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신예 이연. /에코글로벌그룹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신예 이연. /에코글로벌그룹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다. 탄탄한 연기력에 화면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성별과 나이를 뛰어넘는 캐릭터 소화력까지.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촉법소년 백성우로 완전히 분해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신예 이연의 이야기다. 

이연은 2018년 영화 ‘무명’으로 데뷔한 뒤, ‘담쟁이’(2020), ‘거북이가 죽었다’(2021) ‘절해고도’(2021) 등 다수의 독립 영화를 통해 실력을 쌓아온 실력파 신예다. 대중에게는 넷플릭스 시리즈 ‘D.P.’(2021)에서 이등병 안준호(정해인 분)의 여동생 안수진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년심판’에서 만 13세의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백성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주목을 받았다. 

백성우는 ‘소년심판’ 소년범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다. 피범벅이 된 채 등장해 자신이 살인사건의 가해자임을 자백하며 시리즈의 포문을 열고, 문신이 가득한 얼굴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재판장에 다시 서 끝나지 않은 소년범의 이야기를 암시하며 극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연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로 10대 촉법소년 백성우를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을 얻었다. 소년법의 맹점을 짚는 여유로운 태도부터 심은석 판사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후 초조해하는 모습까지, 분노와 초조함을 오가는 인물의 급격한 변화를 때로는 천진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담아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공개 후 그가 27세 여성이라는 것이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소년심판’에서 촉법소년 백성우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연. /에코글로벌그룹
‘소년심판’에서 촉법소년 백성우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연. /에코글로벌그룹

이연은 최근 화상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10대 촉법소년 백성우가 되기까지, 쉽지 않았던 과정을 떠올렸다. 배우 이연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기본자세부터 걸음걸이, 표정, 말투 하나하나 백성우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남다른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털어놨다. 

-‘소년심판’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야 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재미를 위해 미화시키거나 가공하지 않았다.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판사 네 명의 시선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보여준 점도 좋았다. 지금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모두가 기다린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배우를 향한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다. 배우가 연기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년심판’ 현장도 그랬다. 제작진과 감독님, 선배들까지 모든 분들이 내가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한다고 하는데 보는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니 걱정이 되긴 했다. 처음부터 백성우 역할로 오디션을 본 건 아니었다. 원래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당시 전작 영향으로 머리가 짧았다. 그 모습을 보고 백성우 역을 떠올려주신 것 같다. 타이밍도 그렇고 운명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장여자가 아니라 남자 역할이라, 가능할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홍종찬 감독님이 확신이 있으셨고, 그래서 나도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었다.”

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백성우, 그리고 이연. /넷플릭스​
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백성우, 그리고 이연. /넷플릭스​

-백성우는 어떤 인물이었나.  
“복잡한 인물이라 연기할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우선 중학생이고 남자아이라는 것에 가장 집중했고,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도 잘 모르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불안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다가갔다.” 

-정말 10대 소년을 보는 듯했다. 어떤 노력을 했나. 
“우선 살을 5kg 정도 찌웠다. 외적으로 표현돼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살을 찌웠고 현장에 가자마자 상반신에 붕대를 감고 연기를 했다. 백성우가 중학교 1학년으로 변성기가 오지 않은 남자아이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목소리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너무 아이 같지 않은 톤을 어떻게 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면서 목소리 톤을 맞춰나가려고 노력했다. 백성우의 특성상 어떤 누군가를 관찰하면서 힌트를 얻기에는 어려웠다. 어린 시절 친구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길에서 등교하는 친구들을 보며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원초적인 접근을 더 했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이기 때문에 자세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본자세 하나만 정하고 연기를 해도, 거기에서 뻗어나가는 행동들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다.” 

이연이 백성우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에코글로벌그룹​
이연이 백성우를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에코글로벌그룹​

-내면은 어떻게 접근했나. 
“10대 소년이라는 점에 가장 집중했는데, 10대와 20대의 가장 큰 차이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어떤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대처 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회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10대와 20대 모습이 확실히 다르다. 그런 시각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고, 10대 이연은 조금 더 거칠고 모든 표정과 말에 떨림이 숨겨지지 않았을 것 같았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나의 감정들에 초점을 두고 백성우를 연기했다.”

-백성우는 시리즈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했다. 두 모습 다 강렬했지만, 특히 후반부 백성우는 등장만으로도 화면을 압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나. 
“1,2화를 찍고 나서 후반부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우선 살을 뺐다. 10화에 등장하는 성우는 여전히 소년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리고 초반 성우의 분노와 10화에서 성우의 분노에 차이를 두고 싶었다. 교화되지 못하고 다시 이곳에 섰을 때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오직 단 한 신이었기 때문에 그가 가장 많이 드러냈던 분노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조금은 더 노련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친구 안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걸 표현하고자 했다.”

-백성우가 교화되지 못하고 다시 등장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 
“그 장면을 찍기 전에 홍종찬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교화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정확하게 스토리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한 것은 환경이 변하지 않은 이상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거다. 초반 백성우는 겁이 많은 친구였다. 그러나 본인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었고, 그로 인한 책임이 생겼다. 그 책임을 긍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친구일까 생각했는데, 10화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며 아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정말 많이 아팠다. 결국에는 환경이 이 친구를 바꿔놓지 못했고, 어쩌면 조금 더 거칠고 방치된, 힘든 환경에서 지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방치된 환경이 마음이 많이 아팠고, 스스로 반성을 하기도 했다. 나는 어떤 어른이가 하고.”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연. /에코글로벌그룹​​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연. /에코글로벌그룹​​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너무 강렬하고 센 캐릭터라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없나.  
“그런 걱정은 전혀 없다. 작품 안에 악역도 있고 영웅도 있고, 호감도 있고 비호감도 있고, 캐릭터는 너무 다양하다. 무엇이 됐든 내게 주어지고 내가 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캐릭터라면 배우로서 그저 연기를 잘 해내는 게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이미지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캐릭터를 택해서 어떤 인상을 남기고 그것들을 통해 향후 미래가 어떻게 될지 보다, 작품이 가진 방향성이나 메시지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이 무엇이 됐든 최선을 다해 잘 보여드려야 다음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임하고 캐릭터에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맡은 캐릭터가 현재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지 가장 먼저 체크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무언가를 중심으로 하루가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극 안에서 분명히 사랑하는 무언가를 중심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접근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작품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 안에서 이연의 모습이 나오면 안된다. 나도 가끔은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잖나. 하지만 그건 이연의 생각이고, 그런 것들이 절대 연기를 할 때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나의 생각이 캐릭터를 잡아먹지 않아야 한다. 내 생각을 끊임없이 끊어내고, 싸우면서 연기하고 있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가장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하고,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작품과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되더라.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생각들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려는 노력을 한다. 나에 대한 공부를 통해 솔직한 연기를 하고 싶고, 그러한 연기로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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