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로 뭉친 (왼쪽부터) 송강호‧이주영‧이지은‧강동원. /CJ ENM
영화 ‘브로커’로 뭉친 (왼쪽부터) 송강호‧이주영‧이지은‧강동원. /CJ ENM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송강호‧강동원‧배두나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브로커’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묵직한 울림을 안길 예정이다. 

1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브로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송강후‧강동원‧이지은‧이주영이 참석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도쿄에서 화상 연결로 취재진을 만났다. 배두나는 해외 촬영 일정상 불참했다. 

영화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제66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어느 가족’(2018)으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하는 첫 한국영화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번 제작보고회는 엔데믹 시대를 맞아 대면 행사로 진행돼 많은 취재진이 모여 열기를 더했다. 특히 ‘브로커’가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아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대면 행사로 진행된 ‘브로커’ 제작보고회 현장. /이영실 기자
대면 행사로 진행된 ‘브로커’ 제작보고회 현장. / 사진=이영실 기자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에 대해 “일본에 ‘아기 우편함’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에도 그런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를 둘러싸고 선의와 악의가 뒤엉킨, 각종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게 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한국영화를 연출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배우들과도 인연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막연한 이야기를 나눠오다가 6년 전 한 플롯을 떠올리게 됐는데, 이 이야기라면 한국 배우들과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떠올린 장면은 신부 차림을 한 송강호가 아기를 안고 있는 거였다”며 “‘언뜻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영화의 시작을 밝혀 이목을 끌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부터 ‘어느 가족’까지, 매 작품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한 삶과 인물을 날카로우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오며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브로커’를 통해서도 특유의 통찰력으로 따뜻한 위로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사 가족이 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영화를 다 끝내고 보니 생명을 둘러싼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하게 된다”며 “태어난 생명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도 기대 포인트다. 특히 ‘의형제’(2010)로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와 강동원이 재회하고, ‘공기인형’(2010)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협업했던 배두나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기대를 더한다. 

‘브로커’로 돌아온 송강호. /CJ ENM
‘브로커’로 돌아온 송강호. /CJ ENM

먼저 송강호는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을 연기한다. 영화 ‘나랏말싸미’(2019) 이후 3년 만에 돌아오는 송강호는 “따뜻함에서 시작해서 차가움 그리고 냉정한 시선으로 우리가 서있는 세상을 바라보게끔 영화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새로운 도전이자 설레는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브로커’와 함께 한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는 인간적이면서도 소탈한 소시민의 얼굴로 영화에 여유와 따스함을 더할 전망이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부터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집필한 만큼 오직 송강호만이 그려낼 수 있는 특유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모습부터 묵직하고 깊은 내면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강호는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강동원보다 더 멋있게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가장 신경 썼다”고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놔 웃음을 안겼다. 이어 “상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지만, 과거 삶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는 비도덕적일 수 있으나 본심은 굉장히 순수하고 따뜻한, 또 그걸 추구하고 그리워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선과 악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인물을 만들어낸다”며 “단색이 아닌 다채로운 색을 띠고 있고, 그렇게 인물을 묘사해나가기 때문에 깊이 있고 탁월한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또 “크랭크인 하기 전 봉준호 감독과 식사를 했는데, 외국에서 영화를 찍으면 불안한 느낌이 있겠지만 현장이 시작되면 무조건 송강호에게 맡기면 된다고 하더라”며 “송강호는 태양과 같은 존재라 현장을 모두 밝게 비출 것이고, 잘 될 거라는 말을 해줬다”고 봉준호 감독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정말 그랬다”며 “안심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송강호를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송강호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단순히 국적이 다른 감독이 한국영화를 완성했다는 것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해 공유하고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국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브로커’에서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강동원. /CJ ENM​
​‘브로커’에서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강동원. /CJ ENM​

강동원은 상현의 파트너 동수로 분해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동수는 버려지는 것이 어떤 상처로 남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아기를 잘 길러줄 양부모를 찾는 일에 진심인 인물로, 강동원은 깊은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몰입감을 높일 예정이다. 

강동원은 “동수는 어떤 사명감으로 아이를 입양시키는 인물”이라며 “보육원에서 자라는 것보다 가정에서 자라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실제 보육원에 찾아가 보기도 하고,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감정과 아픔을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송강호와 12년 만에 재회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의형제’ 때보다 호흡이 훨씬 더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며 “나도 조금 더 나이를 먹다보니 대화도 더 잘 됐던 것 같고, 현장에서도 호흡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송강호도 “원숙함과 깊이감이 생겼다”며 “강동원의 성숙함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후배의 성장을 보며 뿌듯해했다.  

배두나는 브로커의 여정을 집요하게 뒤쫓는 형사 수진 역을 맡았다.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때론 열정과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담아낼 전망이다. 배두나와 ‘공기인형’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시 한 번 대단한 연기를 보게 돼 놀랐다”고 감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빈틈도 없고 허점이나 버릴 게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며 “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주로 연기를 했는데, 미묘한 순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다. 저력이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배두나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지은과 이주영도 함께한다. 이지은은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없는 엄마 소영으로 분하고, 이주영은 수진과 함께 브로커를 쫓는 후배 이형사 역을 맡아 새로운 시너지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로커’로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이지은. /CJ ENM​
‘브로커’로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이지은. /CJ ENM​

이지은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게 된 것에 대해 “엄마 역할은 처음이라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며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고,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극 안에서 소영이 준비되지 않은 엄마 역할이라 아이를 안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고 준비 과정을 언급했다. 

비주얼에 대해서는 “평소에 시도하지 않았던 스모키 메이크업이나 탈색 머리를 했다”며 “분장팀이 아이디어를 줘서 시도하게 됐다.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하다 보니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의 잊지 못한 순간도 떠올렸다. 이지은은 “송강호 선배가 촬영이 끝났는데 퇴근하지 않고 기다리셨다”며 “차로 뛰어가서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했는데 ‘모니터링했는데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나서 차가 멀어져 가는데 그 장면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눈물도 고였다. 인생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여러 느낌들을 전달하는 복합적인 장면이었는데, 연기적인 테크닉도 그렇지만 정확하게 빈틈없이 완벽하게 표현하더라”며 “그래서 따로 불러서 칭찬을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강동원은 칭찬받은 적이 없다”며 “그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주영도 함께 한다. /CJ ENM​​
이주영도 함께 한다. /CJ ENM​​

이주영은 형사 역할에 대해 “상상하는 전형적인 타입이 있을 텐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속 존재하는 인물들은 모두 발견되지 않은 인간성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며 “이형사가 무조건적인 수사 목적이 아니라 소영의 속사정을 궁금해하고 이해하고 싶어 하는 면모가 글로 잘 쓰여 있어서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진과 이형사도 전문적인 형사로서의 모습보다 조금은 어설프고, 자연스럽고 유쾌한 분위기를 살리고 그런 색채를 묻히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배두나 선배가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 줘서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영화계 보물 같은 배우들과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제작진과 함께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만들었는데, 재미가 없으면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나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칸에서 영화를 선보일 수 있게 돼서 첫 출발을 아주 잘 끊을 수 있게 됐다”며 “한국 관객들과도 곧 만날 텐데 기쁘게 생각하고 무척 기다려진다. 그때는 화상이 아니라 직접 관객과 만나겠다”고 전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브로커’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공개된 뒤 오는 6월 8일 국내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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