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올해 1분기 8명의 리턴맘을 채용했습니다.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올해 1분기 8명의 리턴맘을 채용했습니다. /스타벅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완연한 봄입니다. 포근해진 날씨와 다채로워진 풍경이 무척 반갑습니다. 무엇보다 2년 넘게 빼앗겨온 일상의 회복이 부쩍 가까워졌다는 점은 감격스럽기까지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던 일상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고 걱정 또한 완전히 떨쳐지지 않지만, 비로소 ‘진짜’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더욱 뜻 깊은 변화를 맞은 주변 지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주인공은 학창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온 부부인데요.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고, 동갑내기인 아이들을 같은 어린이집에 보내며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 부부 중 아내(편의상 A씨라고 하겠습니다)가 얼마 전부터 ‘리턴맘’이 됐습니다.

A씨는 결혼 전 스타벅스에서 관리자로 재직했었습니다. 매출이 최상위권에 드는 매장의 점장이었죠. 그러다 개인적인 결정으로 퇴사했고, 다른 곳에서 일하다 결혼 및 출산을 계기로 한동안 일을 쉬며 육아에 전념해왔습니다.

이후 아이가 자라고 어린이집에 완전히 적응하면서 A씨에겐 한결 여유가 찾아왔는데요. 때마침 스타벅스에서 인근지역의 리턴맘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곤 지원해 얼마 전 현업으로 복귀하게 됐습니다.

스타벅스의 리턴맘은 주 5일,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매장 관리자 직급입니다. 과거 점장 또는 부점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서류 및 면접 전형을 거쳐 채용하며, 제도의 이름은 리턴맘이지만 남성도 제한은 없다고 합니다. 이전엔 재직 중이던 직원이 곧장 리턴맘으로 전환하기도 했는데, 지난해부터는 리턴맘과 같은 형태의 육아기 근무제도가 도입됐다고 하네요.

리턴맘의 최대 장점은 역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A씨의 경우 보통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킨 뒤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고, 휴게시간을 포함해 오후 2시 30분에 퇴근합니다. 등하원에 별다른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겁니다. 아울러 상여금과 성과급,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리후생도 똑같이 누릴 수 있고요. 이후 본인이 원할 경우 풀타임 근무로의 전환도 가능합니다.

출산과 육아로 한동안 일을 쉬었던 경력단절 여성에게 재취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죠. 설사 구한다하더라도 근무여건이나 복지 등이 다소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스타벅스의 리턴맘 제도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무척 반가운 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제도는 비단 해당 직원에게만 좋은 게 아닙니다. 스타벅스도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최근에도 꾸준히 매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데, 한편으론 인력난에 따른 현장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특정 시간대에 손님이 몰리는 업종 특성도 존재합니다. 이런 가운데, 경험이 있는 인력을 붐비는 시간대에 투입할 수 있다는 건 무척 큰 도움이 되죠.

즉, 직원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좋고, 스타벅스는 그런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은 ‘윈-윈’인 겁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스타벅스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게 10여년 전인 2013년부터라는 것입니다. 당시 스타벅스는 여성가족부와 리턴맘 재고용 협약을 맺고 이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현장으로 복귀한 8명의 리턴맘을 포함해 현재까지 이 제도로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한 이들은 172명입니다. 이들 중 99명은 현재도 재직 중이며, 37명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풀타임으로 전환해 점장 또는 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많은 개선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사회의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히 거듭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도 그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는데요. 조사에 응한 여성(4,351명)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성불평등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이었습니다. 1순위~3순위까지 선택한 복수응답에서는 여성의 69.2%가 경력단절을 꼽았고, 특히 30대 여성에서는 85.1%의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직원과 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리턴맘 제도는 이러한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이상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벅스는 앞으로 리턴맘 채용을 지속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비단 스타벅스만이 아니라 동종·유사업계의 벤치마킹도 많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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