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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혜윤의 성장 그리고 가능성
2022. 04. 1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로 관객 앞에 선 김혜윤. /IHQ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로 관객 앞에 선 김혜윤. /IHQ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혜윤이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스크린 첫 주연작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를 통해서다. 19세 소녀 혜영으로 분한 그는 묵직하게 극을 이끄는 것은 물론,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주연배우로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김혜윤 분)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폭주 드라마로, 신예 박이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7일 개봉한 ‘불도저에 탄 소녀’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사회를 향한 관점을 담으며 독립예술영화 부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19세 소녀 혜영이 왜 그토록 싸워야만 했는지, 왜 그토록 분노할 수밖에 없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내 울림을 안겼다는 평이다. 

그 중심엔 혜영으로 완벽히 분한 김혜윤이 있다. 한쪽 팔에 용 문신을 하고 욕설을 내뱉는 거친 모습부터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혜영의 내면까지 깊이 있게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표정을 덜어낸 절제된 표현, 폭발하는 분노, 상대를 제압하는 강렬한 눈빛은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이다. 그렇게 김혜윤은 또 한 번 성장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혜윤은 “큰 스크린과 스피커에 내 목소리와 얼굴이 나오니까 굉장히 부담스럽고 낯설더라”면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 또 다른 무기 하나를 장착한 기분”이라며 ‘불도저에 탄 소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주연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김혜윤. /IHQ
주연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김혜윤. /IHQ

-첫 스크린 주연작이었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부담스럽고 낯설더라. 큰 스크린과 큰 사운드로 내 얼굴과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 부담감과 낯섦이 있었다. 동시에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내가 눈으로도 계속 욕을 하는 느낌이 들더라.(웃음) 연기를 할 때는 대사 자체가 강렬해서 감정에 충실했는데, 내가 내 연기를 직접 보니까 눈으로 표현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고,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구나 의외였다.” 

-혜영은 어떤 인물이었나. 
“개인의 영역이 굉장히 센 친구라, 이 영역을 침범했을 때 불같이 화내고 내면에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마다 레드버튼이 있지 않나. 혜영은 그 레드버튼이 눌렸을 때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불도저처럼 표현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궁금했던 건 문신의 의미였다. 문신을 하게 되기까지 과정이라든지, 문신을 하고 난 뒤 혜영의 심경 변화가 궁금했다. 감독님이 말해 주신 것은 강해 보이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혜영의 마음이었다. 거기에 더해 나는 문신이 혜영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문신이 연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나.
“문신과 굉장히 친해져야겠다 생각했다. 어색하거나 낯설게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고 나서 계속 들여다보고 했다. 그랬더니 자세가 바뀌더라. 문신을 하고 나서 조금 더 껄렁해졌다고 할까. 주머니에 손을 꽂고 다니기도 하고 외면적인 자세가 바뀌었던 것 같다. 다리를 벌리고 앉는다거나 거북목이 된다거나. 하하. 촬영 끝나고도 지속됐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김혜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김혜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불도저 운전도 직접 했다고. 어떻게 준비했나.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을 했다. 처음 불도저를 만났을 때 바퀴가 내 키만 해서 위압감도 있고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운전해 보니 재밌더라. 공터에서 계속해서 연습했는데 그러다 보니 더 자신감도 생기고 그랬다. 촬영할 때도 안전하게 잘 마칠 수 있었다.”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힘들진 않았나. 반대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는지.
“항상 상상만으로 분노를 표출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혜영이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했다. 다만 분노를 내면에 계속 갖고 있는 역할이다 보니 그런 부분은 지치기도 하고 벅차기도 하더라. 다행히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앞뒤 장면들을 상기시켜서 텐션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처음에는 혜영의 분노가 과해 보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다. 그런데 극 중 모든 사람들이 혜영에게 불친절했고, 또 그런 부분들을 선배님들이 잘 표현해 주셔서 나 역시 혜영의 마음이 이해되고 납득됐다.”

김혜윤이 또 한 번 성장을 이뤄냈다. /IHQ
김혜윤이 또 한 번 성장을 이뤄냈다. /IHQ

-혜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꼭 껴안아주고 싶다. 혜영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낀 부분은 누군가를 목숨 걸고 지킨다는 거다. 물론 올바른 방법으로 감정을 표출지 않았고, 미성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위해 이렇게까지 본인을 희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 그런 걸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하는 순간까지도 혜영은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어른들의 세상에 발을 내딛고 살아가게 될 텐데, 행복한 기억보다 안 좋은 기억들이 더 많은 혜영을 꼭 껴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배우거나 성장했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그동안 연기할 때 표정으로 많이 드려내려고 하는 편이었는데, 감독님께서 표정을 덜어내길 원하셨다. 처음에는 쉽게 되지 않더라. 계속해서 모니터를 하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러면서 점차 혜영이 만들어졌던 것 같다. 다른 연기법으로 작품을 한 게 색다른 경험이었고 정말 많이 배웠다.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또 다른 무기 하나를 장착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안전하게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칭찬해 주고 싶다. 불도저라는 장비도 그렇고, 몸을 써야 하는 장면들도 많았는데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잘 촬영을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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