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10일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국민’이었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명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국민’을 취임식에 세운 것도 국민과 함께 취임식을 만들어가자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취임식에서는 이러한 ‘상징’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여럿 연출됐다. 차량을 통해 연단까지 이동하던 기존 취임식과는 달리, 국민 초청석을 가로질러 도보로 이동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사회의 각 영역에서 헌신한 스무 명의 국민대표와 손을 잡고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취임사에서도 국민을 향한 메시지는 선명했다. 그는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 ‘자유 가치 회복’ 강조한 윤 대통령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늠할 수 있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뤘다. 이날 17분 가량 취임사에서 그는 ‘자유’라는 단어를 총 35번 반복했다. 국내·외적으로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와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바로 ‘자유’”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며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강조했다.

양극화 문제 해소와 과학‧기술‧혁신을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문제를 도약과 빠른 성장을 이룩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며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며 존엄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선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 전제로 ‘비핵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박근혜에 고개 숙여 환송

이날 취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그간 정치적 관계 등으로 얽힌 감정을 뒤로하고 새로운 대통령의 출발을 축하했다. 윤 대통령도 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취임식의 말미를 장식했다.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환송하는 순간에는 윤 대통령이 앞장서서 걸었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손을 내민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윤 대통령은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문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국회를 나가는 순간에도 인사는 계속됐다. 

참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보라색 상의와 회색 바지를 입고 취임식을 지켜봤다. 연단에 올라선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네자 박 전 대통령도 환하게 화답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에는 김건희 여사가 박 전 대통령을 모시며 연단을 내려갔다. 문 전 대통령을 배웅한 윤 대통령도 곧장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국민’과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5년의 임기 첫발을 뗐지만, 문제는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 나갈지 여부다. 이날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그간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 통합 등의 메시지가 빠진 것도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우려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 삶을 내리누르는 위기를 헤쳐 나갈 구체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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