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유지태.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유지태.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94년 영화 ‘바이 준’으로 데뷔한 유지태는 영화 ‘동감’ ‘봄날은 간다’ 등을 거치며 섬세한 멜로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악인 이우진으로 놀라운 변신을 선보이며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영화 ‘꾼’ ‘사바하’ ‘돈’, 드라마 ‘굿 와이프’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와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폭넓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완전히 사로잡으며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유지태 분)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2017년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된 ‘종이의 집’을 원작으로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류용재 작가가 각본을 맡아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지난 24일 공개된 뒤 단 3일 만에 3,374만 시청 시간을 기록,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극 중 유지태는 뛰어난 지성과 치밀함으로 범죄 계획을 이끄는 교수를 연기했다. 교수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계획하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강도들을 한자리에 모은 장본인으로, 4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목표로 하면서도 강도와 인질 중 그 누구도 죽거나 다쳐서는 안 된다는 철칙을 세우고 돌발 상황에도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이다. 

유지태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
유지태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

유지태는 강도단을 이끄는 천재 지략가의 면모부터 협상가 선우진(김윤진 분)과의 아이러니한 로맨스, 액션까지 다채롭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내가 가진 강점이 묻어난 교수를 완성하고 싶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큰 성공을 거둔 인기 시리즈의 리메이크작을 선택하는데 부담도 컸을 것 같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저희 소속사에서 제작, 기획에 참여한 작품이다. 교수 역할이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스페인 IP를 사온 케이스였다. 그동안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소신대로 골라왔는데, 그러다 보니 대중성이 멀어진 경향이 있었다. 이번 작품은 회사 식구들과 논의하면서 대중성을 확장시키고자 한 과정에서의 선택이었다.”

-완성된 시리즈를 본 소감은. 
“감독님이 워낙 이 장르에 특화된 분이기 때문에 조금은 예상된 것도 있는데,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빠른 전개가 인상 깊었다.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할애한 부분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 없이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 교수와 어떤 차별화를 주려고 했나. 
“내 강점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비주얼적으로 호감을 줄 수 있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멋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감독과 작가에게 외모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너무 꾸며진 느낌이 있으면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고 해서,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가기로 했다. 머리스타일도 올리기보다는 내리면서 순수한 느낌, 신뢰감을 더할 수 있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대사가 유독 많았다. 어려움은 없었나. 
“정보성 대사, 문어체 대사를 설명적으로 풀어내야 했다. 9할은 그런 대사였던 것 같다. 소화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빠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대사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딕션 연습도 병행했다. 나 혼자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고 촬영 방식도 달랐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극처럼 혼자 연습하곤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설명적인 대사를 소화하는 능력이 조금은 더 향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천재 지략가 교수로 분한 유지태.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천재 지략가 교수로 분한 유지태(가운데). /넷플릭스

-선우진과의 멜로도 보여줬다. 어떻게 만들어나갔나. 
“내가 목표했던 바는 대사나 상황으로 그려지지 않은 부분을 배우들의 앙상블, 감정으로 채우는 거였다. 두 사람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신은 없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눈빛과 그녀(선우진)를 바라보는 시선, 아픔에 공감하는 생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다가갔다. 김윤진 선배가 워낙 장면마다 디테일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서 나도 더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자극이 됐다.” 

-김홍선 감독, 류용재 작가와의 작업은 어땠나.  
“김홍선 감독은 대학교 선배다. 학과는 다르지만, 학교선배인데 SBS에 특채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흥행을 하고 지금은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연출을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존경심이 들더라. 여러 방해 요소가 있었을 텐데 그걸 다 헤치고 여기까지 올라온 것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류용재 작가도 실제로 보니 작가 일을 정말 사랑하고 본인이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더라. 고민도 많이 하고, 구성력이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판 ‘종이의 집’만의 강점을 꼽자면.  
“빠른 전개다. 필요하지 않은 감정들 없이 매끄럽게 스토리에 녹아들어 무리 없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의 깊게 볼 점은 한국식으로 해석한 부분들이다. 남과 북의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설정, 남북한이라 가능한 구성과 설정들을 봐주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시청자도 사로잡은 유지태.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자도 사로잡은 유지태. /넷플릭스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영화에 집중해왔고 최근 들어 드라마로 확장했는데, 글로벌 OTT와의 작업은 로컬에서 확장돼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생각이 전환되는 부분이 있더라. 한국에서 반응은 이렇겠지만 해외에서는 이렇겠지 하는. 또 넷플릭스가 워낙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던 부분도 있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감사한 기억이 있다.”

-파트2 기대 포인트를 소개하자면. 
“교수가 무엇 때문에 이런 판을 짰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파트1에서는 없었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원작을 본 사람들은 궁금증이 없을 수 있지만, 한국판 ‘종이의 집’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 전사는 무엇일까 등 생각이 들 수 있잖나. 파트2에서는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소해줄 거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 시청자들은 어떻게 봤으면 하나.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해외 시청자의 반응은 좋은 것 같다. 남북설정을 잘 녹여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만약 시즌2가 이어진다면 그런 설정을 잘 이용해서 우리만의 독창성을 잘 살려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해외 팬들은 ‘올드보이’ 유지태가 익숙할 거다. 벌써 20년 전이다. ‘종이의 집’ 유지태는 깔끔하고 이지적인 매력이 있는, 또 멜로도 소화 가능한 배우로 인식됐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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