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85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5일 만의 일이다. 해리스 부통령과의 만남은 순방 전에 정해졌지만, 대통령실은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이XX’ 발언 논란과 ‘48초’ 한미 정상 조우 논란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만남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 해리스 부통령, IRA ‘진전된’ 입장 내놔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용산 대통령실 2층 확대회의실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한미 관계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 문제, 경제 안보와 주요 지역 및 국제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은 2018년 2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방한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에서 한미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을 비판받은 것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오전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방한에 대해 “다자회의에서는 양자 간 장시간 내밀한 얘기를 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그래서 이번에 (부통령과) 부족한 얘기들을 좀 더 나눌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접견은 85분간 이어졌다. 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길어졌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매우 신뢰하며, 뉴욕과 영국에서의 만남에 매우 만족했다는 뜻을 전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해리슨 부통령을 통해 내년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한 윤 대통령의 방미를 제안했다. 

특히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혔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우리 측의 우려를 전달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IRA 집행 과정에서 한국측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27일 일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보다 진전된 입장으로 평가된다. 또 대통령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나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 집행 과정에서 한국 측의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것은 한국으로 치면 시행령으로 추가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또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유동성공급장치 실행을 위한 협의도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접견 결과 브리핑을 통해 “필요시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양국 정상 차원의 합의 사항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유동성공급장치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포함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 ‘한미동맹 균열’ 우려 해소됐나

이날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만남은 순방 전인 지난 8일 발표됐다. 그러나 순방 기간 중 뉴욕에서 있었던 발언 논란이나 한미정상회담 무산, 그리고 이에 앞서 있었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당시 ‘홀대 논란’ 등으로 인해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은 이번 만남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면에서 IRA에 대한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과 유동성공급장치 실행 협의 등은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성과로 볼 수 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대해 “미 측으로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 주 런던과 뉴욕에서 이뤄진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이 더욱 발전해나가도록 자신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근 한미동맹 균열 우려로 비판을 받던 대통령실로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접견과 이같은 발언 때문에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만약 ‘외교 참사’였으면 오늘 해리스 부통령이 여기 왔겠느냐. 또 영국 외교장관도 어제 왔다. 당사자, 당사국들이 전부 (순방이) 잘 된 것으로 (평가)하는데 유독 우리가 스스로 이것을 폄하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해리스 부통령과의 접견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겪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문제를 언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취재진은 윤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해리서 부통령이 해당 이슈를 언급했는지 질문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성 문제와 관련해서 해리스 부통령의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은 같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한국과 전 세계의 성평등과 여성 권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접견 직후 일정인 ‘여성 리더 초청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언급하며 “여성 지도자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 여성들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늘 여성 지도자 환담이 유익한 결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도 여성 역량 강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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