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감독 문현성)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배우 유아인이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감독 문현성)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유아인이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감독 문현성)으로 전 세계 시청자 앞에 섰다. 유행과 멋에 민감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고 싶어 하는 1980년대 청춘으로 분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서울대작전’은 1988년,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영화다. 영화 ‘코리아’ ‘임금님의 사건수첩’ 등을 연출한 문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1988년 ‘힙’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서울대작전’은 1988년 올림픽으로 축제 열기가 가득했던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싱 액션과 비트감 가득한 음악, 개성만점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완성하며, 공개 3일 만인 지난달 31일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4위를 차지했다. 

유아인은 데이토나 레이스 출전을 꿈꾸는 최강의 드리프터이자 상계동 슈프림팀의 리더 동욱으로 분했다. 영화 ‘소리도 없이’로 유수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는 ‘서울대작전’에서는 꿈을 가득 품고 있는 청춘의 얼굴을 대변하며 다시 한 번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유아인은 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서울대작전’을 택한 이유와 캐릭터 준비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어느덧 데뷔 20년 차가 된 그는 “모두 함께 만든 ‘배우 유아인’이라는 캐릭터를 더 귀하게 보살피겠다”는 다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대작전’에서 동욱을 연기한 유아인 스틸컷. /넷플릭스
‘서울대작전’에서 동욱을 연기한 유아인 스틸컷. /넷플릭스

-어떤 매력에 끌려 작품을 택했나.  
“그동안 나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연기적 활동을 해왔다. 최근 규모가 아주 작은 영화를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고 다양한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통쾌하고 시원한 오락영화에 몸을 담가서, 카 체이싱이 주를 이루는 그리고 1988년이라는 배경 자체가 흥미를 끄는 요소가 될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신나게 즐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배우로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현장에서의 새로운 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성된 작품은 어떻게 봤나. 
“작품에 대한 만족도는 언제나 반반이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 우려를 많이 했던 작품이다. 새로운 시도, 도전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었고, 오락적인 특성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공감대를 충분히 이뤄야 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고민이 컸다. 작품을 보고 나서는 완성도나 작품성을 떠나 영상 콘텐츠로서 즐길 거리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틀림없이 흠결이 있지만 이 정도면 즐겨줄 분들이 있겠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힙한 1980년대 청춘으로 돌아온 유아인. /넷플릭스
힙한 1980년대 청춘으로 돌아온 유아인. /넷플릭스

-동욱을 해석하고 표현하면서 가장 고민하고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젊은이,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인물로서 가질 수 있는 욕망을 가장 중심에 두고 허세와 허영심, 꿈을 좇아 나가는 것들이 허파에 바람은 가득 차 있지만 밉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이게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리더를 맡고 있기도 해서 장난스러움 혹은 코믹한 표현과 정통한 표현 사이 어떻게 조율하며 균형을 맞춰갈까 고민했다.”

-동욱은 자타공인 최강의 운전 실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카 체이싱뿐 아니라 운전대를 잡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능숙한 운전 실력을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 
“운전면허가 2종 보통이라, 전문적인 운전 실력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놀림을 많이 당했다.(웃음) 전문 레이싱 서킷에 가서 직접 운전해 보면서 드리프트 하는 것도 배우고 모든 걸 직접 다 해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전문 레이서와 함께 차에 동승해서 공격적으로 레이싱 하는 차 안에서의 몸의 움직임 같은 것을 익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자동차 추격전 장면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바보짓을 많이 했다. 차가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몸으로 자동차의 움직임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함께 탑승한 (이)규형 형이나 (옹)성우 씨가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 나 혼자 왼쪽으로 움직인다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앞으로 몸이 쏠려야 하는데 뒤로 간다거나 그런 어리숙한 바보짓을 많이 했다. 민망했다. 하하.” 

-1980년대 의상과 유행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의상이나 콘셉트와 관련해 의견을 낸 부분이 있다면. 
“의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배우인데, 이번 작품 경우는 1988년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상팀을 적극적으로 믿었다. 의견을 많이 피력하지 않고 나보다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촬영한 작품이다. 장발로 헤어의 변신 같은 것은 가져가 보면 어떨까 정도만 적용했던 것 같다. 헤어를 작품 안에서 효과적인 이미지로 사용한 적이 많진 않았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면서 자아내는 분위기조차도 결국에는 연기라는 것에 포함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머리의 효과적인 사용을 노려봤다. 그런 것들이 재미라면 재미기도 했고 새로운 시도라면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던 것 같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손에 젤을 발라 머리에 떡칠을 하고 넘기며 동욱이가 돼 카메라 앞에 섰던 순간들이 기억이 난다.” 

탄탄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왼쪽부터) 이규형‧고경표‧박주현‧옹성우‧유아인. /넷플릭스​
탄탄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왼쪽부터) 이규형‧고경표‧박주현‧옹성우‧유아인. /넷플릭스​

-캐릭터들 간에 케미스트리가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동욱은 각 캐릭터들 사이 중심을 잡는 역할이었는데, 각 인물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살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나.  
“그 어느 때보다 배우들과 하나로 뭉쳐 의기투합했다. 현장에서 나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편이다.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토론이나 대화를 제외하고는 나 자체를 현장에서 멀리 떨어뜨려놓는 성격의 인물이었는데,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바로 옆에서 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갔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고 대기하는 동안 게임도 하면서 함께 어울려보는 적극성을 가져갔다. 그게 내겐 노력이었다. 그런 노력을 통해 많은 문이 열린 느낌을 받으면서 되게 좋았다.”

-‘빵꾸팸’ 고경표‧이규형‧박주현‧옹성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그 친구들에게 굉장히 감사하다. 특히 이규형 배우에게 아주 크게 놀라고 감명받았다. 한국 사회에서 선후배 관계, 나이라는 틀이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세대 간의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편하게 만들지 못하잖나. 마음의 예의가 아닌 형식적인 예의를 차리게 하는, 한국 사회가 가져가는 태도의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을 완전히 뛰어넘어 띠동갑인 옹성우 씨와 격식 없이 불편함 없이 함께 섞이고 어울리는 걸 보면서 희망을 느꼈다. 누가 선배네 후배네, 누가 잘났네 못났네를 다 떠나 동료로서, 개개인 주체로서 함께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전해준 규형 형과 그와 함께 어울린 우리를 보며 현장 그 자체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돌 송민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색다른 자극을 받은 부분도 있나. 
“우리 작품이 정극이라고 이야기하는 영화였다면 우려와 걱정이 컸겠지만, 우리 영화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송민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느낌이 아주 강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났을 때도 배우들이 쉽게 가져갈 수 없는 에너지와 에너제틱 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기적 수준을 가지고 그분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이 기획 안에서 그분이 어떤 역할을 했느냐를 봤을 때 굉장히 감사함을 갖게 했다. OST도 사랑받고 있고, 영화에도 굉장히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준 것 같다.” 

우리 모두의 유아인. /넷플릭스
우리 모두의 유아인.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있다면. 
“자신의 태도로 봤으면 좋겠다. 넷플릭스잖나. 답답한 마스크 벗어던지고 편안하게 여러분들만의 시선으로, 마음으로 영화를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어려운 작품이든 쉬운 작품이든 무언가를 봤을 때 내 의견을 표현함에 있어 남들은 어떻게 보고 표현했는지 눈치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함께 즐기는 콘텐츠로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의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좋은 시간으로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유아인의 선택과 도전에는 항상 대중의 기대가 따른다. 오랜 시간 이런 식지 않은 기대와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해 부담감도 느낄 거 같다. 이를 컨트롤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예전에는 부담 자체를 많이 안 느꼈다. 언제부턴가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불편한 부담이 아니고 책임이라는 것으로 소화하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무조건 도전, 실험 그 자체를 즐기고 중요한 가치로 뒀다. 나를 바라봐 주는 분들과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신인시절부터 긴 시간을 보내왔다. 지금은 그 기대들에 대한 책임을 재미로 대중들에게 다시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나를 향한 기대 속에서 내가 어떻게 책임감 있게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크게 가져가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정말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유아인 요즘 느끼해진 것 같다, 너무 안전하게 가는 거 아니냐’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통통 튀는 매력이 사라지고 느끼해지지 않았냐는 말을 친구가 조심스럽게 전해주더라. 공감했다. 그런데 그게 내가 책임을 충분히 가져가기 위해 그런 것 같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20년 차 배우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우로서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나 혼자 거둔 성취는 아니지만 내가 해왔던 일들이 만든 성취들 안에서 내가 나를 조금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조금 더 하게 됐다. ‘나는 소중하니까’ 이런 개념이 아니고, ‘배우 유아인’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함께 가져가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 관객과 함께 일해주신 분들, 기자님들도 함께 만들어낸 ‘유아인’이라는 캐릭터를 내가 조금 더 귀하게 보살피고 케어하면서 좋은 순간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3년 정도 굉장히 많은 작품을 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다. 대중적인 배우로서의 모습도 전보다 더 많이 보여준 시기였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더 귀하게 쓰면서 너무 많은 일과 순간을 가져가려는 욕심보다 하나하나의 순간들에 더 정성스럽게 여기며 가져가려고 한다. 또 나이가 들다 보니 체력적인 한계도 느껴진다. 체력이나 건강관리도 외적인 것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진짜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건강한 영혼을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한다.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들을 힘들어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지금은 조금 텀을 가지면서 흔히 말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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