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은 랜드로버의 엔트리급 차량이지만, 외관 디자인만 본다면 상당히 고가의 차량으로 느껴진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랜드로버는 한때 국내에서 3년 연속 연간 판매대수 1만대를 기록한 인기 브랜드였다. 그러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랜드로버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게 된 이유는 랜드로버 차량을 살펴보면 찾아볼 수 있다.

국산과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현재 판매되는 차량들은 대부분 성능이 상향평준화를 이뤄냈다. 결국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에 앞서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는 디자인과 편의사양 부분이다.

랜드로버 차량을 살펴보면 디자인 측면에서 지적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랜드로버 차량의 디자인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랜드로버 차량은 엔트리급부터 플래그십(기함급)까지 랜드로버만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남녀노소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오죽하면 품질 이슈가 연이어 발생해도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랜드로버를 드림카로 꼽는다.

그러나 최근 시판 중인 랜드로버 차량은 경쟁 모델 대비 편의사양이 다소 부족한 점이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랜드로버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전측면 모습. / 제갈민 기자

◇ 피비프로·티맵 좋지만… 일부 편의사양 부재는 아쉬워

랜드로버재규어코리아를 통해 개별시승을 진행한 모델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다. 랜드로버 브랜드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이지만, 이 역시 몸값이 6,000만원을 상회한다. 시승 차량인 디젤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은 6,700만원대에 판매가 되고 있다. 가솔린 파워트레인 모델 P250 S와 P250 SE는 각각 6,300만원대, 7,000만원대 수준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를 시승하는 동안 디자인, 실내 인테리어, 주행성능, 하차감 등은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운전자보조기능 등 편의사양에서 경쟁 모델 대비 부족한 점이 아쉽게 다가왔다.

먼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에는 지난해 랜드로버재규어코리아와 LG전자가 협업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프로(PIVI PRO)’가 탑재된 게 크게 개선된 점이다. 피비프로의 응답성이나 조작편의성은 만족스럽다. 스마트폰처럼 UI가 직관적이라 처음 조작하는 소비자들도 불편함이 없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가로형으로 크게 디자인된 터치스크린의 시인성도 좋다.

또한 SK텔레콤의 T맵(티맵) 내비게이션도 내장형으로 탑재돼 주행 간 굳이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함은 없다. 안드로이드오토나 애플카플레이와 같은 스마트폰 연결 기능도 무선으로 지원해 편의성이 직전 모델 대비 크게 개선됐다.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도 설치됐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에 탑재된 피비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조작이 편리하다. 티맵 기반 매립형 내비게이션도 이전 모델들의 내비게이션 시스템보다 상당히 개선됐으나, 목적지 검색 시 종종 반응이 느리거나 목적지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 제갈민 기자

센터페시아 조작은 대부분 터치 버튼으로 바뀌었다. 물리버튼은 오디오 전원과 공조기 풍량, 주행모드 조작 버튼 3개가 전부다. 공조기 조작은 센터페시아 좌우에 설치된 다이얼을 돌리면 작동 및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풍량을 조절하려면 바람개비 그림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고 좌우 다이얼을 조작하면 돼 주행 간 조작도 어려움이 없다.

주행모드는 풍량 조작 버튼 우측에 자동차 모양 그림 버튼을 누르면 우측 다이얼을 돌리면서 에코·컴포트·오토·눈길 및 빙판·머드·샌드 등 총 6가지로 조작할 수 있다. 또 경사로 속도제어와 수로 주파 시 수심을 체크하는 웨이드센싱(최대 수심 0.6m 주행가능) 등 주행보조 기능이 다수 탑재해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오프로드 주행에도 적합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차량 전방과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는 좁은 구간을 주행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스크린을 통해 전방과 좌우의 노면 상황을 즉각 파악할 수 있으며, 일반 공도와 오프로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요즘 소비자들이 차량을 이용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시트 통풍기능,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빠진 점이 상당히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ACC 기능은 디스커버리 스포츠 차량 중에서도 가솔린 상위 트림인 P250 SE에만 탑재된다. 디스커버리 스포츠 디젤 모델을 원하는 소비자는 ACC 기능을 선택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대신 일반 크루즈컨트롤은 탑재돼 있지만, 선행 차량과 차간 거리가 가까워지더라도 스스로 속도 조절이나 차간 거리 조절을 하지 못해 다소 불편하다.

그럼에도 긴급제동 보조장치는 탑재돼 있다. ACC의 속도 조절 기능과 긴급제동 보조장치 모두 카메라 및 레이더를 이용해 앞 차량과 거리를 판독하고 작동하는 기능인데, ACC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다소 이해가 안 된다. 안전·편의장비 부분에서 상당히 인색한 모습이다.

또한 통풍시트도 탑재되지 않아 여름철 차량 이용 시 쾌적함이 다소 떨어질 것 같다. 그리고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탑재돼 있으나, 개방이 불가능한 단점도 다소 부실한 점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후측면. / 제갈민 기자

◇ 디젤 MHEV 엔진 탑재로 정숙성 갖춰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에는 디젤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엔진이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48V 배터리가 엔진 구동을 지원해 경유차 특유의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떨림을 최대한 억제했다. 이 덕에 배터리 전력이 남아있을 경우 시동을 걸거나 저속에서 움직일 때는 디젤 차량이라는 것을 느끼기가 힘든 수준의 정숙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디젤 엔진의 파워풀한 초반 가속력 덕분에 도심이나 고속 주행 간 답답함이 없다. 선행 차량을 추월하거나 끼어들기 위해 차로 변경 후 순간적인 가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가속 페달만 조금 깊게 밟는다면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의 출력과 토크를 뿜어내며 치고 나간다. 그러면서도 고속 주행 간 풍절음이나 노면 진동 실내 유입 억제력도 준수한 편이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실내 공간은 넓은 편이다. / 제갈민 기자

시트도 편안하긴 하지만 사이드 볼스터 볼륨이 크지 않아 비포장도로를 주행하거나 역동적인 주행 시 탑승객의 몸이 좌우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약간 아쉬운 점이다. 그나마 시트를 비롯해 실내 인테리어에 가죽 소재를 최대한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 점은 만족스럽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중형 SUV 중에서 다소 넓은 차체를 지녔다. 차량 전폭은 1,904㎜다. 덕분에 실내 공간이 동급 차량 대비 넓은 편이라는 장점이 있다. 2열 시트에 성인 3명이 탑승을 해도 아주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탑승객이 4인이라면 상당히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2열 시트를 앞뒤로 조작하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3인 이상의 승객이 탑승하고도 적재함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활용성이 높은 점이다.

2열 시트는 시트에 설치된 레버 또는 트렁크 내부 측면에 설치된 버튼을 이용해 6대4 비율로 접을 수도 있는데, 완전 평탄화는 되지 않는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모델 계기판은 아날로그 느낌이 아직 남아있다. 개별 시승 간 평균 연비는 8.6㎞/ℓ를 기록했다. / 제갈민 기자

◇ 6,000만원 이상∼7,000만원 미만 수입차 경쟁 모델은?

이쯤 되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모델과 가격이 겹치는 경쟁 모델은 어떤 차량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디스커버리 스포츠 D200 S 시승 중에도 ‘이 가격이면 어떤 차를 구매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해서 들었다.

6,000만원∼7,000만원 사이에서는 선택지가 상당히 많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가격이 가장 직접적으로 겹치는 수입차로는 △아우디 Q5 △볼보자동차 XC60 2종이 있으며, 이보다 저렴한 5,500만원∼6,000만원 사이 가격대에 비슷한 급의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GLB △링컨 코세어 △캐딜락 XT4 등이 있다.

특히 볼보자동차는 차량의 트림을 세부적으로 나누면서도 안전과 연관된 사양을 고객과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볼보 XC60 B5 모멘텀·인스크립션, B6 R-디자인·인스크립션은 국내 판매 가격이 약 6,200만원∼7,200만원이다. 그럼에도 안전과 관련된 △전방 충돌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차선 유지 및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스티어링 어시스트 △파일럿 어시스트·ACC 등 기능을 기본으로 모든 트림에 제공한다. 또 HUD 기능도 전 트림 기본 탑재가 되며, 통풍시트도 가장 저렴한 B5 모멘텀 트림에서만 선택이 불가할 뿐 그 외 트림에는 기본 제공된다.

이 외에 링컨 코세어 모델도 ACC·HUD·열선 및 통풍 시트·전동식 스티어링휠 위치 조작 및 메모리 기능 등을 기본 지원하면서 6,000만원 미만의 가격을 갖췄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상당히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랜드로버의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2020년 10월 취임한 후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며 서비스 등에 대해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랜드로버의 실적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제품의 상품성을 개선해 동급 경쟁차종 대비 경쟁력을 갖출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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