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지난 25일 실내 다중이용시설 취식이 허용됐다. 이에 따라 극장가를 비롯한 영화산업 전반에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배치된 안내문. /뉴시스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지난 19일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지난 25일 실내 다중이용시설 취식이 허용됐다. 이에 따라 극장가를 비롯한 영화산업 전반에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세 차례 인상으로 급격히 오른 관람료가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CJ CGV(이하 CGV)’가 이달 4일부터 적용한 인상분은 1,000원~5,000원 사이로, 2D영화 관람료 기준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이 됐다. CGV는 인상 결정의 배경으로 “적자 누적으로 가중된 경영위기와 제작 및 투자‧배급 등 영화산업 생태계 전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티켓 1장 당 수익 분배비율 ‘반반’ 가량… 인상시기 별 관객수 ‘엇비슷’, 매출 소폭 ‘상승’

영화산업의 수익은 대부분 극장수입이 차지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지난 2019년 기준 전체 영화산업 매출에서 극장 매출의 비중은 76.3%다. 극장상영으로 기록한 티켓 판매량을 기준으로 극장과 영화제작업계는 수익을 나눠 갖는다.

현재 관람료 수익 분배율은 국내 영화계 주요 단체 및 기업 26곳이 참여한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2011년 10월 21일 출범)’를 통해 정해졌다. 지난 2013년 협의회를 통해 CGV·롯데시네마는 서울 직영관 대상 배급사(제작사·투자사 포함)와 상영관 사이 한국영화 매출액 분배비율을 각각 55대45로 조정한 바 있다(CGV 6월, 롯데시네마 9월). 

티켓 1장 기준 2.9%가량의 영화발전기금과 각종 할인 프로모션 비용을 제한 나머지는 극장과 영화제작업계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한 영화제작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제작사‧투자사의 수익은 관람료 1만원 기준 4,200원이 발생한다. 이후 해당 수익을 제작사와 투자사가 각각 4(1,680원)대 6(2,520원)으로 나눠 갖는 구조다. 

이에 본지는 이번 인상이 제작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여지가 있는지 파악하고자 관람료 인상 시기별 △관객수 △극장매출액 등의 증감률을 알아봤다. 관람료 인상(CGV, 주말 오후 기준)은 지난 2013년 4월 1만원을 넘어선 이후 △2016년 4월(1만1,000원) △2018년 4월(1만2,000원) △2020년 10월(1만3,000원) △2021년 3월(1만4,000원) 이뤄진 바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매월 발간하는 ‘한국영화산업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2년 총 관객수는 1억9,489만명으로 기록적인 성장세(2011년 대비 22.0%, 3,517만명↑)를 보였다. 관람료 인상이 있었던 2013년 관객수의 경우 2억1,335만명으로 전해와 비교해 증가율은 적었다. 다만 20년(2002~2021년) 동안 두 번째로 큰 증가치(2012년 대비 9.47%, 1,846만명↑)를 보이며 전년의 여세를 이어간 바 있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2억명을 돌파한 관객수는 2018년까지 2억1,000만명 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접어들기 직전 해인 2019년에는 2억2,668만명으로 전년 대비 1,029만명 증가한 바 있다. 관람료 인상이 있었던 2016‧2018년에는 소폭 줄어든 바 있는데, 당시 관객수는 각 해 전년 대비 각각 27만명(0.12%)‧348만명(1.58%) 줄어들었다.

매출의 경우 관람료 인상에도 지속 상승했다. 인상된 각 해의 매출은 전년대비 적게는 278억원(2016년)에서 많게는 962억원(2013년)까지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이에 비춰 2013~2019년 기준 관람료 인상에 따른 관객수 감소치는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웠으며, 매출은 지속적으로 0.76%(2016년)~6.61%(2013년) 사이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2020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장 좌석에 거리두기 표시가 돼있는 모습. /뉴시스 

◇ 현재 관람료에 소비자들의 반발심리 커… 우려의 시선 보내는 제작업계

세간에서는 이번 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새 1만5,000원대까지 오른 관람료가 갑작스럽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더욱이 2인 기준 주말 관람료는 3만원에 이르렀고 팝콘·콜라 등을 구매하면 4만원을 훌쩍 넘어서게 되는 만큼, 소비자들 사이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석진(35) 씨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관람료) 1만5,000원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과장을 보태면 비현실적인 느낌”이라며 “여름용 블록버스터와 같은 대작을 보러 두어 번 정도는 갈 수 있겠지만 비교적 단조로운 영화를 보러 지금의 티켓 값을 지불할 것 같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경주(34) 씨의 경우 “제품 구매와 같이 소유가 아닌 대여에 가까운 관람 가격 치고 너무 비싸다. 지금으로선 누가 극장에 가겠나싶다”며 “차라리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구매하거나 스포츠 경기장, 공연장에서 여가를 보내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영화산업 종사자도 이번 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냈다. 산업에 종사하는 입장으로도 지금의 가격이 갑작스럽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기에 넷플릭스·티빙 등 OTT라는 대체재가 생긴 만큼, 한 달 구독료와 비슷하거나 넘어선 관람료를 1회 관람에 지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보는 입장이다.

한 영화제작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영화산업이) 이제 막 회복을 앞둔 시기인 만큼 극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게 최우선 목표인데, 현재 가격은 진입장벽을 높이는 게 아닌가 싶다”며 “현재 관람료를 두고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가 영화 1인 티켓이 넷플릭스 한 달 요금보다 비싼 상황에 누가 극장을 가겠냐는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영화제작업계 관계자는 “관람료 인상이 제작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 건 맞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제작업계 수익회복에 효과가 있냐에 대해선 단언할 수 없다”며 “관객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데에 극장과 제작업계가 목표를 같이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가격에 극장을 찾아올 것이란 보장이 있겠나? 현재 관람료는 관객 유입에 부담이 된다고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통화한 영화제작업계 관계자의 경우 “(가격인상이 제작산업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부정적이다”라며 짧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7년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관객들이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장을 가득 메운 모습. /뉴시스
지난 2017년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관객들이 영화의 전당 야외상영장을 가득 메운 모습. /뉴시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10년여 간 관람료 인상 당시 관객수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비슷하게 유지됐다. 매출의 경우 인상 시기 당해에도 꾸준히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관람료 인상이 영화제작업계 수익향상에 도움을 줄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만 지난 1년 6개월 간 세 차례 인상으로 형성된 현재 관람료에 소비자들 사이 반발심리는 꽤 큰 상황이다. 또한 높아진 가격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상영관 다수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투입된 국내영화는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 25% 상승한 관람료는 당분간 관객 동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전체 영화산업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 최종결론 : 판단 보류 

 

※ 참고자료
 -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산업결산보고서’ 
(2002년, 2012년, 2013년, 2021년 연간 결산 자료)
 - 영화제작업계 관계자 인터뷰
 - 다수 취재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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