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영이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감독 김진화)로 관객 앞에 선다./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배우 이주영이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감독 김진화)로 관객 앞에 선다./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매 작품 개성 넘치는 연기로 존재감을 뽐내온 배우 이주영이 첫 독립 장편 주연작 ‘윤시내가 사라졌다’(감독 김진화)로 관객 앞에 선다. 사고뭉치 유튜버로 분한 그는 특유의 통통 튀는 매력으로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완성한 것은 물론,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며 주연배우로서 가능성을 증명한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열정 충만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 분)와 엉뚱 매력 ‘관종’ 유튜버 장하다(이주영 분) 두 모녀가 전설의 디바를 찾아 나서며 펼쳐지는 로드무비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으로, 영화제 상영 이후 배우의 열연과 신예 김진화 감독의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연출력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주영은 극 중 유튜버 장하다를 연기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단편 ‘몸 값’으로 데뷔한 뒤, 영화 ‘독전’ 농아 주영, ‘보이스’ 자유분방한 해커 깡칠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 연기로 독보적인 매력을 과시했던 그는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하다는 한때 커플 유튜브 채널로 잘 나갔지만, 남자친구와 이별 후 콘텐츠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유튜버다. 우연히 찍힌 엄마 연시내 영상으로 높은 조회 수를 얻자, ‘윤시내 어드벤처’ 라이브 방송을 기획하게 된다. 

이주영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유튜버 하다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완성해 관객을 매료한다. 천방지축 모습부터 엄마를 향한 숨겨진 속내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다. 

주연배우로 가능성을 입증한 이주영./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주연배우로 가능성을 입증한 이주영./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최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이주영은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첫 장편 주연을 맡았다. 어떤 점에 끌려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택했나.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캐릭터로 보여지고 통통 튀는 역할을 맡았지만,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엄마와 딸 이야기를 담은 ‘윤시내가 사라졌다’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엄마와 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큰 역할로 극을 끌고 가는 게 처음인데, 하다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납득시켜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사명감처럼 느껴져 좋았다. 촬영장도 즐거웠다.” 

-하다라는 인물은 어떻게 다가왔나. 
“처음에는 나도 하다가 이해되지 않았다. 남자친구를 속이고 몰래카메라를 찍거나 엄마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엄마와 여정을 떠나고 시간을 보내면서 왜 하다가 관심을 받고자 했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사실은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관심을 남들에게 갈구한 거다.

엄마에게 분노가 있었고, 그래서 조롱거리로 만드는데 서슴없었던 것 같다.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뒷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을 거다. 공감이 됐다. 나도 결핍이 약간 있는 것 같다. 동생과 연년생인데, 나는 혼자서 잘 놀았다더라. 그런데 그게 정상이 아니라고 하더라. 건강한 아이들은 질투를 한다더라. 나는 어릴 때부터 너무 독립적이고, 많이 참았다. 그래서 하다에게 공감이 많이 갔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라. 하다라는 인물을 잘 대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 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녀로 호흡을 맞춘 이주영(왼쪽)과 오민애. /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모녀로 호흡을 맞춘 이주영(왼쪽)과 오민애. /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엄마 신순이(연시내)를 연기한 오민애와의 호흡은 어땠나. 
“사랑스럽고 권위가 없으시다. 마음이 열려있다. 선배님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이를 먹고 연기할 때도 저런 모습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인상 깊었고, 좋았다. 영감을 주기도 하셨다. 몰입하시는 걸 보면서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후반부 노래하는 장면에서도 깊게 몰입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명장면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가수 윤시내에 대해서는 평소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나.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는 윤시내 선생님을 몰랐다. 아빠한테 여쭤보니 ‘윤시내는 초특급이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정말 놀랐다. 어떻게 그 시대에서 이런 걸 하지? 싶었다. 파격적이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더라. 한국의 레이디 가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멋있었다.”

-그런 윤시내와 함께 촬영도 했다.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그 장면도 하다에게 중요한 신이었다. 여정 끝에 엄마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부분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 속에서 하다는 윤시내를 안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라이벌이다. 하다가 윤시내에게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치더라. 하다가 울먹울먹하는데 의도한 건 아니었다. 대사를 하면서 따라가다 보니 감정이 올라왔다.” 

개성 넘치는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주영. /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개성 넘치는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주영. /블루라벨픽쳐스, 디스트릭트 몽

-이미테이션 가수 학원에서 하다를 보고 가수 이상은을 언급하는 장면이 재밌었다. 비하인드가 있다면. 
“원래 대사는 김완선 선배님이었다.(웃음) 감독님에게 나는 김완선 선배 보다 이상은 선배를 닮았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고 제안을 해서 바꾼 대사다. 감독님도 너무 좋다고 하셨다. 내 애창곡도 이상은 선배님의 노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작품에서 그 인물에 온전히 몰입해서 이야기를 따라갔을 때 캐릭터 자체로 이해하고 감정이 나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순간들이 참 행복하고 신기한 순간이다. ‘윤시내가 돌아왔다’를 통해 그 경험을 했다. 특히 휴게소 장면이나 윤시내 선생님을 만났을 때 신은 정말 하다의 마음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배우 이주영 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움이다. 진정성을 가져보려 한다. 감독님들이 ‘신선하다’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 정석으로 연기하지 않는 것, 어떻게 연기할지 모르는 게 감독님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다가가는 것 같다기도 하다.(웃음) 외형적으로는 큰 키가 아닐까. 캐릭터적으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윤시내가 돌아왔다’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 영화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무관심과 관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담고 있는 의미들은 철학적이다. 꼭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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