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왼쪽)과 송강호가 칸영화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CJ ENM
박찬욱 감독(왼쪽)과 송강호가 칸영화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영화가 또 한 번 칸을 휩쓸었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기생충’(2019, 감독 봉준호)의 영광을 이었다. 한국작품이 경쟁 부문에서 동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28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주요 수상작이 발표된 가운데, 경쟁 부문에 오른 2편의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기생충’의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3년 만의 낭보다.  

먼저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2년 ‘취화선’ 임권택 감독에 이은 두 번째 칸영화제 감독상이자, 박 감독의 세 번째 본상 수상이다.

박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가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과 첫 연을 맺었고, 영화 ‘박쥐’로 제6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영화 ‘아가씨’로 제6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에 이어 6년 만에 ‘헤어질 결심’으로 재입성, 수상의 영광까지 안게 됐다. 이로써 박찬욱 감독은 한국영화인 최다 수상 기록도 세우게 됐다.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AP뉴시스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AP뉴시스

이날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또 하나의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화도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이나 영화관이라는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어질 결심’ 제작진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무엇보다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나의 사랑은 뭐라 말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다”며 영화의 주역 박해일과 탕웨이를 향해 특별한 인사를 덧붙였다.  

송강호는 2019년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영광에 이어,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해당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의 여우주연상(‘밀양’) 이후 두 번째다. 

△‘괴물’(2006, 감독주간), ‘밀양’(2007,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비경쟁 부문) △‘박쥐’(2009, 경쟁 부문) △‘기생충’(경쟁 부문) △‘비상선언’(2021, 비경쟁 부문)에 이어 ‘브로커’까지, 총 7번의 칸 초청을 받으며 국내 배우 중 칸 경쟁 부문 최다 진출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송강호는 이번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개인 수상의 영광도 누리게 됐다. 

‘브로커’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AP뉴시스
‘브로커’로 한국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AP뉴시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강동원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만끽했다.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과 주연배우 박해일 역시 송강호를 찾아 축하를 건네 훈훈함을 안겼다. 

“메르시 보꾸”라고 입을 뗀 송강호는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작품을) 같이 해준 강동원‧이지은‧이주영‧배두나에게 깊은 감사와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다”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그는 “지금 2층에 있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오늘 큰 선물이 된 거 같아 기쁘고, 이 트로피의 영광과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며 현장을 찾은 가족들을 언급한 뒤,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화팬 여러분들께 이 영광을 바친다”면서 벅찬 수상 소감을 마쳤다. 

칸의 선택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송강호의 ‘브로커’는 각각 오는 6월 8일, 29일 개봉해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