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반지하주택, 주거 용도 불허… 기존 반지하주택 10~20년 유예 후 퇴출”
참여연대, ‘반지하주택 대체 주택공급 없을 시 서민들 고시원 등에 내몰려’
경실련 “실태조사 통해 반지하주택 거주자의 경제여건‧심리‧환경 등 조사해야”

서울시가 최근 반지하주택 퇴출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뉴시스
서울시가 최근 반지하주택 퇴출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최근 폭우로 인해 서울 신림동 반지하주택에서 살던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가 안전확보 및 주거안정을 위해 반지하주택을 없애겠다고 발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현실적인 대책도 없이 당장 반지하주택을 없애면 주거취약층이 고시원‧옥탑방 등 더 취약한 주거시설로 몰릴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서울시가 반지하주택 거주자 등 주거취약층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신림동 반지하주택 참사 후 서울시 ‘반지하주택 퇴출 정책’ 발표  

지난 10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반지하주택은 주거용도로 건축을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은 유예기간을 준 뒤 차츰 없애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시내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20만849호가 반지하‧지하주택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건축허가 과정에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한 내용 등이 담긴 ‘건축허가 원칙’을 각 자치구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해 기존 허가된 반지하‧지하주택은 10~20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뒤 순차적으로 없애 나갈 방침이다.

동시에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반지하‧지하주택은 비주거용으로 용도 전환에 나서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건축주에게 리모델링 지원, 정비사업 추진시 용적률 혜택 등을 부여할 계획이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도 서울시와 연계해 세입자가 나간 반지하‧지하주택은 ‘빈집 매입사업’으로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주민공동창고 및 커뮤니티 시설로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상습 침수나 침수우려지역에서 반지하‧지하주택에 살고 있는 주거취약층에 공공임대주택 입주 및 주거바우처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이달 중 우선 반지하주택 약 1만7,000호를 상대로 현황 파악을 실시한 뒤 시내 전체 반지하‧지하주택 20만호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 시민단체 “서울시 정책, 탁상행정만 가득… 공급확대 및 예산정책 無”

서울시의 대책 발표 이후 시민단체 등은 “반지하주택을 대체할 임대주택 공급계획 등이 빠진 공허한 대책”이라며 비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지난 11일 논평을 통해 밝혔듯이 이미 반지하주택에서 거주 중인 서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주거용 반지하주택을 보유한 건축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반지하주택의 단계적 일몰을 강제하는 강행 규정과 주거이전 대책 등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책에서 주거복지 예산 확대나 공공주택 공급 확대 계획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는 앞으로 20년간 반지하주택 약 20만호 가구를 이주시켜야 하는 서울시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탄했다.

참여연대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 대책이 오히려 주거 취약층을 고시원‧옥탑방 등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했다. 또 주거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도 부족하다고 문제삼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주거취약층이 반지하주택을 선택하는 것은 저렴하면서 고시원 등에 비해 주거환경이 더 낫기 때문”이라며 “서울시가 반지하주택을 대체할 저렴한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다면 주거취약층 대부분은 고시원‧도시형생활주택‧옥탑방 등에 몰릴 것이고 이곳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주택바우처를 통해 주거취약층의 주거상향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주택바우처 지급대상은 중위소득 60% 이하인 가구(주거급여 수급가구 제외)로 한정된다”며 “이들을 상대로 1인가구 월 8만원, 2인가구 8만5,000원, 3인가구 9만원, 4인가구 9만5,000원, 5인가구 10만원이 각각 지급되는데 이 금액 가지고 다른 주택으로 이주하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도 서울시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서울시가 발표한 정책은 한마디로 탁상행정에 불과한 성급한 정치쇼”라며 “서울시에는 반지하주택 거주자 20만호 외에도 고시원 거주자만 20만호에 달하는 등 실제 주거취약층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비난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반지하주택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그나마 옳은 방향”이라며 “단 실태조사 때 단순 수량 등 물리적 요건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실거주자의 심리상태, 거주환경, 경제적여건 등 세부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그는 “경실련도 주거취약층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검토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 여러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 시장(우측)이 폭우 피해를 입은 반지하주택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 시장(우측)이 폭우 피해를 입은 반지하주택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시 등 관계기관 “세부적 사항 논의된 것 없어… 다양한 방안 검토할 것”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고 다각도에서 여러 방안을 논의‧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서울시 내 여러 부서를 포함해 SH,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도 협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시민단체 등 주변에서 주신 여러 의견들을 검토‧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산하 SH공사 관계자는 “내년도 매입임대주택공급 예산 축소가 계획됐다는 시민단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매입임대주택공급 예산은 매년 연말 결정되며 국고보조금에 서울시 등 지자체 예산을 추가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아직 내년도 매입임대주택공급 예산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단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정책 내용 중 ‘빈집 매입사업’에 대해선 “서울시와 예산 규모 등을 논의 중에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으나 서울시에서 예산 등이 정해지면 구체적인 시행 방안 등을 정할 방침”이라고 알렸다.

또 SH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와 별개로 공사가 공급한 주택을 대상으로 이미 ‘반지하주택 지상 이주 사업’을 시행 중”이라며 “지난 2021년 11가구의 지상주택 이주를 지원했고 올해 역시 11가구가 지상주택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사가 공급한 반지하주택은 총 270가구인데 이들을 상대로 매년 대체임대주택‧이사비‧임대료 지원 등을 지원해 지상주택으로의 이주를 도울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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