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가 오는 7일 개봉한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가 오는 7일 개봉한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제 스무 살이 되는 혜영(김혜윤 분)은 팔에 새긴 용 문신처럼 무엇 하나 두려울 게 없었다, 아빠 본진(박혁권 분)의 자동차 사고 전까지는. 어느 밤, 본진은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다 의식불명으로 뇌사상태에 빠진다. 

피해자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급기야 집이자 유일한 삶의 터전인 중국집이 2주 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된다. 어린 동생 혜적(박시우 분)과 둘만 남게 된 혜영은 이 모든 일들에 의문을 품고 홀로 사건을 되짚어가고, 마침내 도달한 거짓과 부당함이 뒤엉킨 진실에 분노가 폭발해 버린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는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폭주 드라마다. 신예 박이웅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김혜윤이 첫 스크린 주연을 소화했다. 

‘불도저에 탄 소녀’를 통해 주연배우로 가능성을 입증한 김혜윤.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불도저에 탄 소녀’를 통해 주연배우로 가능성을 입증한 김혜윤.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박기웅 감독은 중장비를 끌고 관공서를 들이박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각본을 썼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영화는 혜영이 마주한 차갑고 부당한 세상과 그 속에 속한 ‘나이’만 많은 어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이끈다. 19세 소녀 혜영이 왜 그토록 싸워야만 했는지, 왜 그토록 분노할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혜영은 기존 영화 속 캐릭터들과 결을 달리한다. 작은 체구와 어울리지 않은 용 문신, 거침없는 욕설과 독기 어린 눈빛까지 언뜻 보면 불량 청소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박함과 두려움,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불도저에 올라타 분노를 폭발하는 그를 꼭 안아주고 싶은 이유다. 

첫 스크린 주연을 소화한 김혜윤은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주연배우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거친 면모부터 복잡하고 불안한 10대 소녀의 내면까지 깊이 있게 담아낸다. 절제된 감정 연기는 물론, 분노를 폭발할 땐 모든 것을 쏟아낸다. 연기 잘하는 배우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내공이 단단할 줄 몰랐다. 스크린에서 더 많이 보고 싶다. 러닝타임 112분, 오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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