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부바’(감독 최종훈)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트리플픽쳐스
영화 ‘어부바’(감독 최종훈)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트리플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웃음도 감동도 없다.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에 마치 9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촌스러운 연출, 도무지 통하지 않는 웃음 코드까지, 107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참 더디게도 흐른다. 아쉬운 완성도의 영화 ‘어부바’(감독 최종훈)다. 

부산 해안가 포구의 어부바호 선장 종범(정준호 분)은 철없는 동생 종훈(최대철 분)의 느닷없는 결혼 선언과 늦둥이 아들 노마(이엘빈 분)의 첫사랑, 친구들과의 우정까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분신이자 아들 노마에게 엄마 같은 존재인 어부바호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종범은 가족과 어부바호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영화 ‘어부바’는 늦둥이 아들 노마과 철없는 동생 종훈 그리고 자신의 분신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범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다. ‘수상한 법정’(2019), ‘개 같은 것들’(2020)을 연출한 최종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관객을 사로잡아온 배우 정준호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부자로 호흡을 맞춘 정준호(위, 아래 왼쪽)와 이엘빈. /트리플픽쳐스
부자로 호흡을 맞춘 정준호(위, 아래 왼쪽)와 이엘빈. /트리플픽쳐스

아쉬운 결과물이다. 늦둥이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종범과 그의 철없는 동생, 일찍 철이 든 어린 아들까지, 세 남자의 끈끈한 가족애를 그리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대실패’다.

가장 큰 문제는 촌스러운 연출이다. 향수를 자극하는 구수한 촌스러움이 아니다. 말 그대로 지금 정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지나치게 예스럽고 묵힌 감성이 영화를 지배한다. 미장센부터 화면 전환, 사운드 등 모든 것이 올드하다. 특히 극이 진행되는 동안 반 이상(체감 80% 이상) 배경음악이 계속해서 깔리는데, 행복과 슬픔, 위기와 안정 등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단조로운 선택으로 촌스러움을 배가한다. 

스토리 역시 2022년 개봉하는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다. 종범과 노마, 종훈을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인물들과의 관계 속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냈는데, 장황하고 산만할 뿐 아니라 뻔하고 진부해 도저히 집중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막걸리 심부름 에피소드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시대극도 아닌 현대극에서 막걸리 심부름이 웬 말인가.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은 ‘어부바’. /트리플픽쳐스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은 ‘어부바’. /트리플픽쳐스

학교 폭력 소재를 극적 재미를 위한 도구로 소모해버린 선택도 아쉽다. 이유가 어떻든 돌로 친구의 머리를 내리친 아이를 두고 잘못이 없다고 두둔하는 종범의 모습을 절절한 부성애로 포장한다거나, 학교 폭력 위원회를 고소당할까 두려움에 떠는 바보천치로 만든 연출자의 안일함에 화가 날 지경이다. 

웃음 타율도 낮다.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지지만, 언제 어디서 왜 웃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최종학 감독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소소한 내용의 즐겁고 행복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젊은 세대만 보는 자극적이고 센 장르 영화가 아닌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관객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오는 5월 11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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