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가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마인드마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가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마인드마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누군가 잘못했겠지, 하지만 내 아들은 절대 아니야.”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가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남긴 채, 의식불명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된다.

병원 이사장의 아들 도윤재, 전직 경찰청장의 손자 박규범, 한음 국제중학교 교사의 아들 정이든 그리고 변호사 강호창의 아들 강한결.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부모들은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 

하지만 담임교사 송정욱의 양심선언으로 건우 엄마 또한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고, 세상의 이목이 한음 국제중학교로 향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한 가해자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게 된다. 

2017년 촬영을 마치고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가 드디어 관객과 만난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추악한 민낯과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며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가해자의 민낯을 담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가해자의 민낯을 담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싱크홀’ ‘타워’ ‘화려한 휴가’ 등을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일본 동명의 연극을 한국 정서에 맞게 스크린에 옮겨냈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학교폭력을 날카롭고 객관적으로 담아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피해자만 남고 가해자는 없는 학교폭력의 실체를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차별화된 시도로 그들의 잘못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해자 그리고 그의 부모들은 명확한 진실을 확인했음에도 반성이 아닌 회피를 택하고, 이를 덮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른다. 오로지 자신 혹은 자기 자식만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크린에 담긴 이들의 뻔뻔하고 추악한 얼굴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자아낸다.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낸 설경구(위 왼쪽). /마인드마크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낸 설경구(위 왼쪽). /마인드마크

하지만 동시에 과연 내가 그들의 부모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자식에 대한 문제라면 부모가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고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사실적으로 그려내 씁쓸한 공감을 안긴다. 

영화적 완성도도 높다. 탄탄한 스토리와 촘촘한 짜임새, 추리적 요소까지 더해져 끝까지 몰입을 놓지 않게 한다. 배우들 역시 안정적인 연기로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강한결의 아버지이자 변호사 강호창을 연기한 설경구는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김지훈 감독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출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가해자 중심이라는 점”이라며 “피해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더욱 아파하는 이유는 가해자들이 용서를 구하지 않고 회피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철저히 보여주면서 ‘왜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들은 미안해하지 않는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11분,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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