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걸어 나오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오후 청와대 본관을 걸어 나오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정부가 9일 자정을 기해 임기를 종료하고 윤석열 정부에게 정권을 이양한다. 탄핵으로 대통령이 궐위된 상태에서 치러진 19대 대선이었다. 그러다보니 문 대통령은 취임식조차 약식으로 열고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5년 뒤, 문 대통령은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역대 최대 지지율에도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대통령으로도 기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쉴 틈 없이 국정 운영을 해온 문 대통령은 이제 본인이 원하던 ‘잊혀진 삶’을 살기 위해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내려간다. 

쉴 틈 없이 국정운영에 매진해온 문 대통령, 문재인 정부 5년 간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를 꼽자면 ‘평화’, ‘방역’, 부동산‘일 것이다.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다시 빛날까'

문 대통령 임기 초반의 화두는 ‘한반도 평화’였다. 2017년 취임 직후 한반도 정세는 험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속 남북 관계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를 언급했다.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문 대통령의 노력은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5·26 2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대화를 이끌어냈고, 이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도 견인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 운전자론’(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 빛을 발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나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게다가 탈북민 단체 전단 살포에 반발한 북한이 남북 통신선을 끊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거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신형 무기 개발 등이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의 길은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최근까지도 서신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이 최근 임기 종료를 맞아 김 총비서에게 “남북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의 귀중한 동력으로 되살아날 것을 언제나 믿고 기다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냈다. 김 총비서 역시 비슷한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대화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닌 셈이다.

◇ 국정 후반기 동력은 코로나19 대책

2020년부터 전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 사태는 문 대통령 후반기 국정 운영의 주요 키워드가 됐다. 국정 동력의 많은 부분을 코로나19 방역과 피해지원에 쏟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반 ‘3T(검사·추적·치료) 원칙’을 바탕으로 전면 봉쇄 없이 방역에 성공해 국제무대에서도 ‘K-방역’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2022년 5월 현재, 실외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사실상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의 길로 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아무도 못 했던 것 같다. 완전봉쇄의 길은 가지 않은 덕에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사망률과 치사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방역 수칙이 수없이 바뀌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에 비해,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아울러 방역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대처에 국정 동력이 집중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지방분권, 최저임금 인상 등 다른 국정과제는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던 문제도 있다. 

◇ 부동산 정책, 정권교체 부메랑

코로나19는 문재인 정부에 또 다른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있다”는 발언까지 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2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 집값 상승의 원인을 부동산 투기로 인식하고 수요규제에 맞춘 정책을 폈지만, 2020년부터는 주택공급확대 기조로 전환했다. 임기 초 펼친 수요 억제를 위한 대출 규제 등은 여론의 반발을 낳았고, 집값이 계속 오르자 ‘패닉바잉’을 하는 ‘영끌족’들도 등장했다. 이에 수도권 인근 주택공급 확대를 발표했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시장은 안정되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코로나19 사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는 재정을 풀어줬다. 그렇게 유동성이 높아진 자금들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방송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코로나 시기에 재정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아주 풍부해지고 저금리 대출을 빌려서 부동산을 사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린다), 이런 것 때문에 가수요를 불러일으키기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대담에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일찍, 강력하게 했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못해 싸늘해졌던 민심은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사태, 고위공직자 다주택 소유 논란 등이 겹쳐지며 더욱 식어갔다. 특히 수도권 민심 이반은 ‘5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기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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