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A씨는 지난 1월 13일,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에서 ‘슈크레(le sucre)’ 인형을 구입했다. 5 살배기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슈크레 인형은 일본 예술가 나오미 토자키가 창작한 것으로 2009년 국내 유명 CF에 등장한 이후 어린 아이들과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인형 1개에 최소 2~3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롯데백화점 동래점에서 슈크레 인형을 1만원에 구입했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잠시 이상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슈크레 인형이라는 직원 말을 믿고 구입했다.

집에 돌아온 A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슈크레 인형을 검색했다. 그런데 A씨가 구입한 인형은 정품이 아니었다. 홀로그램은 물론 KC 안전인증번호도 없었다. 결국 A씨는 다른 곳에서 정품 슈크레 인형을 다시 구입해야했다.

A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롯데백화점을 믿고 구입한 것이었다”며 “설마 롯데백화점에서 짝퉁을 판매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가 구입한 슈크레 인형. 위가 정품이고 아래가 롯데백화점에서 구입한 짝퉁 슈크레 인형이다.
◇ ‘짝퉁 무방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동래점 관계자는 짝퉁 판매를 인정했다.

롯데백화점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1월 행사기간에 외부업체가 판매한 것으로 슈크레와 비슷하게 생긴 인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슈크레 인형이라고 안내한 것은 판매 직원의 착오였다”고 말했다. 판매직원 조차 헷갈릴 만큼 비슷한 짝퉁이었던 것이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슈크레 인형은 그만큼 짝퉁도 많다. 지난해 9월엔 짝퉁 슈크레 인형 8만개를 수입해 판매한 무역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짝퉁과 정품 여부를 문의하는 주부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슈크레 인형의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취득한 곳은 ‘디에스컴퍼니’다. 디에스컴퍼니 외에 다른 업체에서 판매하는 슈크레 인형은 모두 짝퉁이다. A씨가 롯데백화점에서 구입한 인형은 P업체의 인형이었다.

디에스컴퍼니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P업체가 짝퉁 슈크레 인형 수백 개를 수입해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것을 약속하고 법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것은 동래점 외에 다른 롯데백화점에서도 이 짝퉁 슈크레 인형이 판매됐다는 사실이다. 디에스컴퍼니 관계자는 “12월 초부터 1월까지 롯데백화점 경남지역 대부분 매장에서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서울지역에서도 판매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롯데백화점에서 짝퉁 슈크레 인형을 구입한 피해자들은 수백 명에 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들 중엔 여전히 짝퉁인지 조차 모르고 있는 소비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겨울 정기세일을 맞아 많은 소비자들이 롯데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신뢰’다. 하자 없는 정품을 판매하고, 혹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땐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런 높은 신뢰 때문에 백화점 입점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기도 한다. ‘백화점이 인정한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깨뜨리고 버젓이 짝퉁 인형을 판매했다.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취득한 업체가 있었음에도 짝퉁을 수입한 업체를 백화점에 들인 것이다.

심지어 롯데백화점에서 판매된 짝퉁 슈크레 인형은 안전성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은 KC인증 마크를 획득해야 유통이 가능하다. 그런데 짝퉁 슈크레 인형에는 KC인증 마크만 있을 뿐 인증번호는 기재돼있지 않았다.

KC마크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KC마크 인증을 받았다면 당연히 인증번호도 기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따라서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한 짝퉁 슈크레 인형은 안전 검증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적발된 일당은 짝퉁 뽀로로 인형 50만개에 가짜 KC마크를 붙여 유통시켰는데, 조사결과 이 인형은 납 성분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다”라면서도 “백화점은 짝퉁 판매를 인지하지 못했다. 외부 업체의 상품을 일일이 100%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류, 식품, 공산품 등 브랜드가 자체 생산한 상품은 짝퉁이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소품 등 아웃소싱이 주를 이루는 편집매장에 들어오는 물건까지 모두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도 롯데백화점에서는 얼마든지 짝퉁 상품이 판매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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