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의 왕래가 적어진 요즘 세상에서 이웃의 존재감을 느끼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을 통해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지만 오히려 불편과 분노, 고통을 부른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겪은 지난 2년간 재택근무, 재택학습 빈도가 높아지며 더 많은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시사위크>는 층간소음 피해 상황과 입법으로 해결 가능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층간소음 문제가 사건·사고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난제 중 하나다. 번번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저지할 마땅한 방법은 묘연한 실정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근원을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피해를 입는 입주민들은 이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집이 사실상 ‘사적 공간’인 만큼 공권력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히려 입주민 간 ‘자치적’으로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는 올해 상반기에는 2만 1,915건이 접수됐다. 이같은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2만 6,257건이던 신고 건수가 2021년 기준 4만 4,596건으로 77.46% 증가한 것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렇다 보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들도 대응에 부심이다. 환경관리공단 산하 이웃사이센터,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나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등이 대표적 기관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쟁은 줄지 않고 있다. 당장 공공주택 거주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기관들의 행정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태영호 의원실에 따르면,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현장진단 신고는 총 9,211건 이었지만 이 중 처리된 민원은 방문상담 1,088건, 소음측정 391건에 그쳤다. 2022년 상반기도 현장진단 신고 4,009건 중 처리된 사안은 방문상담 544건, 소음측정 266건이었다.

분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도 개인으로선 부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층간소음 범위 및 기준을 정한 법률에 따르면 소음의 종류와 시간대별로 일정 기준 이상을 넘을 때 소음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이를 측정하고 입증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다고 해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즉각적인 대책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 층간소음 처벌 규정 미흡 

이렇다 보니 피해를 입는 입주민들 사이에선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사실상 층간소음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률상 층간소음 처벌은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지만, ‘소음’을 입증하기 어려운 데다 처벌 수위도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수준이다. 사실상 법적인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2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층간소음 가해자들에게 과태료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여기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이러한 취지를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관리주체의 경고에도 지속되는 층간소음에 대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대통령령 기준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처벌 강화에 대한 우려도 잇따른다. 사실상 집은 ‘사적인 공간’인 만큼 공권력의 개입을 허용하기 위해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를 구체화 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아파트에서 보복 스피커를 튼다고 했다면 예전에는 관리소장이나 경찰이 오면 열어줬지만 지금은 영장을 갖고 오라는 식”이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확인하게끔 한다는 건 예민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층간소음’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여전히 처벌을 쉽지 않게 하는 대목이다. 표 소장은 “소리에 대해 객관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걸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입주민들 간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층간 소음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표 소장의 견해다. 그는 “층간소음 갈등은 어디서나 생길 수 있지만 (입주민 간) 감정적 상태에서 대면하다 보니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급한 문제는 소음 문제가 발생할 시 아파트 단지 가까운 곳에서 중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사이에서 중재를 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관리실, 주민 대표 등에게 맡기던 기존의 관행이 아닌 체계적 교육을 받은 ′전문가′로서의 중재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형식적 규정에 불과했던 공동주택관리법상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더 실질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표 소장은 “지금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는 구성 하도록만 돼 있을 뿐 어떤 사람을 뽑아서 어떻게 교육하고 운영할지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라며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체계적 교육을 하고, 다양한 사안을 공유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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