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Pachinko)’로 뭉친 (왼쪽부터) 이민호와 윤여정, 김민하, 그리고 진하. /애플TV+​
‘파친코(Pachinko)’로 뭉친 (왼쪽부터) 이민호와 윤여정, 김민하, 그리고 진하. /애플T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이고, 역사를 다뤘지만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현재 진행형 스토리다.” (코고나다 감독)

18일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Pachinko)’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윤여정‧김민하‧이민호‧진하‧코고나다 감독‧수 휴 각본 및 총괄 제작‧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테레사 강 총괄 프로듀서가 참석해 온라인 생중계 연결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진 작가의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국 이민자 가족의 희망과 꿈을 4대에 걸친 연대기로 풀어낸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수 휴가 ‘파친코’의 각본을 쓰고 총괄 제작을 맡았다. 코고나다 감독은  하나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포함해 총 4편의 에피소드를 연출‧제작했고, 저스틴 전 감독이 다른 4편의 에피소드를 연출‧제작했다. 미디어 레즈가 제작을 맡았으며, 미디어 레즈의 마이클 엘렌버그‧린지 스프링어‧대니 고린이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블루 마블 픽쳐스의 테레사 강 로우를 비롯해 리차드 미들턴과 데이빗 킴, 세바스찬 리가 공동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코고나다 감독‧테레사 강 총괄 프로듀서‧수 휴 각본 및 총괄 제작‧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 /애플TV+
(왼쪽부터) 코고나다 감독‧테레사 강 총괄 프로듀서‧수 휴 각본 및 총괄 제작‧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 /애플TV+

“모든 가정에 저마다의 ‘선자’가 존재한다”

이날 코고나다 감독은 ‘파친코’를 두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역사를 다뤘지만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현재 진행형인 스토리이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입하고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며 “내가 느낀 감동을 여러분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수 휴 총괄 프로듀서는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총 8회의 시리즈로 완성하는데 있어 “역사책처럼 딱딱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달하고 싶은 것은 감정이었다”며 “시리즈를 보면서 사랑, 모성애 등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파친코’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와 미래의 공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1915년 영도의 허름한 하숙집에서부터 1989년 북적이는 인파와 화려함으로 가득한 뉴욕을 배경으로, 약 70년에 걸쳐 펼쳐지는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삶과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담아내 울림을 안긴다.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Pachinko)’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까. /애플TV+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Pachinko)’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수 있을까. /애플TV+

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는 “이 이야기가 더 특별한 지점은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는 것”이라며 “그것을 동떨어진 시대극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도 현재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시리즈를 통해 많은 분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짚어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19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파친코’는 서로 다른 세 시대를 살아가는 강인한 여성 ‘선자’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테레사 강 로우 총괄 프로듀서는 “이 작품이 더욱더 특별한 이유는 여성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서사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테레사 강 로우 총괄 프로듀서는 “젊은 여성이 결과적으로 한 가정의 중심이 된다”며 “그녀 이후 여러 세대가 이어지면서 핵심에 올라서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 즉 보편적 가치가 있다면 모든 가정마다 저마다의 ‘선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인한 여성 노년의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 /애플TV+
강인한 여성 노년의 선자를 연기한 윤여정. /애플TV+

“윤여정의 얼굴은 한국 역사 담긴 지도”

‘파친코’는 세계적 명성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 언어로 제작된 글로벌 프로젝트다. 특히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윤여정이 참여해 이목을 끈다. 모든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여성, 노년 시절의 선자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선자의 지나온 삶이 모두 담긴 섬세한 감정 연기로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이 카메라 앞에 있으면 매 순간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며 “윤여정의 얼굴은 한국 역사가 담겨있는 지도 같다. 윤여정의 섬세한 표정과 연기력에 매료됐고, 미스터리한 표정이 있어서 더 많은 장면을 담고 싶었다”고 극찬했다. 그러자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겸손하게 화답했다. 

윤여정은 프리미어 시사 후 쏟아지는 외신의 호평에 대해 “나는 늙은 배우라 그런 반응에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라더니 “처음에는 소설은 시대별로 쓰면 되지만 이걸 어떻게 화면으로 담을지 걱정했는데, 첫 에피소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내 연기를 보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나도 조금 나오고 다 같이 너무 잘했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애플TV+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애플TV+

특히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여정은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없어서 함께 호흡을 맞추진 못했는데, 젊은 선자가 신인이라 걱정도 했다”면서 “어떻게 했을까 싶었는데, 완성된 시리즈를 보니 정말 잘했더라. 그저께 처음 만나서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굉장히 잘 봤다”고 칭찬했다.   

김민하는 16세에서 22세 사이의 선자를 연기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자 역을 거머쥔  그는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하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공개 후 칭찬도 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3~4월 정도 오디션이 진행됐는데, 영혼을 짜내서 했고 이런 오디션은 처음이라 정말 많이 배웠다”며 “이번 작품과 선자를 연기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연기적인 것뿐 아니라 그 외의 것들도 많이 배웠다. 내 목소리를 내는 법도 배우고,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너무 값진 경험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민호. /애플TV+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민호. /애플TV+

“의미 있는 작품, 자부심 느낀다”

이민호도 함께 한다. 극 중 매력적이지만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 남자 한수로 분했다. 첫 OTT 진출이자, ‘더 킹: 영원의 군주’(2020) 이후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그는 “늘 작품으로 인사드리는 일은 살아가며 가장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며 “LA에서 인사드리니 더욱더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또 의미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에 대해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국가나 언어를 넘어 모든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극 중 솔로몬을 연기한 진하. /애플TV+​
극 중 솔로몬을 연기한 진하. /애플TV+​

한국계 미국인 배우 진하는 선자의 손자이자 야망 넘치는 젊은 은행 임원 솔로몬 역을 맡았다.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까지 3개국어로 연기에 임했던 진하는 “어려웠지만 동시에 보람 있었다”며 “언어가 그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정의하는데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이니치 커뮤니티에 대해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광스럽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윤여정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담은 ‘파친코’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자이니치(재일동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자이니치’라는 단어가 깔보는, 나쁜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들이 산 세월을 듣고 정말 미안했고,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나 역시 역사에 대해 많이 배웠고, 한국 시청자들도 많이 느끼고 알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파친코’는 오는 25일 애플 TV+에서 3개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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