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돌아온 김윤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돌아온 김윤진.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96년 드라마 ‘화려한 휴가’로 데뷔한 김윤진은 1999년 최고 흥행작 ‘쉬리’에서 남한 기관원과 사랑에 빠지는 북한 첩보원 이명현 역을 맡아 다수의 상을 휩쓸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영화 ‘밀애’ ‘세븐 데이즈’ ‘하모니’ ‘심장이 뛴다’ ‘이웃사람’ ‘국제시장’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2004년 미국 ABC 글로벌 히트작 ‘로스트’를 시작으로 2013년부터 촬영한 ‘미스트리스’로 국제적 인기와 명성을 얻기도 했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김윤진이 글로벌 시청자에게 선보이는 첫 한국 콘텐츠로 의미를 더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유지태 분)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김윤진.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김윤진. /넷플릭스

스페인 시리즈 ‘종이의 집’을 원작으로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류용재 작가가 각본을 맡아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한 작품으로, 지난달 24일 공개된 뒤 단 3일 만에 3,374만 시청 시간을 기록,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극 중 김윤진은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협상팀장 선우진 경감을 연기했다. 선우진은 남측 협상 담당자로 뛰어난 능력과 날카로운 눈썰미로 강도단의 허점을 잡아내는 인물이다. 전남편과의 양육권 다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엄마까지 고된 일상 속에서 퇴근 전 자주 들르는 카페를 운영하는 박선호(교수, 유지태 분)에게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 

김윤진은 최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출연 과정부터 촬영 비하인드, 시청자의 호불호 반응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그는 한국판 ‘종이의 집’을 두고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럼에도 잡고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윤진이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넷플릭스
김윤진이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넷플릭스

-원작은 봤나.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봤다. 다음날 일정이 있어서 1편만 보려고 했는데 새벽 3시까지 볼 정도로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시즌3까지 재밌게 보고 시즌4가 나왔을 때 작품 때문에 바빠서 참고 있었는데, 그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대본을 받았다. 고민하다가 남은 시즌은 보지 않기로 했다. 원작에서 선우진 역할을 한 배우가 너무 잘해줘서 인상 깊었다.”

-인기 시리즈의 리메이크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시기가 너무 빠른 건 아닌가 걱정도 있었고, 워낙 팬층이 두껍고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시리즈라는 걸 알고 있어서 큰 부담감이 있었다. ‘양날의 검’임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를지언정 맨손으로 꽉 잡았던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각광받는 지금 이 순간 원작이 갖고 있는 힘에 K-콘텐츠의 매력을 더하면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원작 팬들에게 살짝 실망을 안겨드린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디테일하게 추가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던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한국판은 원작 시즌1과 2의 장점을 뽑아서 압축해 빠른 전개로 이뤄진다. 한국적 매력을 더해 만든 작품이니 원작을 본 분들도 새롭게 볼 수 있고, 원작을 안 본 분들은 더 즐겁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개 후 작품을 향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통일에 대한 것이나 BTS(방탄소년단), 도쿄가 아미라는 설정 등은 한국 시청자들이 ‘굳이? 이걸 왜?’라고 할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작가나 감독, 제작사분들이 보통 분들이 아니다.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다. 이 분야에서 전문가잖나. 물론 정치적인 반응으로 발전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작품에 대한 관심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한다.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배우로서 감사한 부분이다. 보고 배울 수 있으면 배우고, 고칠 부분은 고쳐야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원작 캐릭터와 어떻게 차이를 두려고 했나.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경감이 협상하기 전에 머리를 묶는 디테일한 부분도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실제 여성 협상가가 협상할 때 머리를 틀어 올린다고 하더라.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져도 집중이 깨져서 온 신경을 집중하고 협상을 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들었다. 가장 큰 차이는 전남편에 대한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경찰이었지만 한국판에서는 큰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유력한 대선주자. 그 부분이 우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파트2에서 더 재밌게 펼쳐질 거라고 기대한다.” 

최고 협상가 선우진으로 분한 김윤진. /넷플릭스
최고 협상가 선우진으로 분한 김윤진. /넷플릭스

-머리를 묶는 설정 외에, 협상 전문가로서 직업적인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것이 있다면. 
“협상 관련된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미국 유명한 협상가의 다큐멘터리도 찾아봤다. 하지만 더 걱정한 부분은 국내 최고 협상가지만 늘 교수의 계획에 걸려들고 실패하는 선우진의 모습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는 거였다. 우진은 현명하고 똑똑한 인물인데 왜 코앞에 범인을 두고 알아차리지 못할까 답답함이 다가오면 어떻게 하지, 분명히 그렇게 느껴질 텐데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조폐국 안 상황이 주 무대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TF 본부로 들어왔을 때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나도 교수만큼 정보를 전달하는 대사가 많았다. 시청자의 반응을 어떻게 연기해야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진지하게 연기하는 것보다 불안한 상태, 빨리 해결해야 하는 마음 등을 표현하기 위해 움직였다. 서장, 차무혁보다 더 들쑥날쑥할 정도로 많이 움직였던 걸로 기억한다. 감독님과 치밀하게 계획하며 조절해나갔다.”

-교수와 전화로 협상하는 장면이 많았다.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완성된 장면은 전화로 대화를 나누지만 촬영은 달랐을 것 같다. 어떻게 진행했는지, 어렵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촬영할 때 유지태 배우가 직접 현장에 오는 게 어떨까, 유지태 배우의 촬영 때 내가 직접 가는 건 어떨까, 아니면 직접 통화를 해서 목소리 연기를 하면 어떨까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현장에서 자신이 그 역할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모니터링하면서 동시에 대사를 어떻게 읽어줄까 놀랐는데, 첫 신을 찍고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교수만의 감정을 잘 표현해 줘서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다. 한 번에 오케이 된 컷도 많다. 편집된 걸 보면서 굉장히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다행이었다. 역시 감독님의 결정이 옳았구나 생각했다.”

김윤진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넷플릭스
김윤진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넷플릭스

-유지태와 호흡은 어땠나. 
“(유지태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시사회나 시상식 같은 곳에서 잠깐 인사를 하는 정도였고, 친분은 없었다. 데뷔 초부터 TV를 틀면 나오는 대단한 CF 스타였고,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청춘스타 이미지였다. ‘올드보이’나 여러 작품을 통해서 배우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대본을 받고 유지태 배우가 한다는 소리를 듣고 ‘됐다’ 싶었다. 정확하게 중심을 잡아주겠구나 생각했다.

촬영 첫날부터 완벽하게 교수로 변신했다. 보자마자 교수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카메라가 꺼졌을 때도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현장에서 배역과 작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늘 다정하게 대해줘서 연애 감정을 느끼게 도움을 줬다. 후배지만 선배처럼 기대면서 촬영했다. 배울 게 정말 많다. 지금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다.”

-파트2에서는 선우진의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 시청 포인트를 꼽자면.      
“빠른 전개를 위해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인물의 서사를 다루진 못했다. 특히 선호와 우진의 관계에 있어 빈 부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찍었다. 그 지점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선우진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하이스트 장르에서 여성캐릭터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류용재 작가가 너무 좋은 캐릭터를 써줬다. 답답할 수 있는 부분은 파트2에서 많이 정리된다. 파트2를 다 보고 시청자들이 선우진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선우진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동을 걸었다. 기대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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