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7 14:00
‘신사업 박차’ 하림, 곱지 않은 시선 거듭되는 이유
‘신사업 박차’ 하림, 곱지 않은 시선 거듭되는 이유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2.05.2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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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림이 최근 즉석밥을 출시했다. /뉴시스
가정간편식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하림이 최근 즉석밥을 출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육계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한 하림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시하는 제품마다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사업을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향후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 주목된다.

◇ 즉석밥 선보인 하림, 업계는 ‘싸늘’

하림은 지난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더 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가정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장인라면’을 가장 먼저 선보였으며, 지난달 ‘유니자장면’에 이어 최근엔 즉석밥 제품인 ‘더 미식 밥’을 출시했다.

하림은 특히 ‘더 미식 밥’을 선보이며 지난 16일 출시간담회까지 개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엔 지난해 ‘더 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장인라면’을 출시했을 때처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그런데 ‘더 미식 밥’은 출시 이후 시장의 뜨거운 반응보다 업계의 싸늘한 반응이 더 주목을 끌고 있다.

하림은 ‘더 미식 밥’을 출시하며 ‘무첨가제’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집에서 밥을 지을 때처럼 다른 첨가물 없이 국내산 쌀과 물로만 지어 밥 본연의 풍미를 살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홍국 회장은 “적잖은 사람들이 식구들에게 즉석밥을 줄때 착잡해 한다고 들었다”며 “따듯한 밥 한 끼 못해준다는 미안함, 뭔가를 첨가했을 것 같은 찝찝함, 인스턴트식품을 준다는 죄책감 없이 즉석밥을 드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허준 하림산업 대표 역시 “그동안 즉석밥에서 특유의 시큼한 향이 났던 이유는 첨가물 때문인데, 이런 즉석밥은 산도가 ph4~6 정도지만 ‘더 미식 밥’은 집에서 지은 밥처럼 중성인 ph7이 나온다"며 자체조사 결과 즉석밥을 먹지 않는 소비자 중 60%가 냄새에 불만이 있고, 이 중 47%는 특유의 냄새가 없으면 즉석밥을 먹을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불편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자칫 소비자들이 기존 즉석밥에 문제가 있는 첨가제가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즉석밥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햇반’엔 99.9%의 국내산 쌀과 미강추출물만 들어가고, 오뚜기의 ‘오뚜기밥’은 국내산 쌀 99.9%와 산도조절제가 들어간다. 쌀겨에서 나오는 성분인 미강추출물은 식품에 해당하고, 산도조절제는 상당수 다른 식품에 들어가는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는 게 각 사의 설명이다. 또한 미강추출물과 산도조절에 모두 즉석밥의 품질 제고를 위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차별성을 강조해야 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자칫 즉석밥 시장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바람직한 마케팅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같은 논란이 과거에도 있었다. 하림은 지난해 3월 즉석밥 ‘순밥(순수한 밥)’을 선보이며 마찬가지로 ‘무첨가제’라는 점을 강조했다가 이번과 같은 반응을 마주한 바 있다. 그리고 ‘순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 됐다. ‘순밥’을 통해 시장을 파악하고 보완해 ‘더 미식 밥’을 선보였다는 게 하림 측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이미 실패한 제품과 마케팅을 포장만 바꿔서 재탕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대 중반에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하림은 2004년 냉동햄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발색제인 아질산염을 넣지 않았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두고 육가공협회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해 국내 육가공품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초래하는 부메랑효과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림 측은 “하림은 제품 하나하나 제대로 만들고 제값을 받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더 미식 밥’도 어떻게 하면 집에서와 같이 지을 수 있을 지에서 출발했다.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강점을 말한 것이지 경쟁사의 경쟁 제품이 나쁘다거나 폄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프리미엄’ 전략 고수… 김홍국 회장의 선택 통할까

하림이 ‘더 미식’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마주한 논란은 이뿐 만이 아니다. ‘고가 논란’ 역시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사안이다.

하림이 ‘더 미식’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 ‘장인라면’과 ‘유니자장면’, ‘더 미식 밥’의 공통점 중 하나는 비싼 가격이다. 동종 제품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2~3배 이상 비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하림의 ‘고가 전략’이 자칫 전반적인 가격 인상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다른 한편으론 이 같은 전략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도 가시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제품군이라면 모르겠지만, 라면 시장은 고가 전략이 통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미 입증된 상태”라며 “즉석밥 역시 이러한 전략이 먹힐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하림 측 관계자는 “오랜 기간 많은 준비를 해서 가정간편식 시장에 진출한 만큼,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우리는 기존의 시장에 뛰어들어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시장을 더 키우고자 한다. 앞으로도 제대로 만든 제품들을 적극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