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시오페아’(감독 신연식)가 극장가에 먹먹한 울림을 선사한다. /트리플픽쳐스
영화 ‘카시오페아’(감독 신연식)가 극장가에 먹먹한 울림을 선사한다. /트리플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혼 후 변호사,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진(서현진 분)은 하나뿐인 딸 지나(주예림 분)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안성기 분)가 손녀를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얼마 후 수진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뜻밖의 결과를 듣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잊을까 봐 두려워하는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는 수진의 곁을 지키고, 기억을 잊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 부녀만의 애틋한 동행이 시작된다. 

영화 ‘카시오페아’(감독 신연식)는 변호사,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은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수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동주’ 각본과 ‘페어 러브’ ‘러시안소설’ ‘조류인간’ ‘배우는 배우다’ ‘프랑스 영화처럼’ ‘로마서 8:37’ 그리고 최근 송강호 주연의 ‘1승’까지 탄탄한 필력과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신연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관록의 배우 안성기와 연기파 배우 서현진이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부녀로 호흡을 맞춘 서현진(왼쪽)과 안성기. /트리플픽쳐스
부녀로 호흡을 맞춘 서현진(왼쪽)과 안성기. /트리플픽쳐스

영화는 치매 환자와 그를 돌보는 가족의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 먹먹한 감동을 안긴다. 특히 엄마와 딸이 아닌, 아빠와 딸 다소 서먹서먹한 부녀관계를 통해 가족 간의 상처와 치유, 결핍과 화해를 이야기하며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인우는 과거 해외 근무로 인해 딸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한 것이 늘 미안하다. 그런 아버지의 부재로 수진은 홀로 상처를 감내하며 누구보다 강하게 살아왔다. 멀게만 느껴지던 두 사람이 절망의 순간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곁을 지키는 모습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며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아프고 슬플 수밖에 없는 소재의 이야기를 신파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담담하게 그려낸 점도 좋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점점 어린아이로 변해가는 수진의 모습, 그런 딸을 묵묵히 지키는 인우의 감정을 진정성 있게, 그러나 과하지 않게 담아내 더 큰 울림을 준다. 

치매 환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담아낸 ‘카시오페아’. /트리플픽쳐스
치매 환자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담아낸 ‘카시오페아’. /트리플픽쳐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먼저 수진을 연기한 서현진은 성공한 변호사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점점 어린아이로 변해가는 수진의 모습을 특유의 깊이 있는 감정 연기와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으로 소화한다. 그동안 보지 못한 그의 새로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인우로 분한 안성기는 뜨거운 서현진 옆에서 적절한 온도로 극의 균형을 맞춘다. 감정을 겉으로 분출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딸을 지키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묵직한 연기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수진의 딸 지나 역을 맡은 어린이배우 주예림도 제 몫을 다한다.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면모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의젓한 모습으로 마음을 흔든다.  

신연식 감독은 “부녀관계, 육아와 양육의 의미 나아가 삶의 의미를 고찰할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육아와 양육의 목표는 자녀의 독립이지만 부모는 자식이 세상에 나아가서 결국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카시오페아’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아버지에게 새로운 양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판타지”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02분, 오는 6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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