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정상화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정상화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다시, 마주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정상화된다. 좌석을 100%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개·폐막식을 비롯해 각종 이벤트와 파티 등을 모두 예년 수준으로 연다. 해외 게스트 초청 및 특별전과 신설 섹션 등 다양한 부대 행사로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영화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7일 오후 개최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 특징과 선정작, 프로그램 등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는 당초 대면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태풍 힌남노로 인해 날짜와 진행 방식이 변경됐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사회적인 거리 두기 없이 좌석 100%를 운용하며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한다. 현행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개·폐막식을 비롯한 이벤트, 파티 등 모두 정상적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게스트 초청 및 영화제 배지 발급, 티켓 예매 등도 예년의 기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완전히 정상화 된다”며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아시아 최고 영화제가 정상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단됐던 아시아 영화 지원 프로그램도 전부 복원된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서의 역할을 다시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아시아영화 지원프로그램들도 전면 재개된다. 올해 아시아영화펀드(Asian Cinema Fund, ACF)는 장편독립극 영화 인큐베이팅펀드, 후반작업지원펀드, 장편독립다큐멘터리 AND펀드 등 모두 13편을 지원작으로 결정했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Asian Film Academy, AFA)는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로 명칭을 변경했다. 아시아영화인들의 교류의 장인 플랫폼 부산도 다시 열린다. 팬데믹 기간에도 유지됐던 아시아프로젝트마켓은 올해 6개의 어워드를 추가해 대폭 확대된다.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바람의 향기’(위)와 ‘한 남자’ 스틸.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바람의 향기’(위)와 ‘한 남자’ 스틸.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영화제 개막작은 뉴 커런츠 출신 감독의 작품이 선정됐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아야즈의 통곡’으로 뉴 커런츠 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이란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바람의 향기’다. 폐막작은 2022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초청작이기도 한 일본 이사카와 케이 감독의 ‘한 남자’가 선정됐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올해 개‧폐막작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지향성과 아주 부합하는 영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두 작품에 대해 “아시아영화의 미학이라는 것이 21세기에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화려한 스토리나 스펙터클 혹은 대중적인 재미와 관계없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늘 지지하고 사랑해 온 아시아영화의 가치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이 영화들은 불행할 삶을 전시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정반대의 위안과 위로, 연대의 느낌, 감정을 전한다. 100% 만족하는 선정작”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 아시아영화인 수상자는 홍콩 배우 양조위다. 허 집행위원장은 “양조위는 198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비정성시’ 이래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변함없는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배우”라며 “개막식에 참석해 수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별 기획 프로그램 ‘양조위의 화양연화’가 진행된다. /부산국제영화제
특별 기획 프로그램 ‘양조위의 화양연화’가 진행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양조위가 직접 선정한 자신의 출연작을 소개하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 ‘양조위의 화양연화’도 진행된다.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리마스터링)’ ‘동성서취’ ‘암화’ 등 총 6편이 상영된다. 양조위는 해당 프로그램 상영작 중 두 편의 영화로 관객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드라마 시리즈 섹션을 신설해 화제가 됐던 ‘온 스크린’에 이어, 올해도 다양성 및 대중성 강화를 위한 섹션이 신설된다. 2017년 고(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지석상을 하나의 프로그램 섹션인 ‘지석’으로 독립시켜 경쟁 섹션으로 만들었다. 

한국영화의 오늘은 기존 ‘파노라마’와 ‘비전’ 섹션 외에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을 신설해 대중적 화제가 될 주류 대중 및 상업 영화 신작을 프리미어로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과 방우리 감독의 ‘20세기 소녀가 선정됐다.

‘온 스크린’ 섹션은 강화된다. 기존 3편에서 대폭 늘어난 9편의 드라마 시리즈가 소개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 엑소더스’를 비롯, 미이케 타카시감독의 ‘커넥트’, 키모 스탐보엘 감독의 ‘피의 저주’, 이준익 감독의 ‘욘더’, 정지우 감독의 ‘썸바디’, 유수민 감독의 ‘약한 영웅’, 이호재 감독의 ‘오늘은 조금 매울지도 몰라’, 노덕 감독의 ‘글리치’, 전우성 감독의 ‘몸값’ 등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와 허문영 집행위원장, 이용관 이사장, 그리고 오석근 마켓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개최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와 허문영 집행위원장, 이용관 이사장, 그리고 오석근 마켓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방을 위한 영화계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러시아 영화가 한 편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국제영화제들과 러시아를 향한 대응과 관련한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제재의 내용이 러시아 영화를 전혀 틀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러시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규모의 사절을 보낸다거나 국가관을 연다든지, 국가에서 지원한 일종의 국책영화 등의 작품을 선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고(故) 강수연의 추모전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회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추모전을 고민했다. 그러나 일회적인 것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추모의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장기적인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오석근 마켓위원장은 올해 마켓의 운용 기조가 연대와 협업이라고 밝혔다. 오 마켓위원장은 “마켓은 단순하게 필름을 팔고 사는 것을 넘어 원천 IP부터 시작해 기획 계발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 나중에 만들어진 작품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마켓”이라며 “단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한 사업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유일한 마켓으로서 아시아 영화산업의 공동 발전을 위해 어떻게 전 세계 영화계와 협업하고 연대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용관 이사장은 “올해 슬로건은 다시 마주보다, 그리고 정상화“라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다. 무엇을 내세운다기보다 아시아를 연대하는 영화제로서 마켓으로서 조심스러우면서 보이지 않은 표현을 하는 것을 대신할 것”이라고 영화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등 부산지역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진행된다. 상영작은 공식 초청작 71개국 243편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111편, 총 354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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