설정으로 풀어내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인간을 공격하는 ‘AI’가 등장하는 장면은 신선함보다 황당함으로 다가온다. 마치 마블 히어로 무비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차별화를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매끄럽게 녹여내지 못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인류 최초의 달 착륙부터 역사 속 기록된 다양한 달에 대한 비밀과 다른 시각에 흥미를 느껴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달이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며 “만약 이 물체가 지구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했다. 매혹적인 소재였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러닝타임 130분,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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