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앵커’(감독 정지연)로 돌아온 천우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로 돌아온 천우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천우희가 영화 ‘앵커’(감독 정지연)로 관객 앞에 선다. 죽음을 예고하는 제보 전화를 받은 뉴스 메인 앵커 세라로 분해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또다시 입증한다.  

‘앵커’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신예 정지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신선한 스토리와 강렬한 서스펜스를 완성했다. 

극 중 천우희는 YBC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로 분해 극을 이끈다. 세라는 스스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천우희는 프로다운 앵커의 모습부터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서 점차 변해가는 인물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차갑고 냉정한 모습부터 열정적인 모습, 극적인 모습까지 변모하는 과정을 뚜렷하게 담아냈다.  

특유의 성실함도 엿보인다. 잘나가는 메인 앵커 캐릭터를 위해 기초 훈련부터 비주얼 변신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기울인 노력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기존에 보여줬던 연기와 비교해 다소 힘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배우가 해석하고 의도한 결과다. 

개봉에 앞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천우희는 “여성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갖고 있고, 다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며 ‘앵커’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장르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천우희가 또 한 번 세고 강렬한 캐릭터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천우희가 또 한 번 세고 강렬한 캐릭터로 돌아온 소감을 전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작품에 끌린 이유는. 
“앵커라는 직업이 제일 흥미로웠다. 그동안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 역할을 많이 했다. 배우로서 연차가 쌓이고 경력이 생기고 있는데, 9년 차 앵커의 면모를 연기로 풀어낼 수 있는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앵커라는 직업과 장르적인 특성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좋았다.”

-또 한 번 세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센 캐릭터는 항상 양면적인 모습이 있다.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부여해 힘든 역경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또 해냈다는 쾌감과 만족감도 있다. 다만 ‘앵커’ 같은 경우는 여성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다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컸다.” 

-점점 고조되는 심리적 혼란과 공포감 표현하기 위해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적인 감정선이 굉장히 많았다. 그 감정선을 장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결이 잘 맞게 표현할 수 있는 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승전결 그래프를 정확히 그려놓고 그거에 맞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또 장치적으로 연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장면으로 설명이 다 되기 때문에 연기적 장치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장르적인 재미를 조금 더 보여주려면 섬세하거나 밀도를 높여서 하는 연기보다 작위적일 수 있을 정도로 명확도가 뚜렷하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극이 갖고 있는 긴장감이나 몰입도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앵커’ 현장은 스케줄이나 촬영 장소 등 컨디션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연기적으로 내가 조금 더 날을 세우고 있지 않으면 놓칠 것 같더라. 그런 압박감이 오히려 동력이 되기도 했다.”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면 후유증은 없나. 
“반전의 재미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내 안에 있는 감정을 꺼내서 쓰긴 하지만, 연기할 때 항상 스스로 객관화하려고 한다. 그래야 자기 감상에 빠지지 않고 연기할 수 있고, 작품의 의도에 맞게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정신적인 손상은 있을 거다. 연기지만 뇌는 진짜라고 인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름 온오프를 잘하려고 한다. 마인드컨트롤이 잘 되고 온오프를 잘 해야만 나도 건강할 수 있고 연기적으로도 잘 표현될 것 같아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9년 차 앵커로 완벽 변신한 천우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9년 차 앵커로 완벽 변신한 천우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프로 앵커로서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기초 과정부터 다 배웠다. 발성부터 말하는 속도, 자세와 표정, 전달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을 다 배웠다. 정말 연습밖에 답이 없더라. 어떤 직업군을 표현한다는 게 굉장히 신경 쓰이는 작업이긴 했다. 내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직업군을 가진 분들이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까 걱정되더라. 대충 하는 성격도 아니라 최대한 연습을 많이 했다. 뉴스를 보면서 앵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각자 갖고 있는 특성과 장단점을 보면서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얻고 조심해야 할 부분도 배웠다. 이미지도 꽤 중요했다. 앵커로서 중립적이고 신뢰를 줘야 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세라가 갖고 있는 극적인 내면이 있다 보니 두 가지를 융합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표현하는데 나름 재미가 있었다.” 

-외적으로 준비한 점은. 
“우선 머리를 짧게 잘라봤다. 단발머리로 작품을 한 건 처음이라 나도 조금 신선했다. 처음 머리를 잘랐을 때 반응이 되게 좋았다. 그런데 오히려 어려 보인다는 반응이 있어서 한 번 더 커트를 했다. 아나운서와 더 비슷한 결을 나타내기 위해 의상이나 메이크업도 새롭게 했다. 전 작품에서는 거의 노 메이크업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려고 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세라는 후배를 경계하면서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경쟁은 배우 세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세라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 
“배우는 항상 선택받는 직업이다. 외부적으로 봤을 때도 배우 스스로도 항상 경쟁 속에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경쟁이라는 게 외부적인 평가가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경쟁심이라든지 자격지심, 이런 것들은 사회가 주는, 외부가 주는 평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걸 의식하느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의 차이인데, 나는 그 경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작품마다 자신의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연기할 때는 늘 치열하지만 작품을 따내기 위해 동료 배우들을 의식하며 경쟁하듯 연기하는 것은 내 가치관과 전혀 맞지 않다.” 

천우희가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천우희가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혜영과의 모녀 호흡은 어땠나.
“진짜 너무 좋았다. 팬심으로 연기하다 보니까 호흡감을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더라. 같이 연기하는 신이 많지 않다 보니 한순간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했다. 선배님이 나를 후배로 대하기 보다 연기하는 동료로서 적극적으로 임해주셨다. 감독님이 원했던 것이기도 했는데 연기적인 호흡을 같이 찾아가는 과정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신하균과는 어땠나. 
“신하균 선배는 나와 수다를 재밌게 나누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나와 같이 노닥거린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로 집중하더라. 감독님이 원하는 디렉션도 바로바로 해내더라. 보면서 ‘연기 기계다’ ‘연기 신이다’ 이렇게 농담반으로 말했었다. 바로바로 몰입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열린 결말에 대한 생각은.  
“열린 결말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세라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롭게 성장하려는 첫 순간이라 생각이 든다. 물론 쉽진 않을 거다. 그래도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모든 것이 다 사라지고 파괴되고 새롭게 재탄생되고 싶은 순간들이 누구나 있잖나.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남더라. 세라도 다시 잘 일어서서 자신의 길을 가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한 점이 있다면. 
“매 작품 미약하더라도 전보다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한다. 다만 ‘앵커’는 연기적인 성장보다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그걸 나름의 방법으로 활용해서 잘 마무리했다는 점을 칭찬해 주고 싶다. 또 전문직 여성으로서 새롭고 프로다운, 성숙한 모습으로 관객을 납득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성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관객이 평가를 내려주시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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