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일이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해일이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해일이 ‘명량’ 최민식에 이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띄웠을 거다. 연기력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최민식과 전혀 다른 이미지인데다 말갛고 순수한 얼굴에 여전히 ‘소년미’를 간직한 그가 어떤 장수의 모습을 그려낼지 쉽게 상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박해일은 ‘명량’ 최민식과 전혀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이순신’을 완성하며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특유의 단단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리더십과 책임감을 동시에 지닌 지혜로운 장수 이순신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을 든든하게 받쳤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2017년 7월 개봉해 1,7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수립한 ‘명량’에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달 27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5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을 연기한 박해일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에서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의 이순신을 그렸던 김한민 감독은 ‘한산’에서는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 이순신을 담아냈는데, 이는 박해일이라는 배우를 통해 완전해질 수 있었다. ‘명량’ 최민식만큼 강렬함은 덜하지만, 깊은 눈빛,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자신보다 백성과 동료, 부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빚어내 마음을 흔든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박해일은 “시도 쓰는 장군님이었다”면서 이순신 장군이 지은 시를 읊었다. 그러면서 “‘수양을 많이 쌓은 선비 같았다’는 문장이 깊숙이 들어왔고, 이순신 장군과 나라는 배우가 가진 기질을 잘 배치하려고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자신만의 이순신을 완성한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신만의 이순신을 완성한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이순신 장군이다.   
“시도 쓰는 장군이었다. 전투에 임하는 수장이 글을 썼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장군님의 여러 면모가 있지만, 일기도 쓰고 시도 쓰는 면을 가져가고 싶었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 여러 저서들이 있지만 그 시대가 요구하고 바라는 부분을 조금 더 부각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산’은 ‘명량’과 다른 결로 이야기를 보여주자고 감독님과 이야기했고, ‘수양을 많이 쌓은 선비 같았다’는 문장이 내게도 아주 깊숙이 들어왔다. 그런 느낌을 살려보려고 했고, 감독님도 나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그렇게 유도해 줬다. 그 과정에서 나온 역할이다.”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 컸지만, 김한민 감독님이 이순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때 이미 내가 가진 기질과 이순신 장군이 갖고 있던 어떤 기질의 부분을 잘 배치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역사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 그래서 많은 의지가 됐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부담이 도움으로 바뀌었다. ‘명량’ 제작진이 대부분 참여했는데, 기술적인 측면이나 연기를 해야 하는 환경들이 ‘명량’ 때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적으로 최민식 선배는 실제 바닷가에 배를 띄워서 촬영을 했다고 들었다. 물리적으로 여러 제약도 많았을 것이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견뎠을 거다. 촬영팀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더 좋은 환경인데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이순신의 새로운 면모를 진정성 있게 그려낸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의 새로운 면모를 진정성 있게 그려낸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나. 
“감독님과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절제하는 방식으로 연기해 보자고 했다. 어려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면 배우가 연기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어진 대사가 적더라도 그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해볼 수 있는 모든 기운을 실어서 날려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감정을 눈빛이나 짧은 호흡을 활용해 보내든, 얼굴도 아니라면 서 있는 자세 하나로 그 인물의 상황을 보여주더라도, 대사로 표현하는 방식과 똑같은 기운을 갖고 표현하고자 했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면서 가장 견제했던 지점은 무엇인가.  
“‘감정의 과잉’을 가장 경계했다. 너무 드러내놓고 전면적으로 보이는 것을 경계했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하고 싶었다. 절제돼 있으면서도 기운은 느껴지는 톤을 만들어내고 싶었고, 감독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며 촬영했다. 이번 영화는 유독 감독님에게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 

-지장 이순신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지점은. 
“전투를 준비하고 전투를 해나가는, 전투에 집중한 작품이다 보니 이순신 장군의 고뇌하는 모습에 많은 할애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어진 짧은 상황에서도 현실적인 고민이나 인간적인 고뇌를 담고 싶었다. 특히 학익진을 결정하는 장면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투와 맥이 닿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소에 있을 때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하고 편안하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는 느낌조차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소년미가 느껴지는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전히 소년미가 느껴지는 박해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해 새롭게 느낀 감정이나 생각도 있을 것 같다.
“흠결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크게 다가왔다. 그 지점이 배우든 자연인 박해일로서든 간극이 제일 컸다. 그래도 연기를 하면 되잖나. 그런데 간극을 두고 연기하기에는 거짓말 같더라. 잊고 하고 싶었는데 떨치기 쉽지 않았다. 이상하게 이 영화는 주연부터 단역 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이 어떤 소명의식을 갖고 참여한 느낌이 들었다. 현장에서도 느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상황이었고 더운 여름이었는데, 매번 체온을 체크하고 기다려야 하는 등 반복되는 고된 과정을 차분하게 견뎌줬다. 어마어마한 회 차를 버텨내줬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큰 사건 없이 해낸 장면들을 보면서 현장 생각이 많이 났다.”  

-스코어에 대한 기대는.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작품이기에, 내가 연기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버겁고, 다른 영화를 할 때보다 더 조심스럽다. 다만 저희 영화를 포함한 대작들이 연달아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게 됐는데, 다시 예전처럼 편하게 극장에서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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