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각본을 쓴 김민석 작가. /넷플릭스
‘소년심판’ 각본을 쓴 김민석 작가.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은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열연 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시리즈로서의 재미뿐 아니라, 묵직한 메시지까지 전달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매 회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여러 소년 범죄가 등장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하는 소년범죄의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도, 사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작품의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내 더욱 짙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는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의 공통된 목표였다. ‘소년 범죄’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작품이 가진 사회적 함의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소년심판’을 빚어냈다.

첫 시작은 김민석 작가의 노력이었다. 4년여 동안 전국 각지의 소년원, 청소년 회복센터, 지방법원을 오가는 등 다양한 분야의 현직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며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소년범에 대한 양 갈래의 시각, 이상과 현실을 고민하게 된 김 작가는 그의 고민과 지점에 맞닿아있는 네 명의 판사를 통해 소년범죄에 대한 현주소를 보다 명확히 조명해냈다. 

김민석 작가는 최근 <시사위크>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른으로서, 법관으로서,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고, 살아있는 드라마라 느꼈다”며 ‘소년심판’의 시작을 떠올렸다. 

-어떻게 소년부 판사, 소년범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됐나. 
“처음부터 소년부 판사를 목표로 썼던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처음 소년범죄에 대한 지식수준은 뉴스에 보도되는 것들이 전부인 상태였다 우연히 법정 드라마를 보다가 판사들이 그 자리에 앉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겪었을까,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에 대해 의문을 가졌고 그동안 판사들의 이야기가 많이 다뤄지지 않은 것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판사들을 직접 만나 취재를 하면서 연구하는 판사, 소년들을 다루는 판사, 이혼만 맡는 판사 등 같은 판사지만 분야가 다양한 것을 알게 됐고, 그중 눈에 가장 띈 것이 소년부 판사였다.

소년부 판사는 민사, 형사 재판과 달리 처분이 끝난 이후에도, 소년이 처분 받은 환경에서 적응은 잘하는지, 도망치거나,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지 꾸준한 관리 감독을 하는데 그런 법관과 소년의 관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른으로서, 법관으로서,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고, 살아있는 드라마라 느꼈다.”

김민석 작가가 심은석 판사를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김민석 작가가 심은석 판사를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각본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견제한 부분은 무엇인가. 
“소년사건에서 다루는 다양한 시선과 관점은 꽤 오랫동안 취재를 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소년 사건이 일어나면, 생각보다 꽤 많은 파장이 일어난다. 법관, 보조인, 경찰, 피해 소년, 가해 소년, 그들의 가족들, 학교, 친구들까지. 쉽게 다뤄선 안 되는 소재였고, 다양한 시선들을 담기 위해 최대한 건조하고, 객관적으로 다루려 노력했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피해 소년의 입장에 너무 몰입한 것은 아닌가, 내가 가해 소년의 변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경계를 하며 썼다.”

-1화부터 10화까지, 현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소년 범죄가 등장한다. 4년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나갔을 텐데, 어떤 기준을 두고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추리고 배열했는지 궁금하다. 각 사건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나. 
“참담하지만 케이스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구성할 때는 케이스 별로 접근하지 않았다. 우리 작품이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가에서 접근을 시도했던 것 같다. 어떤 기준이라기 보단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이게 맞아? 이런 상황이라면? 그래도 맞아?’ 식으로. 예를 들면 보통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의 범죄가 일반적이라면, 답안지 유출 사건은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 일어난 범죄다. 최대한 다양한 사례,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소년심판’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 김민석 작가. /넷플릭스
‘소년심판’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 김민석 작가. /넷플릭스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네 명의 판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심은석 판사를 필두로, 네 명의 판사를 구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고, 각 판사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길 바랐나. 이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오랜 취재를 통한 결과였다. 결국 소년사건은 무엇 하나로 인해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넓게는 사회적인 시스템 문제, 가까이는 가정환경, 친구관계 등 모든 것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균형을 지키며, 다양한 면을 보여야만, 결국 본질적인 이야기로 접근할 수 있단 판단이 섰다. 그러기 위해선 네 명의 판사,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판사들이 필요했고, 그들이 격렬하게 가치관 대립을 할수록 본질적인 이야기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을 ‘혐오’하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들이 올바른 길로 살아가길 바라는 인물이었다.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기도 했는데, 심은석을 어떤 어른의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나. 또 심은석은 성 때문에 ‘심판’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작가의 의도인가.  
“어른으로서의 책임이라 설명할 수 있다. 소년부에 오기 전 소년사건의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은석이 소년부에 온 것은, 복수를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가? 답을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석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던 태도는 어른으로서 책임감이다. 아이를 꾸짖을 줄 알고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어른으로서 책임.

‘심판’이란 말 자체로 캐릭터이길 바랐다. 심은석이란 인물은 누구보다 냉정하고, 단호하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지만,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어른이자 판사다. 처음 소년사건으로 가정도, 인생도 박살난 그녀가 소년부를 택한 건 ‘복수’가 아니다. ‘왜 아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는가?’ 그 답을 찾고 싶어서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맡은 사건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자 원칙이라 생각한다.”

어른의 반성을 보여준 나근희 판사. /넷플릭스
어른의 반성을 보여준 나근희 판사. /넷플릭스

-마지막 나근희 판사의 변화와 반성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재판장에서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는 대사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고, 또 앞으로 달라질 변화에 대한 희망을 품게도 했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나. 
“이정은 배우님이 연기를 참 잘해주셨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좋았다. 배석판사들과 다르게 부장판사들은 어른으로서의 역할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다.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의 대사는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통으로 돌아보고 반성을 하는 대사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원중도, 근희도, 나를 돌아보는 어른으로서의 어떤 모습, 이상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취재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거나 답답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그 지점을 시리즈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궁금하다. 
“취재를 할수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설 운영의 예산이라던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호관찰관 한 명당 담당하는 소년이 100명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법정에서 판사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시스템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고민은 강원중이란 캐릭터의 신념으로 그려냈고, 최대한 시리즈 전반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시즌2를 기대하고 있는지, 있다면 시즌2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시즌2에 관련해서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 제작부터 시즌1의 이야기를 가장 베스트로 최선을 다해서 만들자가 먼저였기 때문에 아직은 아무 계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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