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방울토마토 온실을 방문해 작물 재배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방울토마토 온실을 방문해 작물 재배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아홉번째 민생 주제는 ‘청년 농업’이었다. 윤 대통령은 5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방문해 청년들의 농업 창업 돕기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의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5점 만점에 2.38점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 농민들, 정부에 대한 기대감 낮아

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3~25일 티브릿지코퍼레이션을 통해 농협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가 지난 4일 발표된 바 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농업정책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2.38점으로 조사됐다. 2020년(2.59점)과 2021(2.71점)년에 비해 낮아진 수치다. 

조사에는 농업 발전을 위한 기관별 중요도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농민들은 농식품부(5점 만점에 4.45점)와 대통령실(4.37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농업 발전을 위한 기관별 기대감’에서는 농식품부와 대통령실이 각각 2.85점과 2.45점을 기록했다. 농민들은 대통령실과 농식품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현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기대는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농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인 쌀값 폭락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실(4.30점)과 농식품부(4.49점)에 있다는 인식도 드러났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에도 농민들은 적극 찬성(76%)하고 있었다. 

5일 윤 대통령이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청년’ ‘스마트 농업’ ‘혁신’ ‘첨단’이라는 단어만 보였다. 회의장에는 ‘젊은 농부, 똑똑한 농업 대한민국의 희망이 됩니다’라는 슬로건이 걸렸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이던 지난 2월 ‘상주를 스마트 농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회의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0일 농식품부의 업무보고를 받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농업을 육성하고 청년인재 양성을 당부한 바 있다. 또 같은달 24일 창농·귀농 박람회에서 스마트팜 부스를 방문해 청년 농업인과 대화를 나누는 등 청년인재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 청년 농업 인재 양성 주문

윤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시찰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농업 인프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조성한다. 현재 상주와 김제, 밀양, 고흥 4곳에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딸기·토마토 스마트팜을 둘러보며 이를 운영하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태블릿PC를 조작해 딸기밭에 안개 분무를 시연해 본 윤 대통령은 “알아서 AI(인공지능)로 하는구나”라고 말했다. 또 토마토온실에 전시된 방울토마토를 보고선 “이거 농약을 친 건가”라고 물어보며 시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마친 뒤 아재개영농 조합법인 쌀 수확 현장을 방문해 수확한 쌀을 보며 농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마친 뒤 아자개영농 조합법인 쌀 수확 현장을 방문해 수확한 쌀을 보며 농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을 가진 청년들이 스마트 농업 기술을 배우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며 “청년들은 우리 농업의 혁신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 임대 농지 확대, 창업자금 상환기간 연장 및 대출금리 인하, 농촌 '아이돌봄 임대주택' 확충, 교육 프로그램 및 컨설팅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윤 대통령은 “우리의 농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AI,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의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스마트 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농업인의 여건과 수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컨설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능형 첨단 온실·노지 스마트팜 확대,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도 함께 제시했다. 

◇ ‘쌀값 대책’은 어디에?

회의 후 윤 대통령은 인근 벼 수확 현장을 찾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 태풍 등 어려운 상황에도 농사에 힘쓴 농업인들을 격려하고, 쌀값 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 추진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농업인들은 수확기에 앞서 역대 최대 규모(45만톤) 시장격리 조치를 발표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지만, 쌀값 대책을 촉구하는 농민 일부는 윤 대통령과 면담에 참여하지 못했다. 또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쌀값과 관련해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서 수확기 역대 최대 규모로 쌀 매입을 결정했고, 또 신속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한번 언급했을 뿐이다. 

이날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업혁신 및 경영안정 대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청년농 3만명 육성 △원예시설·축사 30% 스마트 설비 전환 △영농정착지원금 지원금·지원대상 확대 △선임대-후매도 제도 도입 △첫 투자유치 희망 청년농에게 공공 금융기관의 담보 없는 직접 투자 △청년농 전용펀드 △임대형 스마트팜·임대주택 단지 조성 △청년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 융자금 상환기간 확대 및 금리인하 등을 발표했다.

아홉번째 민생 주제가 농업이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인 ‘청년 농업’에 주력했고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쌀값’ 문제는 외면한 셈이다. 현재 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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