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팩트체크
[이슈&팩트(182)] 어린이가 커피를 많이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
2022. 03. 24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커피는 흔히 '어른의 음료'로 불리곤 한다. 씁쓸한 맛과, 안에 들어있는 각성 성분인 카페인 때문이다. 특히 어른들은 커피를 아이들이 마시면 머리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사실일까./ Pixabay, Gettyimagesban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어린 시절 동네 목욕탕에 아버지와 자주 가곤 했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아버지께서는 삼각형 플라스틱 봉투에 들어있던 커피우유를 꼭 ‘반잔’씩만 주시며 “어린이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안돼. 머리가 나빠져”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이런 아버지의 말씀을 어렸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가는 지금, 문득 의문이 생겼다. 과연 어른들 말씀처럼 성장기 어린이들이 커피를 마신다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은 사실일까.

◇ 커피의 과도한 카페인, 아이들 건강에 악영향 줄 수 있다

조사 결과, 전 세계 식품영향·의학계 및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일단 ‘과도한 커피의 섭취가 아이들의 건강에 지장을 준다’는 가설은 ‘사실’로 판단됐다. 이는 커피에 다량으로 포함된 성분인 ‘카페인(Caffeine)’ 때문이다.

각성제의 일종인 카페인은 ‘Caffeine’이라는 이름에서 커피(커피는 이탈리아어로 caffè)와 연관이 깊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실제로 카페인은 커피나 홍차 등 식물의 열매, 잎, 씨앗 등에 많이 함유된 알칼로이드 물질이기도 하다. 우리가 커피를 통해 섭취한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데, 이때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로를 줄이는 효과가 뛰어나다. 

하지만 카페인을 대량으로 섭취할 시 발생하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중수신경계를 흥분시켜 각성 상태를 일으키는 카페인의 특성상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하고 위산 분비의 촉진으로 인한 속쓰림, 불면증, 불안증세, 심장의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250~300ml의 아메리카노 한 잔에 함유된 카페인의 양은 100mg~150mg 정도다. 일반적으로 ‘악마의 음료’로 알려진 몬스터 등 고카페인 음료 1캔이 포함한 카페인의 양이 100mg임을 감안하면 커피 한잔에 포함된 카페인의 양은 상당히 많은 셈이다. 때문에 커피를 과다 섭취할 경우 카페인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당연히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카페인을 대량으로 섭취할 시 발생하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중수신경계를 흥분시켜 각성 상태를 일으키는 카페인의 특성상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하고 위산 분비의 촉진으로 인한 속쓰림, 불면증, 불안증세, 심장의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Pixabay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시험검사국 식품미생물팀이 2009년 발표한 보고서 ‘어린이기호식품의 상품시험(카페인 중심으로)’에서는 “어린이나 임산부 등의 취약계층에서는 성인에 비해 카페인 과잉섭취에 따른 부작용 정도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카페인 함유 식품 섭취시 주의가 요구된다”고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가정의학회 (American Academy of Family)도 학회가 운영하는 의학 정보 홈페이지 ‘familydoctor.org’를 통해 “어린이의 경우 카페인은 혈압을 높이고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며 “이는 아이들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불안을 악화시킬 수 있고 그들은 카페인 금단증상으로 두통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카페인의 지나친 섭취로 인해 수면장애, 불안감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성인의 경우 400mg 이하(아메리카노 4잔), 어린이‧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10세 아동의 평균 몸무게가 40kg임을 감안하면 어린이에게 권고되는 커피는 하루 최대 약 1잔 정도다. 초콜릿이나 녹차 등 다른 식품을 통해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커피 반 잔 정도가 아이들에겐 적정량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의 과도한 섭취는 아동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스위스 취리히 대학 아동 병원 연구진들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3~4잔 분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어린 쥐들의 경우 수면이 감소하고 두뇌 발달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

◇ 전문가들 “카페인, 어린이 두뇌 발달 저하 가능”… 태아에게 악영향도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과도한 커피의 섭취가 아이들의 건강에 지장을 준다’는 명제는 자체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질문을 파고들어 원래 하고자했던 질문인 ‘커피가 어린이들의 지능에 악영향을 미친다’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이에 대한 답은 ‘대체로 사실’이 될 듯하다. 카페인의 과도한 섭취는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 아동 병원의 연구진들에 글로벌 의학·과학 저널  PLOS ONE에 게재된 ‘The Effects of Caffeine on Sleep and Maturational Markers in the Rat(2013)’ 논문에 따르면 카페인은 성장기 아동부터 청소년들의 지능 발달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리히 대학 병원 연구진들은 하루 평균 약 16mg/kg(인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약 3~4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과 동일한 양)의 카페인을 실험용 쥐에게 복용시켰다. 그 결과, 나이가 많은 쥐에 비해 어린 쥐들의 경우 수면이 감소하고 두뇌 발달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의 과도한 섭취는 아동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스위스 취리히 대학 아동 병원 연구진들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3~4잔 분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어린 쥐들의 경우 수면이 감소하고 두뇌 발달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ixabay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임산부가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태아의 두뇌 구조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로체스터 대학 의료 센터(URMC) 델 몬테 신경과학 연구소 연구원들은 지난해 9세와 10세의 뇌 스캔을 분석한 결과, 자궁 내 카페인에 노출된 어린이의 뇌 구조가 변화했음을 밝혀냈다.

로체스터 대학 의료 센터의 존 폭스 박사는 “작은 영향으로 임신 중 카페인 섭취의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라며 “심각한 정신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미미하게 행동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임신 중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을 권고했다.

물론 아직까지 커피가 직접적으로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및 지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장기적인 연구가 진행되진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측의 영역일 가능성이 아직은 높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카페인 섭취가 어린이들의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분명한 만큼 적정량을 섭취할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존스 홉킨스 병원의 연구 영양학자 Diane Vizthum 박사는 ‘Is Coffee Bad for Kids?(2020)’리포트에서 “우리는 커피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실제로 알지 못한다”면서도 “과다한 카페인은 불안 증가, 심박수 및 혈압 증가, 위산 역류 및 수면 장애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어린이에게 위험하며, 너무 많은 양의 카페인은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페인은 각성을 증가시키는 각성제로 자녀가 하루를 버티기 위해 카페인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우선 소아과 의사와 상의해 피로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 최종결론 : 대체로 사실
 

근거자료

- 어린이기호식품의 상품시험-카페인 중심으로(2009), 한국소비자원 (2009)
 

-Caffeine exposure in utero is associated with structural brain alterations and deleterious neurocognitive outcomes in 9–10 year old children (2021), University of Rochester- Del Monte Neuroscience Institute 

(https://pubmed.ncbi.nlm.nih.gov/33529676)
 

-The effects of caffeine on sleep and maturational markers in the rat(2013), Child Development Center, University Children’s Hospital Zurich
(https://pubmed.ncbi.nlm.nih.gov/24023748)

 

- Caffeine and Kids(2017), American Academy of Family Physicians
(https://familydoctor.org/caffeine-and-kids/)

- Is Coffee Bad for Kids?(2020), johns hopkins medicine
(https://www.hopkinsallchildrens.org/ACH-News/General-News/Is-Coffee-Bad-for-Kid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