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감독’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이자 ‘감독’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밀도 있는 스토리와 스펙터클한 액션, 배우들의 치열한 열연을 앞세워 극장가를 저격한단 각오다.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이정재가 4년의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각본 작업부터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소화해 완성한 감독 데뷔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배우 정우성이 합류, 영화 ‘태양은 없다’(1991) 이후 이정재와 한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 기대를 더한다. 

첫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한 이정재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첫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한 이정재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데뷔 30년 만에 상업영화 연출에 도전장을 내민 이정재 감독은 5일 진행된 ‘헌트’ 제작보고회에서 “긴장도 되지만 새로운 영화로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어 느낌이 다르고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헌트’로 첫 연출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출연 제안을 받으며 인연이 시작됐는데, 제작을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생기면서 내가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하게 됐다”며 “영화를 오래 했지만 각본과 연출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 주저했는데,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줘서 용기를 내 ‘헌트’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통해 전 세계 영화 팬들과 만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첫 연출작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게 된 이정재 감독은 “영화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영화제인데 초대해주셔서 잘 다녀왔다”며 “한국영화 이야기도 많이 하고 ‘헌트’에 대해서도 홍보하고 왔다”고 말했다. 

각본부터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소화한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각본부터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소화한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헌트’는 1980년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이다. 이정재 감독은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두 주인공이 대립하는 첩보 액션 드라마 장르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1980년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실제 사건을 ‘헌트’만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미장센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소품이 제일 중요했다”는 이정재 감독은 “옛날 장비지만 상태가 좋아야한다는 생각에 첫 스태프 회의 때 품목을 이미지로 정리해 가서 해외에서 수급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수급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제작을 했다. 그렇게 시작해 전체적인 색감을 만들어나갔다. 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도 기대 포인트다. 도심을 누비는 카체이싱부터 대규모 폭파까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다양한 액션은 고도의 심리전과 함께 쫄깃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이정재 감독은 촬영팀과 무술팀, 특수효과팀 등과 함께 액션 콘티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하며 수정을 거듭한 것은 물론, 이 과정을 로케이션 장소와 현장 상황에 따라 수차례 반복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재 감독은 “(배우로) 촬영했던 기억과 영화로 본 장면 중 좋았던 기억을 찾아내 현장에서 충분히 반영하려고 스태프들과 사전 회의를 굉장히 많이 했다”며 “관객들이 워낙 눈썰미가 좋아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스태들이) 팀별로 모여 콘티를 짠 적은 없다고 하더라”며 “수고스럽긴 했지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해줘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또 “액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액션을 행하기까지 감정을 얼마나 밀어붙여 그 액션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하느냐였다”면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많이 고민했지만, 배우들과의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현장에서는 안전하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고, 이후 편집을 통해 박진감을 살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강렬한 앙상블을 보여줄 이정재(왼쪽)와 정우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강렬한 앙상블을 보여줄 이정재(왼쪽)와 정우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정재 감독은 배우로도 ‘헌트’에 힘을 보탰다. 극 중 조직 내 침입한 스파이로 인해 주요한 작전이 실패하자 그 실체를 맹렬하게 쫓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를 연기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력을 지닌 인물로, 김정도를 의심하며 그를 조직 내 침입한 스파이 ‘동림’으로 몰아간다.  

‘배우’ 이정재는 액션은 물론, 캐릭터가 가진 내적 갈등까지 깊이 있게 표현해 더욱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할 전망이다. 그는 “박평호는 안기부 내 가장 오래된 요원이라 노련할 수밖에 없고, 돌아가는 일들도 자기화 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생각을 알 수 없는,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스터리를 전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야 했던 이정재 감독은 “같이 하다 보면 하나를 놓칠 때도 있지만, 처음부터 걱정을 안고 시작했기 때문에 촬영 전부터 고민을 할 수 있었다”며 “연기적으로 더 돋보여야 하는 장면에서는 연기에 집중했고, 장면의 미장센이나 연출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여러 요소를 챙기는데 집중해서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의 활약도 기대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우성의 활약도 기대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우성의 활약도 기대된다. 조직 내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거침없는 추적을 이어가며 실체에 다가서는 안기부 요원 김정도로 분해 새로운 연기 변신에 나선다. 폭넓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인물이 지닌 강인함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것은 물론, ‘태양은 없다’ 이후 재회한 이정재와 강렬한 시너지를 완성할 전망이다. 

정우성은 이정재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이번 작품처럼 대화를 안 한 적이 없다”며 “서로 편한 감정의 리액션을 만들기 위해 하모니를 조율하고 카메라 뒤에서 대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박평호와 김정도는) 그런 조율조차 있어서 안 될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날이 선 듯한 긴장감을 가져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는 분들이 평가하겠지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한 만큼 화면에 잘 담기지 않았나 싶다. 우리끼리 즐기는 현장, 영화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게 잘 담겼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헌트’ 속 두 사람의 앙상블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헌트’에는 이정재, 정우성 외에도 연기파 배우 전혜진과 허성태도 함께 한다. 전혜진은 박평호와 함께 조직 내 스파이를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는 안기부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으로 분하고, 허성태는 스파이 색출에 나서는 안기부 국내팀 요원 장철성을 연기한다.  

여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 홈’으로 얼굴을 알린 신예 고윤정이 스파이 색출 작전에 휘말리는 대학생 조유정 역을 맡아 스크린에 데뷔하고, 다수의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발휘해온 김종수가 안기부에 새로 부임한 안 부장 역을, 개성파 배우 정만식이 안기부 해외팀 과장 양보성으로 합류해 극의 풍성함을 더할 전망이다. 오는 8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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