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렸어야 했는데, 직접 만나 인사드리고 말씀드리게 맞겠다 싶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드린다. 죄송하다.”

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왔다. 202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후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다시 대중 앞에 서면서,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각오와 다짐을 전했다. 

영화 ‘클로젯’(2020)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하정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시작해서 쉴 새 없이 일을 해왔는데, 그 모든 것들이 다 멈춰진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흐른 것 같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하정우는 멈춰진 그 시간 동안 배우 하정우로서, 사람 김성훈으로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공백기 동안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나하나 되짚어보면서 생활했다. 열심히만 하면 능사라고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게 됐고, 여러 시선이 존재하는데 나 자신이 너무 느슨한 기준을 두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데 내가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구나 생각하며 그 시간을 온전히 가졌다.”

하정우가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넷플릭스
하정우가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넷플릭스

논란 이후 첫 공식석상이었던 ‘수리남’ 제작발표회 현장을 떠올리기도 했다. “포토타임 할 때 그렇게 떨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사진을 보니 완전히 인상을 구기고 있더라. 그 모습도 낯설고 그 자리도 낯설고 지금 이 자리도 어려운 느낌”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 9일 공개된 뒤, 공개 3일 만에 누적 시청 시간 2,060만을 기록한 것은 물론, 한국‧홍콩‧싱가포르‧케냐 등 13개국의 TOP10 리스트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공개를 앞두고 긴장과 걱정이 앞섰다는 그는 “여러 반응을 보면서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다”며 “아쉬운 반응을 보기도 하고 좋게 봐주신 분들의 댓글을 보기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감사했다”고 이야기했다.  

‘수리남’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완벽한 시너지를 보여줬던 윤종빈 감독과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하정우가 남미 국가 수리남에 한국인 마약 대부가 존재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윤종빈 감독에게 직접 연출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윤종빈 감독에게 한 번 거절당했다. 윤 감독이 ‘공작’을 끝내고 시간이 지난 후 ‘시리즈로 하면 가능할 수 있겠다’고 해서 하게 됐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고) 이야기를 잘 구성했다고 생각했다. 각 역할에 누가 캐스팅될지 흥미로웠다. 하나하나 캐스팅되고 합류하면서 장면들을 상상해나갔다.”

강인구를 연기한 하정우. /넷플릭스
강인구를 연기한 하정우. /넷플릭스

하정우는 극 중 목숨을 걸고 국정원의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강인구를 연기했다. 실제 국정원을 도와 3년간 언더커버로 활약한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하정우는 “(캐릭터 구축 과정은) 생각보다 자유로웠다”며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많은 부분이 재구성됐다. (실존 인물을) 직접 만났는데 되게 건장한 분이었다. 이러니까 살아남을 수 있었겠구나 싶었고 신뢰도 갔다. 그 지점을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요환을 연기한 황정민과는 첫 호흡이다. 하정우는 황정민에 대해 “참 열정적”이라며 “평상시에는 말도 많이 하고 에너제틱 하고 술도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고 활발한데, 연기할 때는 에너지를 응축한다. 촬영 직전 마음을 준비하고 다스리고 계획하는 시간을 갖는 게 서정적인 느낌이었고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했다. 

대중의 곁으로 돌아온 하정우. /넷플릭스
대중의 곁으로 돌아온 하정우. /넷플릭스

윤종빈 감독과는 이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다.  

“어떤 농담을 던졌는데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헷갈릴 정도다. (윤종빈 감독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나를 딱 짚긴 어렵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도 주연배우로서 카메라 연기를 처음 해봤고 영화연기를 배우고 내가 전공한 연기를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배웠다. 그러면서 ‘비스티보이즈’를 찍으며 또 한 번의 과정을 거치고 지금까지 해오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이 아닌가 싶다. 연출할 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정우는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추격자’ ‘황해’ ‘범죄와의 전쟁’ ‘더 테러 라이브’ ‘암살’ ‘아가씨’ ‘터널’ ‘신과 함께’ 시리즈, ‘백두산’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하정우는 “사람들 때문”이라며 “내가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위기나 절망적인 순간에도 부모님을 생각해서, 제작진과 사람들을 생각해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윤종빈 감독과도 17년 동안 다섯 작품을 하면서 거창한 성과나 성취보다 영화를 좋아하고 같이 만들면서 힘이 돼줬다. 그런 작은 힘들이 오늘의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 앉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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