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현우가 영화 ‘썬더버드’로 관객 앞에 선다. /㈜트리플픽쳐스
배우 서현우가 영화 ‘썬더버드’로 관객 앞에 선다. /㈜트리플픽쳐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서현우는 2010년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데뷔해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실력파다.

매 작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입증한 그는 영화 ‘썬더버드’(감독 이재원)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여 호평을 얻고 있다. 

영화 ‘썬더버드’는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동차 썬더버드 속 돈뭉치를 찾아야 하는 태균(서현우 분)과 태민(이명로 분), 미영(이설 분)의 지독하게 꼬여버린 하룻밤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아카데미 출신 이재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서현우)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으로 데뷔 후 첫 연기상을 수상한 서현우는 극 중 강원도 정선 사북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돈이 미치게 필요한 자 태균으로 분해 또 한 번 살아 숨 쉬는 인물을 완성했다.

돈뭉치가 든 ‘썬더버드’를 찾는 과정에서 돈을 향한 인간의 절박한 욕망을 리얼하게 그려내 씁쓸한 공감을 안긴 것은 물론,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주연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영화 ‘헤어질 결심’ 속 사철성, 드라마 ‘아다마스’의 권현조와는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어떤 옷을 입어도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 소화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매 작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서현우. /㈜트리플픽쳐스
매 작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서현우. /㈜트리플픽쳐스

서현우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썬더버드’를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수상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개봉까지 순항하게 돼서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데뷔 후 첫 연기상을 받았다. 개봉을 앞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카메라 앞에 연기하면서 상이라는 걸 처음 받았다. 상을 받는 순간 촬영 현장이 생생하게 생각나더라.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치열하게 찍었다. 그때 순간들이 생각이 많이 나서 울컥했다. 같이 고생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도 너무 고마웠다. 혼자 연기를 잘해서 받은 게 아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고민한 시간들에 대한, 팀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부천에서 화제가 되고 개봉까지 순항하게 돼서 행복한 마음이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재원 감독과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같이 장편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정확하게 태균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시나리오를 보내줬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인 것을 알고 봤는데, 놀랐다. 그동안 봐온 학생물, 혹은 저예산영화의 형태가 아니었다. 굉장히 장르적이고 리드미컬했다. 구성 자체가 상업영화처럼 쫄깃하고 재밌더라.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이 어떤 분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캐릭터도 살아있었다. 어느 한 명 뒤처지지 않고 처절하고 열정적이었다. 목표가 분명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는 게 재밌었다. 그 중심에 있던 태균이 좋은 의미에서 난이도가 있어 보였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썬더버드’에서 태균을 연기한 서현우 스틸. /㈜트리플픽쳐스
‘썬더버드’에서 태균을 연기한 서현우 스틸. /㈜트리플픽쳐스

-태균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실제 사북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구축했다고.  
“사북에 처음 갔는데, 마치 욕망이 서로 엉켜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나가는 행인들 모두 외지인 같았다. 이곳에 본래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실제로 만난 주민들은) 경계심이 강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오고 각자의 사연이 많은 이들이 오는 동네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겠더라. 태균이 새끼손가락이 다쳐서 붕대를 감고 있는 설정인데, 그 상태로 편의점에 들어가면 경계하는 눈빛이 느껴졌다. 그런 모습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감독님과 함께 태균에 대한 큰 설계를 그렸다. 태균은 사건을 겪게 되면서 자기 안에 있던, 응축된 감정이 폭발하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그 지점이 굉장히 철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의 성격이 사건과 상황에 의해 변해가는 과정을 정확하게 보여줘야 영화의 큰 줄기가 생기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물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분석도 많이 하고 설계를 많이 해나갔다.” 

-운전하는 장면도 많았나. 카체이싱에 가까운 신도 있었는데. 
“운전병 출신이다. 군대에 있을 때 덤프트럭을 몰기도 했고, 운전에 자신이 있는 편이다. ‘썬더버드’뿐 아니라, 모든 운전 장면을 직접 하는 편이다. 처음 택시 운전수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무릎을 쳤다. 운전대를 잡고 하는 연기는 묘한 느낌이 있다. 어디로 향하고 있으면서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나. 어디론가 향하면서 그 상황에서 또 치열하고, 참 재밌는 경험이었다. 또 태균이 그 지역 출신이라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게 잘 보였으면 했다. 잘 산 것 같아 다행이다.”

‘썬더버드’로 신선한 앙상블을 완성한 (왼쪽부터) 이명로와 이설, 서현우. /㈜트리플픽쳐스
‘썬더버드’로 신선한 앙상블을 완성한 (왼쪽부터) 이명로와 이설, 서현우. /㈜트리플픽쳐스

-송년회에서 춤을 추던 태균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촬영은 어땠나.  
“현장은 음악이 없다. 박자가 들어간 음악을 깔아주면 춤추기 편한데, 오히려 음악이 없었던 게 감정대로 춤사위를 펼칠 수 있게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 춤을 넘어 살풀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몸짓이었다고 생각한다. 희열도 있고 개탄도 있고 슬픔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표현하고자 계산하진 않았다. 그 장면만큼은 동물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태균이 드디어 폭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일종의 살풀이였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태균은 돈을 향한 인간의 절박한 욕망을 리얼하게 담아낸 인물이었다. 어떻게 공감했나. 
“서현우라는 사람은 태균과 다른 질감이다. 주식이라는 것도 적은 액수에도 벌벌 떠는 사람이다. 도박은커녕 재테크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비슷한 지점을 찾은 것은 태균도 처음엔 나와 같았을 것 같은 거다. 어떤 계기로 인해 코인을 하게 되고, 그것으로 재기를 꿈꾸고 서울로 가기 위한 그 과정에서 인간 서현우와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서현우가 태균이라는 탈을 쓰고 그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인물에 접근했다.”

-인간 서현우의 욕망은 무엇인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것?(웃음) 우선 돈 자체에 대한 집착은 버리려고 한다. 예전에 선배들이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돈은 따라온다’는 말을 해줬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물론 현실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잖나. 돈이라는 것이 집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철학을 갖고 살아가려고 한다.”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서현우. /㈜트리플픽쳐스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서현우. /㈜트리플픽쳐스

-태균처럼 코너에 몰린 듯한 절박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나. 
“배우로 지내면서 회의감이나 위기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작품을 너무 하고 싶어서 절박했던 순간도 있었고… 감히 그만두겠다는 용기까지는 내지 못했다.(웃음) 5년 정도 영화사에 프로필을 돌리고 다닌 시절이 있는데, 그때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너무 올라온 거다. 그래서 프로필 대신 담배를 몇 갑 사서 명함처럼 연락처를 넣고 특기 사항 등을 작성해 준 적이 있다. 나름 영업을 해보려고 한 것 같다. 그때 한 조감독님이 담배를 받더니 되게 당황스러워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냐,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날 엄청 힘들었다.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그런 심상들이 내 안에 있다. 태균도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정처 없이 전당포를 향해 가고 극한의 상황까지 가버리잖나.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떤 위기 상황에 봉착했을 때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태균을 통해 체험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현실에서는 도덕적이고 범법행위는 하지 않겠지. 하지만 적어도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그 시간들이 대사 한 마디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것 같다. 그동안 단역도 많이 하고 감사하게도 ‘신스틸러’라는 수식어도 얻게 됐는데, 그런 작업들을 통해 튀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신 안에 존재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던 게 나를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힘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의 욕심을 투영하는 게 아니라 방향성을 같이 공유하는 게 좋은 연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통제하고 절제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또 그 경험들이 ‘썬더버드’를 통해 주연으로서도 잘 풀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 ‘헤어질 결심’부터 드라마 ‘아다마스’, ‘썬더버드’, 그리고 ‘정직한 후보2’까지 쉼 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힘들진 않나. 
“물론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은 있다. 그런데 정신적으로 많이 무장이 된 것 같다. 작품을 못하던 시절도 많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정처 없이 걸어 다닐 때도 많았다. 나도 인간인지라 심신이 지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완전 무장이 되고 에너지가 차오르더라. 그래서 요즘에 건강을 더 잘 챙기려고 한다. 이 일을 정말 오래 하고 싶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싶더라. 최근 이순재 선생님과 촬영했는데, 자세도 좋으시고 집중력도 굉장하시더라. 오랫동안 꿋꿋하게 할 수 있는 근원이 뭘까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그것은 곧 건강한 정신력과 신체라는 답을 얻었다. 지치고 피로가 올 때마다 그런 마음가짐을 떠올리곤 한다.”

서현우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트리플픽쳐스
서현우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트리플픽쳐스

-뿌듯함도 느낄 것 같다.  
“매년 여러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특히 다채로운 역할로 인사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 어떤 작업을 할 때 내 연기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분장이나 의상 등 캐릭터의 콘셉트에 따라 도움을 받는데, 나를 다른 캐릭터로 바꾸고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게 좋게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또 그런 작업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수용하면서 작품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생각도 계속하게 된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정직한 후보2’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강원도청 공무원 조태주라는 역할로 만나게 될 것 같다. 또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tvN)라는 드라마로 11월에 찾아뵙게 될 것 같다. 프랑스 넷플릭스 시리즈 원작인데, 국민드라마로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다. 매회 실제 실명을 쓴 배우들이 등장한다. 내가 맡은 역할은 매니저다. 일적으로 겪는 고충 외에도 삶과 사랑, 우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국화 시키는데 제작진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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