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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앵커] 애정과 증오의 공존, 그래서 더 섬뜩한
2022. 04. 1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가 극장가에 섬뜩한 공포를 안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가 극장가에 섬뜩한 공포를 안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 죽음이 정세라 앵커의 입을 통해 보도되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생방송 5분 전,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 분)에게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며 죽음을 예고하는 제보전화가 걸려온다. 

장난전화로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세라.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는 엄마 소정(이혜영 분)의 말에 세라는 제보자의 집으로 향하고 제보자인 미소와 그녀의 딸의 시체를 목격한다.

그날 이후, 세라의 눈앞에 죽은 미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하고, 사건 현장에서 미소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 분)를 만나며 그에 대한 의심 또한 깊어진다. 세라가 마주할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신예 정지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천우희‧신하균‧이혜영 등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뭉쳤다.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를 담은 ‘앵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를 담은 ‘앵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오프닝부터 강렬하다. 세라가 받게 될 제보전화 속 사건을 암시하는 듯, 한밤중 두 모녀가 살고 있는 집에 찾아온 낯선 남자의 모습을 비추며 단숨에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이후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변화해 가는 세라의 심리와 공포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세라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과의 ‘관계’에 집중한다. 딸의 성공에 집착하는 엄마, 자신을 견제하는 선배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남편과의 관계를 현실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하게 그려내 공감을 안기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그들 사이 압박과 불안, 공포를 느끼는 세라의 모습은 스릴러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숨겨진 진실을 파헤칠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엄마 소정과 딸 세라 사이의 애정과 집착은 스토리와 영화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 가장 큰 동력이다. 세라가 일에 집중할수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엄마 소정의 애정은 언뜻 보면 ‘희생’처럼 보이지만, 세라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압박’이 되기도 한다. 애정과 증오가 공존하는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는 섬뜩함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며 여운을 안긴다.

다만 호기심을 동력 삼아 힘있게 나아가던 이야기는 중반 이후부터 속도감을 잃고 맥이 풀리고 만다. 전개가 늘어지니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한 사운드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지나치게 크고 반복적인 효과가 피로도를 높인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우희와 신하균, 이혜영.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흠잡을 데 없는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우희와 신하균, 이혜영.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천우희와 신하균, 이혜영의 열연은 흠잡을 데 없다. 세라로 분한 천우희는 프로페셔널한 면모부터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서 점차 변해가는 인물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몰입을 높이고, 정신과 의사 인호를 연기한 신하균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소정 역을 맡은 이혜영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입증한다. 

연출자 정지연 감독은 “극 중 세라는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애쓰지만, 사건은 내면을 파고들어 일상을 뒤흔들고 감춰진 진실을 들여다보게 한다”며 “이 여정을 통해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적 욕망과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고통받는 여성의 서사를 완성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111분,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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