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리가 또 하나의 대표작을 추가했다. /매니지먼트mmm
배우 김태리가 또 하나의 대표작을 추가했다. /매니지먼트mm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태리가 또 하나의 대표작을 추가했다. 두 번째 드라마 주연작인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성공리에 마치며 다시 한 번 저력을 입증했다. 정작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지만, 김태리가 없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가 아닌 나희도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연출 정지현, 극본 권도은)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청량한 첫사랑 그리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헷갈리는 설렘과 힘든 고민을 함께하는 다섯 청춘들의 케미스트리를 담아내며 지난 3일 인기리에 종영했다.  

극 중 김태리는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나희도 역을 맡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넘어지고 좌절하면서도 꿈을 향해 질주하는, 끓어넘치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청춘의 얼굴을 그리며 깊은 공감과 감동을 안겼다.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소화력과 다채로운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을 완성,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는 그 어떤 것도 ‘척’하지 않고, 진심을 다하는 김태리의 진정성 덕이다. 작품 안에 온전히 들어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인물 그 자체로 살아 숨 쉬고자 하는, 그의 열정과 진심. 대중이 김태리가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태리는 나희도 그 자체였다. /매니지먼트mmm
김태리는 나희도 그 자체였다. /매니지먼트mmm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김태리는 나희도 그 자체였다. 밝고 쾌활한 웃음으로 활기찬 인터뷰의 시작을 알리더니, 솔직하고 진솔한 답변을 이어가며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냈다. 김태리는 “희도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이 특별했다”고 희도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기분이 어떤가. 
“감사한 일이다. 상상도 못했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작품을 하진 않지만,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 미리 알았다면 더 재밌게, 잘 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들 정도다. 든든한 아군이었다. 희도가 무슨 짓을 해도 사랑스러워해주고 귀여워해주고 받아주신 분들이다. 미리 알았다면 더 재밌게 더 좋은 장면들을 더 구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뿐 아니라 희도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우가 바라본 희도는 어떤 인물이었나.
“희도는 밝고 강하고 건강한 아이다. 누구의 도움이 없더라도 잘 살아갈, 그 자체로 너무나 충분한 아이다. 이미 본인이 가진 재료가 많고 행운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행운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재밌는 일이라는 거다. 꿈꾸는 일이 즐거워하는 일이라는 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희도는 행운도, 행복도 본인 스스로 찾을 줄 아는 아이였다.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희도에게 없는 질문이다. 행복을 아는 아이였고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수돗가 장면이 정말 좋았다. 스스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 수돗가에 가는 걸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아이,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진 강하고 건강한 아이였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했나. 
“내가 잡은 희도가 텐션이 너무 높아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혹은 너무 낮지 않을까 다른 배우들과 맞을까 고민을 하긴 했다. 그런데 그것은 선택의 지점이었던 것 같다. 톤을 줄여서 갈지 내가 잡은 대로 갈지 선택의 문제였다. 사실 그것 외에는 상상이 안 가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게 맞다 생각한다. 그렇게 했어야 했고 오히려 더 갔으면 더 갔지 줄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를 연기한 김태리.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를 연기한 김태리. /tvN

-희도로 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모든 장면들이 다 특별하고 기억에 남지만, 특별히 하나를 꼽자면 내가 정말 잘 했을까, 이 정도로 충분했을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생각난다. 왜냐하면 내가 절대 알 수 없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희도가 금메달을 땄을 때다. 슬럼프를 견디고 그만두지 않는다고 소리치면서 그렇게 열심히 했던 희도가 대한민국에서도 아니고 세계의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그 기분이 어땠을까, 그 기분을 내가 충분히 표현했을까. 절대 못했을 것 같다. 그 장면이 희도에게 되게 큰 의미라, 궁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렇다.”

-희도와 싱크로율은. 
“높은 편이었던 것 같다. 김태리가 표현한 나희도가 나온 거겠지. 이전 캐릭터도 김태리가 많이 녹아있다. 나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 나로부터 시작하는 방식을 선택한 배우다. 그럼에도 희도는 이미 나와 닮은 구석이 많았고, 내가 굳이 나의 인생에 있었던 걸 생각하지 않더라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 어려움보다 재미가 컸다.”

-백이진을 연기한 남주혁과의 호흡은. 
“그동안 베테랑 선배님들과 작품을 하지 않았나. 만나서 연기할 때 주고받음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었는데, 주혁이와 연기를 하니 대사를 받아서 치는 재미가 있더라.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닌 같이 하는 부분에서 재미가 있다. 주혁이와 그런 재미가 컸고 둘의 케미스트리가 좋았던 것 같다.”

-결말에 대한 생각은. 
“만족이냐 불만족이냐, 그건 내가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나 역시 시청자로서 너무 슬프고, 너무 안타깝고 그렇다.”

-희도 캐릭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뭘 하든 진심이라는 것. 내가 그런 편이다. 희도는 분석 없이 되게 진심이다. 그런 면이 예뻐 보이는 거고. 나도 진심이 아닌 것을 싫어한다. 거짓말, 가짜, 가식, 어쩔 수 없이 뭔가 하는 척을 하는 것을 알레르기처럼 싫어한다. 펜싱도 너무 힘들었는데 정말 재밌어서 진심을 다해 했다. 너무 잘 하고 싶은 거다. 진심을 다해 배웠고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열심히 했다. 가위바위보 하나를 해도 진심을 다해 이기고자 하는 마음,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최대한 가짜 없이, 진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그런 진심들이 희도와 닮았다.”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척하거나 체하는 게 싫다고 했는데, 이러한 성향이 작품을 택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
“그냥 이제 좀 내려놔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늘 진심인 사람은 너무 힘들다. 어떻게 사람이 늘 진심을 수 있겠나. 특히 배우로서 많은 벽에 부딪힌다. 광고를 할 때도 내가 이 제품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광고하냐는 입장이었다. 며칠이라도 써 보고 광고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라 못한다고 한 적도 있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멘트를 고쳐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요새 힘에 부친다. 같이 일하는 사람도 너무 힘들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내려놓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내려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내려놨을 때 너무 평번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한다. 아직 싸우고 있는 중이다.”

-배우로서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있나. 
“용기를 얻어야하는 것 같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면 올 거다. 다시 또 인물을 연기하고, 또 다른 현장을 만나는 것, 그 현장에 서는 것에 대한 용기가 지금은 없다. 그 용기를 충전하고 있는 중이다.” 

-작품의 성공으로는 용기가 생기지 않나.
“연기를 하는 이유는 재미였다. 그런데 늘 재밌지 않고 어렵다. 그 어려움이 갈수록 더해진다. 작품을 몇 개 더한다고 해서 편해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할지, 내가 사랑하고 너무 하고 싶었던 연기를 어떻게 계속 찾아가려고 노력해야 할지 ‘퀘스천 마크’ 상태다. (작품의 성공은) 내가 잘해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도 좋았고,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거다. 결과가 좋다는 것은 물론 행복하지만, 그게 내 용기가 되진 않는 것 같다. 물론 시청률이 좋지 않고 분위기도 우울했다면 훨씬 더디게 충전됐을 거다. 그런 차이는 있지만, 결과가 나의 용기가 되진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버텨낸 것. 버텨낸 것을 칭찬해 주고 싶다. 버티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지 않나. 버티는 것을 잘 해냈다. 그 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이번 작품을 한 건 잘한 것 같다. 가족들과 지인들이 정말 좋아해 줬다. 영화는 촬영 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지 않나. 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고 자주 보고 싶다고 해준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의 행복감을 채워주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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