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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 노동의 늪
[‘15시간’ 노동의 늪③] 포괄임금 계약도 초과근로 임금 지급 ‘명시’
2022. 06. 09 by 엄이랑 기자 aniceday21@sisaweek.com
영상 CG업계 작업자들은 장시간 노동의 핵심 요인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포괄임금’을 지목했다. 업체는 이를 근거로 계약서에 명시된 추가근로 시간을 넘어서도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상 포괄임금이 명시돼 있다고 해도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할 경우 연장·야간 등 초과근로에 해당하는 임금은 받을 수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영상 CG업계 작업자들은 장시간 노동의 핵심 요인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포괄임금’을 지목했다. 업체는 이를 근거로 계약서에 명시된 추가근로 시간을 넘어서도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상 포괄임금이 명시돼 있다고 해도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할 경우 연장·야간 등 초과근로에 해당하는 임금은 받을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을 수령하는 절차를 알아보는 한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소속 후반사운드지부를 통해 CG업계 내 장시간 노동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봤다.

◇ 연장‧야간근로는 각각 1일 임금에 50% 가산 지급이 ‘원칙’ 

포괄임금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업체는 계약서에 명시된 시간을 넘은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포괄임금은 사업장에서 활용하는 계약 방식 중 하나일 뿐,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있었던 대법원 판례(2008다6052)에 따르면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하는 CG작업자들과 같이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있으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또한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해 같은 내용의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다. 아울러 포괄임금 계약 여부에 관계없이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 미지급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고 조치하는 상황이다.

한 CG작업자가 언급한 1일 근무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총 15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시간당 임금과 함께 가산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1일 근로시간은 8시간이다. 업체는 이를 넘어선 시간에 시간당 임금과 함께 시급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는 야간근로 임금이 추가되는데, 이 역시 시급에 50%가 가산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추가근로 7시간에 대한 임금은 △오후8시~10시(연장근로 50% 가산) △오후10시~새벽3시(연장근로 50% + 야간근로 50% 가산) 등이 책정된다. 올해 최저임금(9,160원)을 기준으로 봤을 때 1일 15시간에 대한 임금은 △8시간(1일 근로) 7만3,280원 △2시간(연장근로) 2만7,480원 △5시간(연장+야간) 9만1,600원 등으로 도합 19만2,360원이 정상 임금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5인 미만, 유연근무제 도입 여부 등 업체별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다면 포괄임금 계약과 상관없이 연장‧야간 등이 가산된 초과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10시간 연장근로가 포함된 계약인데 20시간을 근무했다면 나머지 10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가 지급 요청을 거절했을 경우 재직자는 노동부에 △진정 제기(개별 지급 요청) △근로감독 청원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진정 제기는 노동자 개인의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를 거쳐 미지급분을 확정한 뒤 지급지시를 내리게 된다. 근로감독 청원의 경우 사업장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을 요청하는 것으로,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고 위법여부 발견 시 시정명령과 함께 지급지시를 내리는 과정을 거친다.

◇ 노동조합 등 재직자 다수가 힘 모을 방안 모색이 중요

우선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근무시간 산정이 핵심이다. 본지와 통화한 하윤성 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업체에 초과근로에 대한 내역을 요청해도 업체가 없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있어 개별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윤성 노무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무엇보다도 초과시간 입증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으로 정한 임금산정 단위는 시간이 유일하기 때문”이라며 “업체는 근로자의 연장근로를 입증할 수 없다고 발뺌할 수 있다. 따라서 초과근로 시 매번 파일(작업 내용이 담긴)의 최종 수정시간을 캡처(스크린샷) 등으로 기록해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노무사는 개인이 특정되는 ‘진정제기’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근로감독 청원’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청원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을 받으려면 개인이 진정을 제기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존재와 함께 재직자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 노무사는 “진정을 제기하고 나면 회사에 남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노조의 존재가 중요한데, 없을 경우 가능한 많은 재직자들이 집단적으로 진정을 제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만일 둘 다 힘든 상황이라면 임금채권 소멸 시기는 3년인 만큼, 이를 감안해 진정을 제기하라고 안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CG업계 종사자의 입장을 대변할 단체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 내 ‘CG지부’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영화노조에 따르면 현재 CG지부 조합원은 극소수인 상황이다. 

영화노조에 각 지부의 활동 현황을 문의한 결과, CG와 같이 포스트프로덕션(촬영 전체가 종료되고 본격 진행되는 후반작업) 작업을 진행하는 ‘후반사운드 지부’를 예로 들었다. 해당 지부는 현재 종사자의 30% 정도가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재직자들의 뜻을 모아 각 업체에 목소리를 내면서 업계 노동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후반사운드지부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냉정하게 말해 52시간제 시행 등 다양한 요인이 있어 오롯이 지부 활동만으로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업체 대표들이 조심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 업체는 임금을 소폭이라도 인상했거나, 주말 출근을 자제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는 향후 지부 활동의 기반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갓 취업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계약서 작성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업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합원들끼리 공유하면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반사운드지부 관계자는 자신이 속한 업계 또한 주 52시간이 지켜지는 곳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관계자 또한 포괄임금 계약이라도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을 받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인식을 업계 전반이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후반사운드지부 관계자는 “고연차 재직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1일 12시간 이상 근로를 당연시하고 있다. 또한 대다수 재직자들은 연장·야간근로 등에 따른 추가임금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지부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각 업체 대표들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는 포괄임금 규제를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한 바 있다. 새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정식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포괄임금 문제에 대한 개선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규제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한편 이전 정부는 포괄임금 규제를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7년부터 수차례 예정했던 포괄임금제 관련 행정 지침은 끝내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새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는 제도 유연화로 향해 있어 개선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새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정식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포괄임금 문제에 대한 개선의지를 밝힌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실제 노동 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직군에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포괄임금의 취지다. 이전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삼고 포괄임금 규제 지침을 준비했지만 발표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은 지금도 송구스럽다”며 “여전히 지침 형식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세대와 달리 현 세대의 노동시간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했다. 산업의 지속성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업체의 선제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 참고자료

 

- 고용노동부 관계자 인터뷰

 

- 하윤성 노무사 인터뷰

 

-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 관계자 인터뷰

 

-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후반 사운드지부 관계자 인터뷰

 

-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인터뷰

 

- 고용노동부 보도설명자료 ‘기업에서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할 수 없습니다’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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