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돌아온 강동원. /YG엔터테인먼트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돌아온 강동원. /YG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날카롭지만 한편으로 쓸쓸해 보이는 눈부터 슬픔이 서려 있는 듯한 등까지, 강동원의 모든 것이 동수 그 자체였다.” 영화 ‘브로커’로 첫 한국영화 연출을 맡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주연배우 강동원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강동원이 연기한 ‘브로커’ 동수는 베이비 박스 시설 직원이자 버려진다는 것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보육원 출신 인물이다. 퉁명스럽고 무뚝뚝해 보이는 겉모습 뒤 숨겨진 따뜻하고 사려 깊은 태도로 아기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한 여정에 든든한 힘이 돼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처럼, 강동원은 현실에 발을 디딘 평범한 청년으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다.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의 ‘동수’를 정성스럽게 빚어내 마음을 흔든다.

특히 한층 편안하고 절제된 연기로 동수의 복합적인 내면을 현실적이면서도 디테일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영화 ‘의형제’ 이후 12년 만에 합을 맞추게 된 송강호(상현 분)와도 돈독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브로커’는 강동원이 프로듀싱에 처음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7년 전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하며 애정을 쏟았다. 강동원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브로커’와 함께 한 여정을 돌아봤다.   

강동원이 ‘브로커’와 함께 한 여정을 돌아봤다. /YG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이 ‘브로커’와 함께 한 여정을 돌아봤다. /YG엔터테인먼트

-칸영화제에서 호평을 얻고 국내 관객과 만나게 됐다. 소감은. 
“우선 칸에 경쟁으로 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 영광이다. 세계 최고 영화들 중에서 몇 편만 뽑는 건데, 그것 자체가 엄청난 영광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되게 신기했던 것은 외국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울더라. 굉장히 동양적인 정서인데 공감하는 걸 보면서 놀랐다. 그리고 팬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영화를 개봉하게 돼 너무 좋다. 지금 극장이 활기를 다시 되찾는 것 같아서 좋고 감사한 마음이다.”

-칸 프리미어 상영 후 반응이 뜨거웠다고. 기분이 어땠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동요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립박수를 치고, 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영화가 진짜 좋았나 보다 싶더라. 너무 좋아해 줬다. 미국 친구들도 와서 봤는데 이렇게 슬픈 영화인 줄 몰랐다고 나중에는 화를 내더라.(읏음)”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예상했다고. 
“강호 선배가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했다. 시상식 가는 차 안에서도 선배에게 ‘선배님이 받았으면 좋겠다, 받으실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에이, 아니야’라고 하시더라. 받으셔서 너무 좋았고, 옆에 앉아서 첫 번째로 포옹하는 영광을 누리고 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영화의 시작부터 감독님과 함께 했다. 같이 하기로 하고 나서 감독님이 프로듀싱에 도움을 달라고 했고, 영화사도 소개해 주고 회의도 계속 같이 했다. 시놉시스 단계부터 의견을 나누고 초고를 보고 회의하고 수정하고 그런 과정을 거쳤다.”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 강동원. /CJ ENM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 강동원. /CJ ENM

-동수는 어떤 인물이었나.  
“순수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은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아이를 파는 브로커다. 보육원 출신이라고 해서 우울하게 보이거나 그런 건 피하고 싶었다. 자기 캐릭터에 너무 빠지면 그런 실수를 종종 하곤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평범한 사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내가 실제로 만난 분들도 다 그랬다. 내가 해석하고 표현한 동수의 모습이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

-공개 후 범죄자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촬영하면서 이 지점에 대한 의문점은 없었나.  
“없었다. 범죄를 미화하려고 만든 영화도 아니고… 특히 동수 같은 경우 신념을 갖고 있었고, 사회시스템에서 자신들이 택한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악동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좋은 평가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영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다 마음에 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흐름에 맞춰 촬영이 진행됐다고.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됐겠다.  
“아무래도 순서대로 찍다 보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감정을 쌓아가게 된다. 보통 다른 영화들도 순서대로 찍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세트에서 찍게 되면 몰아서 촬영해야 해서 불가능한데, ‘브로커’는 세트촬영이 거의 없었다. 로케이션에 맞춰 순서대로 찍을 수 있었다. 나도 이렇게 순서대로 찍은 것은 거의 처음이지 않나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도 최대한 순서대로 찍으려고 하고, 세트촬영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 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찍었다. 운전하는 장면도 직접 운전하면서 찍었다.”

강동원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YG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YG엔터테인먼트

-이외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특별한 연출 방식이 있었다면.   
“현장에서 모니터를 안 본다. 연기하는 배우를 본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셔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모니터 앞에 안 계시고 카메라 옆에서 직접 배우들을 본다. 테이크도 많이 안 간다. 컷이 많아도 좋은 장면이 나오면 더 안 찍는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한국은 콘티가 있으면 최대한 콘티대로 찍는데, 이번 현장은 아침에 콘티를 다 바꾸기도 그랬다. 당황했다가 이런 게 감독님의 방식이구나 하며 맞춰갔다.” 

-소영(이지은 분)을 향한 동수의 감정은 어떻게 해석했나. 감정선이 다소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있는데. 
“여정을 통해 친해지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이성으로도 아리송한 감정들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소영이 너무 안쓰럽고, 그런 소영을 보며 엄마에 대한 원망이 조금씩 사라지지 않았을까. 우리 엄마도 사정이 있었을 수 있겠구나 같은. 자신의 엄마도 용서하고 소영을 위로하며 감정을 쌓아나갔다고 생각한다.” 

-관람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소영의 눈을 손으로 가리는 동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촬영 비하인드가 있다면. 
“내 의견이 더해진 장면이다. 원래 그런 식으로 눈을 가리면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감독님이 고민을 하셨는데, 내가 자신 있다고 눈물을 가려주는 것처럼 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해서 찍었다. 소영의 눈물이 떨어지는 타이밍을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딱 생각했던 타이밍에 눈물이 떨어지더라. 기가 막히게 맞았다.”

-송강호와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느껴졌다. ‘의형제’ 이후 다시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고 잡담만 했다.(웃음) 리액션 같은 경우도 진짜 즉흥적으로 나온 게 많다. 선배님이 인터뷰 때 나와 눈만 마주쳐도 호흡이 통한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그랬다. 현장에서 늘 유쾌하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분이 아니고 몸소 실천한다. 선배와 함께 하는 현장은 편하고 늘 배울 점이 많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과 다른 ‘브로커’만의 힘은 무엇인가.  
“감독님 영화들 중에서는 ‘어느 가족’과 제일 비슷하긴 한데, ‘어느 가족’은 조금 어둡게 그려냈다면, ‘브로커’는 조금 더 밝고 경쾌하게 그려낸 영화다. 감독님 영화가 늘 그렇듯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번에는 조금 더 나아가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점이 차별화된 점이 아닌가 싶다.”

강동원이 영화 제작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YG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이 영화 제작에도 관심을 내비쳤다. /YG엔터테인먼트

-이번 프로듀싱도 그렇고, 영화 제작이나 연출에 대한 관심도 있나.   
“영화 제작은 준비하고 있다. 시놉시스는 내가 썼고, 그것을 작가가 더 신경 써서 쓰고 있다. 배우가 프로듀싱을 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연출은 관심 없다. 시놉시스는 필요에 의해서 썼다. 나이 들면 내가 더 이상 못 찍겠다, 늙기 전에 찍어야겠다 싶은 이야기를 썼더니 판타지 장르가 나왔다. 투자가 안 될 수도 있고, 제작이 안 들어갈 수도 있다.(웃음)”

-원래부터 제작에 대한 꿈이 있었나.  
“꿈은 없었다. 제작자가 되는 게 꿈은 아니다. 최고의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하하. 제작은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다. 영화든 뭐든 만드는 일이니까. 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까 하는 거다. 그리고 주변에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 공동 제작을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니까.”

-최고의 배우라는 꿈은 이미 이룬 것 아닌가.    
“아직 멀었다. 갈 길이 멀다.” 

-미국 에이전시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면서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각광받게 됐다. 변화된 환경을 목도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내 일처럼 기뻤다. 심지어 (미국에서) 같은 숙소에 있었다. 매일 방에 모여서 사람들과 축하를 나누고 그랬다. 나는 계속 그 숙소에 있고 이 팀이 왔다가 저 팀이 왔다가 그랬는데,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 정말 너무 기쁘고 좋았다. 예전과 지금 완전히 다르다. 예전에는 미팅할 때 ‘원하는 게 뭔데?’였다면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같이 뭐 할 거 없어?’ 이렇게. 한국 배우든 작품이든 어떻게든 커넥션을 만들려고 하고, 뭐 할 거 있으면 꼭 같이 해줘 이런 분이기다. 완전히 달라졌다.” 

-‘범죄도시2’의 흥행과 ‘브로커’까지, 한국영화계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배우로서 어떤 감회가 드나.  
“드디어 끝나가는 것 같아서 (좋다). 다들 고생 너무 했잖나. 지긋지긋하고 진짜.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거의 끝나가니까. 새로운 게 제발 안 나타났으면 좋겠다. 무섭다. 무서워.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빨리 극장계가 회복한 데는 없는 것 같다. 세계에서 영화 촬영을 스톱하지 않은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었다. 그래서 회복도 더 빠른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도 잘 쓰고 고생스럽게 참아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한국 영화인으로서 너무 기쁘고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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