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뜨거운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손석구일 거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지금 가장 뜨거운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손석구일 거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안방에서도, 스크린에서도 지금 가장 뜨거운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손석구일 거다. JTBC ‘해방일지’ 속 미스터리한 남자 구씨로, 영화 ‘범죄도시2’의 극악무도한 빌런 강해상으로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무덤덤하다. 그저 들뜨지 않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솔직하게 연기하겠다는 그다.    

영화 ‘범죄도시2’ 강해상도 손석구의 솔직함으로 완성된 캐릭터다.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작품으로, 2017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범죄도시’(2017) 후속편이다.

손석구가 연기한 강해상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악행을 일삼으며 자신에게 거슬리는 인물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는, 아무도 잡지 못한 범죄자다. 당초 ‘범죄도시2’ 시나리오 속 강해상은 전편 악당 장첸(윤계상 분)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이를 뛰어넘을 만큼 더 세고 자극적인 설정이 많았다. 

하지만 손석구는 자극을 위한 작위적인 설정, 장치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단숨에 증명해냈다. 그가 완성한 새로운 빌런 강해상은 별다른 대사 없이도, 거친 욕설 없이도, 섬뜩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그의 광기 어린 눈빛은 장첸을 완전히 잊게 만들 만큼 강렬했다. 

디즈니+ 시리즈 ‘카지노’ 촬영차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손석구는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해방일지’에 이어 ‘범죄도시2’까지 연이어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늘 하던 것을 잘 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강렬한 빌런 강해상을 연기한 손석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2’에서 강렬한 빌런 강해상을 연기한 손석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해방일지’에 이어 영화 ‘범죄도시2’까지 같은 시기에 공개가 됐고, 두 작품 모두 반응이 뜨겁다. 배우를 향한 칭찬도 많은데, 기분이 어떤가. 
“지금 한국이 아니다. 필리핀에서 ‘카지노’라는 드라마를 거의 두 달째 찍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실감이 안 난다. 시간 날 때마다 댓글을 많이 챙겨 보려고 하는데, 한계가 있더라.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반응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해서 감사하다. 들뜨지 않고 늘 하던 것을 잘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 결국 강해상도 나고 구씨도 나다. 갭이 보인다고 하면 배우로서 굉장히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뿌듯하다. 그런 이야기도 하더라. 강해상이 마석도 피해서 산포시로 도망간 거 아니냐고.(웃음) 같은 시기에 나오다 보니 만들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거리아니겠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멜로가 체질’ 방송 끝날 때쯤 이상용 감독님을 만났다. 제안을 받고 꽤 많은 고민을 했다. 우선 내가 액션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하는 건 더욱더 그렇다. 전문적으로 해본 적도 없고. ‘범죄도시’ 자체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지만, 내가 직접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크게 욕심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용 감독님을 만나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너무 뜨겁더라. 그 열정에 마음이 바뀌었다.”

-‘범죄도시’ 전편에 대해서는 어떤 감상을 갖고 있었나. 2편에 합류하면서 부담은 없었나. 
“극장에서 보고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형사물이 나오는구나 싶었다. 엔터테이닝의 극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금도 많이 본다. 어쩌다 우연히 보게 되면 채널이 안 돌아가는 영화가 있잖나. ‘범죄도시’가 그렇다. 한 장면 한 장면 다 재밌다. 부담감은 없었다. 실제로 촬영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새가 없다. 하나의 독립된 작품을 대하게 되지 전편이 이랬으니 이번엔 이래야지 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라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하게 된다. 그래서 부담 같은 것은 전혀 없었고 마냥 재밌게 촬영했다. 정말 재밌었던 현장이었다.”

-결과물을 본 소감은. 
“촬영할 때 다양한 버전으로 연기를 했다. 이상용 감독님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영화를 몇 편 뽑을 수 있을 정도일 거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이 생각하는 해상이 이런 모습이었구나 알게 됐다. 신기했다.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훨씬 더 객관적으로 봤던 것 같다. 내가 연기하고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해상을 봤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손석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손석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강해상을 어떤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나. 
“울분에 차 있는, 굉장히 화가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의식도 강하고. 그래서 별것도 아닌 걸로 트리거가 확 올라오는 다혈질적인, 한 번 눈이 돌아버리면 앞뒤 재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순간의 감정에 일단 몸부터 움직이는 인물로 설정하고 달렸다.” 

-강해상이 배우 손석구를 만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 시나리오 속 강해상은,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조금 더 ‘양’(양아치)스러웠다. 욕도 더 많이 하고. 그런데 내가 감독님에게 욕은 안하고 싶다고 했다. 욕을 한다면 대척점에 있는 경찰들한테가 아니라 (관계없는) 시민들에게 하자. 그래서 따로 신을 만들었다. 그게 거의 유일하게 욕하는 장면일 거다. 한 번에 더 큰 충격을 안겨주자고 생각했다. 말수를 줄이고 행동이 먼저 충동적으로 나가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무게를 조금 더 실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위해 10kg 증량을 하기도 했다고. 외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의상 실장님에게 주황색 옷을 입고 싶다고 했다. 영화에서 해상이 옷을 많이 갈아입지 않는데, 왠지 주황색이 입고 싶었고 의상팀에서 그 의상을 제작해 줬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만약 해상을 실제로 목격하면 ‘주황색 점퍼 입은 미친놈’이라고 각인될 것 같았다. 체중 증량은 무조건 많이 먹었다. 몸을 키우는 게 재밌더라. 멋있는 근육보다 그냥 무식하게 최대한 키운 몸을 만들고자 했다. 단백질을 많이 먹다보니 만성피로가 생겨서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웃음)” 

거친 액션도 완벽 소화한 손석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거친 액션도 완벽 소화한 손석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앞서 마동석이 ‘어마어마한 액션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액션 신을 연기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진짜 같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내가 연기할 때 갖는 목표인데, 액션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함보다는 리얼함에 더 중점을 뒀다. 감독님과 무술감독님이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결과가 잘 나오면 당연히 너무 뿌듯하다. 무술감독님도 최근 찍은 영화 중 가장 만족한다고 하셨다. 진심이겠지? 하하. 그런 말을 들으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다. 그런데 사실 액션보다 말로 하는 연기가 더 좋다.(웃음)”

-마석도 형사와의 대결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두들겨 맞으면서도 독기 어린 해상의 눈빛이 굉장히 강렬했는데, 배우의 해석이었나. 또 직접 겪어 본 마동석은 어땠는지.  
“같이 액션 장면 촬영하면서 (마)동석 형의 몸을 만져봤는데, 너무 딱딱해서 진짜 놀랐다. 철판이 들어있는 줄 알았다. 팔도 그렇고 쇠를 만지는 것 같았다. 뭐 넣은 거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어떻게 이렇게 몸이 딱딱하지 신기해하면서 연기했다. 마석도와 해상의 대결 장면은 드디어 만났다,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 이런 마음으로 했다. 나도 완성된 장면을 재밌게 봤다. 감독님이 강해상이 심하게 맞아도 마석도를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도 매우 동의한 부분이다. 편집에서도 그 부분을 잘 살려주셨더라. 맞으면서도 악함이 보이는 것 같았다.”

손석구가 ‘범죄도시’ 시리즈 재출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손석구가 ‘범죄도시’ 시리즈 재출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만약 기회가 된다면 ‘범죄도시’ 시리즈에 다시 출연할 마음도 있나.  
“없다. ‘범죄도시’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브랜드가 확고해지고 사랑을 받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범죄도시’에도 맞다. 강해상 캐릭터도 시작과 끝이 명확하게 있어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빌런에게 전수할 ‘팁’이 있다면.   
“‘범죄도시’는 다 같이 만드는 영화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나는 찍기만 하고 너는 연기만 하고 누구는 제작만 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캐릭터를 구축한다. 배우의 힘을 믿는 영화이기 때문에 구리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라도 일단 던져보고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눈치 볼 것 없이.” 

-‘범죄도시2’만의 강점을 꼽자면. 
“전편의 가장 큰 장점이 넘치는 현실감이었다면, 2편은 기존 ‘범죄도시’ 시리즈만의 개성을 극대화시킨 거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코미디, 확실한 액션, 확실한 범죄자들의 공포 등을 극대화시켰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확실하게 처방전을 내린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 OTT까지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배우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 추구하는 연기 스타일은 무엇인가.  
“솔직한 연기가 좋은 것 같다. 그러려면 내가 누군지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들뜨다 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니까 그냥 나다운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또 그 안에서 내가 잘 변화해야할 거다. 그러려면 나이를 잘 먹어야 한다. 그래야 항상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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