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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지훈 감독, 간절함과 책임감으로  
2022. 04. 2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돌아온 김지훈 감독. /마인드마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돌아온 김지훈 감독. /마인드마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싱크홀’(2021), ‘타워’(2012), ‘화려한 휴가’(2007) 등을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일본 동명의 연극을 한국 현실에 맞게 스크린에 옮겨냈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추악한 민낯과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낱낱이 파헤치며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연출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지훈 감독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학교폭력을 날카롭고 객관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피해자만 남고 가해자는 없는 학교폭력의 실체를 가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차별화된 시도로, 그들의 잘못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분노를 자아냄과 동시에 씁쓸한 공감을 안긴다.  

2017년 촬영을 마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긴 기다림 끝에 오는 27일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김지훈 감독은 “간절한 시간이었다”며 지난 5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가해자의 시선으로 학교 폭력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마인드마크
가해자의 시선으로 학교 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마인드마크

-드디어 관객과 만나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감개무량하다. 뜻깊고 간절한 시간이었다. 어렵고 두렵기도 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연출하고 개봉을 기다리면서, 하나의 영혼이 무너지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지내왔다. 좋은 원작을 만났고, 좋은 작가, 배우를 만나서 건우(극 중 학교 폭력 피해자)의 아픔을 전달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건우의 아픔을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두려운 마음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한 아이의 영혼이 파괴되고 극단에 달하는 과정을 영화적으로 내가 잘 표현했는가, 이 아이의 아픔을 공감했는가, 그 아이의 상처를 진심으로 아파했는가. 나의 진심과 마음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영화적으로 다 표현되진 않겠지만, 나의 진심이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원작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작을 접하기 전까지는 학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피해자가 되면 어떡하지 두려움 속에 있었다. 그런데 원작을 접하고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원작을 접했을 때 느낀 분노와 떨림, 소름 끼치는 상황들을 절대 겪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 절대 놓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한 생각들이 서사로 풀려서 관객을 만난다면 조금이나마 작은 외침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원작은 가톨릭계 여학교가 배경이었고, 한국 공연 때는 한국 여자중학교로 각색됐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시 이를 국제중 남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일로 재각색했다. 이유가 있다면.
“원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각색에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공간과 캐릭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제중은 기득권들이 만든 질서와 허영, 허세의 총 집합체를 표현하고자 선택했다. 자기들의 질서만을 정의로 세우고 있는 캐릭터가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변화를 줬다. 여학생에서 남학생으로 바꾼 이유는 원작과 차이를 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또 자연스럽게 아빠와 아들, 부자지간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한국 현실에 맞게 재탄생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마인드마크
한국 현실에 맞게 재탄생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마인드마크

-학교 폭력이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 사용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다. 어떤 고민을 했나.  
“물리적인 폭력은 치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도움을 통해서나 노력을 통해서. 그런데 영혼이 파괴되는, 영혼의 폭력은 치유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지옥은 영혼이 파괴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폭력의 자극성이나 아이를 가해하는 장면의 끔찍함 보다 하나의 영혼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파괴됐을 때 한없이 무너지고 회복되지 않은 절망의 끝을 보여주는데 연출적인 포인트를 뒀다.”

-현실에 기반을 둔 여러 사건들을 녹여낸 것 같은데, 취재 과정이 궁금하다. 또 취재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비겁하게도 취재를 많이 하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서 작가님에게 맡겨버렸다. 작가님이 해온 취재만으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게 진짜야? 실제야? 할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현실이 더 영화적이라 놀랐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5년 전 취재하고 조사한 것들이 여전히 현재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무섭고 공포스럽다. 취재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이가 마지막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망설이고 두려워하고 아파하는 장면이 CCTV 영상으로 남아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올라갈까 망설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폭풍 눈물이 났다. 미안함에 대한 눈물이었다. 그 모습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거다. 왜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우리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마음에 죄스럽게 남아있다.”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영화적인 재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했나. 
“서사의 방식이 연출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데,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어떤 표현 방식을 쓸 것이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아픔을 표현하고 그 아픔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이 이야기를 쫓아가는 방식, 장르적인 재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스터리나 스릴러 방식을 차용했다. 이 영화를 마냥 무겁고 불편하게 볼 게 아니라, 이야기는 계속 도망가고 관객은 그것을 쫓아가는 형식으로 표현하는데 연출적으로 포인트를 뒀다.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관객이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의 아빠이자 접견 변호사 강호창을 연기한 설경구. /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의 아빠이자 접견 변호사 강호창을 연기한 설경구(왼쪽). /마인드마크

-캐릭터의 직업군 설정도 흥미로웠다. 가해자 부모 캐릭터를 구상한 과정이 궁금하고, 그중에서 강호창(설경구 분)을 변호사 중에서도 접견 변호사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나리오 초고 때부터 강호창은 변호사로 결정된 상태였고, 의사와 전 경찰청장, 학교 내 선생님 등은 김경미 작가가 설정을 했고 나도 동의했다. 그 역할들이 절묘하게 자리를 잘 잡았던 것 같다. 기득권의 가장 핵심에 있는 만능주의 병원장과 학교 내부의 정보를 알고 있는 정선생, 정보를 규합할 수 있는 경찰,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변호사까지, 각 직업군이 절묘하게 선택되고 배치됐다고 생각한다. 강호창을 접견 변호사로 설정한 이유는 변호사라는 직업적인 부분보다 일차원적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자식을 위해 최후 변론을 하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아주 전문적인 것보다 변호사 중에 변두리에 있는 느낌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접견 변호사로 설정했다.”

-촬영을 마친 지 5년이 지난 작품임에도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나도 걱정을 했다. 5년 전에 찍은 작품이라 세월의 때가 묻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두 가지 현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발효되거나 부패되는 거다. 우리 영화의 생명이나 진심은 부패되지 않고 발효됐다고 생각한다. 건우의 아픔, 핵심 메시지가 살아 숨쉬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월에 녹이 슬지 않아 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지훈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야기했다. /마인드마크
김지훈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야기했다. /마인드마크

-원작자 하타시와 세이코 작가가 완성된 작품을 봤나.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시나리오만 보고 완성된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프로듀서가 시사회에 와서 영화를 보고 작가님에게 내용을 전달한 걸로 알고 있다. 나도 팬데믹 상황이 좋아지면 작가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두 가지를 말했다. ‘원작에 구애받지 말고 상상력을 펼쳐서 하라’는 것과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을 텐데’였다. 그럼에도 만들면 감사하겠다며 격려와 힘을 주셨다. 잘 찍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해주셨다.”  

-‘싱크홀’이나 ‘타워’처럼 재난영화를 많이 연출했는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신선한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학교폭력 문제도 하나의 재난으로 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화려한 휴가’도 역사적 재난이라고 생각했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도 영혼의 재난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다. 여타 재난영화에서 다루는 재난은 물리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회복이 되고 원상복구된다고 생각하는데, 건우 마음속의 재난, 영혼이 파괴되는 것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 더 고통스러운 작업이기도 했다. 이러한 재난은 지옥보다 더한 지옥이라고 생각하면서 찍었고,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희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용기와 희망을 갖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용기와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영혼이 파괴되는 상황에는 희망이 부재한다. 그래서 암울한 마음이었지만, 이 암울한 상황을 통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닿았으면 하나. 연출자로서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건우의 눈빛이 나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아이가 영혼이 파괴되는 상황까지 놓이게 하면 안 된다는 바람이 크다. 어떤 아이도 행복해야 할 명제가 있듯, 우리 아이들이 불행해지거나 영혼이 파괴되는 상황에 놓이면 안 된다는 것이 관객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우의 아픔을 관객들이 같이 고민하고, 그 아픔을 어루만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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