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블랙박스 해독 완료, 사실보고서 작성 중”
“구본준 부회장 탑승 위해 무리한 운행” 등 숱한 의혹 풀릴지 관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지난해 11월, LG전자 헬기가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사고와 관련, 사고원인을 밝혀줄 헬기 블랙박스 분석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시 숱한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미스터리한 사고의 실체가 드러날 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8시55분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LG헬기가 충돌하면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현장을 통제하던 한 경찰관이 처참하게 찌그러진 헬기 잔해를 쳐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안개가 유난히 자욱하게 드리웠던 이날 아침,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아이파크에서 거대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를 들이받은 것은 다름 아닌 LG전자 소속 헬기. 도심에서 헬기가 아파트에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고가 터진 것이다.

마치 911테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사회적 충격을 안겼던 이 사건은 당시 많은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비행경로, 사고 당시 고도와 속도 등 많은 것들이 쉽게 풀리지 않았던 것. 안개가 자욱한 상태에서도 비행을 강행한 이유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고, 예상 경로를 이탈해 다른 항로를 택한 점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제기됐다.

◇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급기야 일각에서는 LG전자 대표이사인 구본준 부회장 등 고위 임원들이 해당 헬기로 이동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을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구본준 부회장이 사고 당일 야구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은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실제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8시 46분 김포공항에서 이륙한 뒤 8분만에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했다. 김포공항에서 삼성동 아이파크까지 정해진 정상 비행 노선은 약 28km다. 이륙 8분만에 사고가 난 점을 감안하면 시속 210km가 넘는 속도로 날았다는 얘기가 된다. 비행을 급하게 서둘렀다는 의미로, 최고임원을 태우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 무리한 비행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은 헬기 충돌사고와 관련이 없다”며 한결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구본준 부회장이 야구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것은 맞지만, 헬기가 아닌 승용차로 이동할 계획이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사고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열쇠는 ‘블랙박스’ 뿐이었다. 당시 헬기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해 간 국토부 측은 지난 6개월 동안 블랙박스 분석에 전념했다. 국토부 사고조사반은 비행경로, 사고 당시 고도와 속도, 조종실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하는데 주력했고, 최근 분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고 당시 수거한 블랙박스를 최근 해독 완료한 상태”라면서 “현재 자료 분석 중이며 사실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박스 내용이 해독되긴 했지만 관련 기관 등에 의뢰해 의견 청취 과정을 거쳐야 하고,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9월 정도 사고원인분석에 대한 초안이 나올 예정이며, 11월께 공식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LG전자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현장에 급파된 조사관들이 사고현장을 둘러보고 는 모습. 아래는 처참하게 부서진 헬기의 모습.

◇ LG전자, 헬기사고 ‘쉬쉬’

블랙박스에 대한 국토부의 분석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관심은 사고 당일의 ‘진실’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11월 공식발표 이전에 LG전자 헬기사고를 둘러싼 진실들이 어떤 식으로든 하나둘씩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고원인에 따른 거대한 후폭풍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체결함에 따른 것이든, 아니면 조종자의 운전미숙에 따른 사고든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사실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부 조사 결과, 재벌그룹의 안전불감증에 따른 사고로 밝혀질 경우 LG전자는 직격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에 대한 여론이 민감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는 LG전자에 치명상이 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세간에 제기되던 의혹처럼 구본준 부회장 등 고위임원을 태우기 위해 안개 낀 날씨에 무리한 헬기 운항이 강요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책임론은 물론 세간의 비난은 섣불리 예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수 있다.

실제 LG전자 측은 6개월 전 발생했던 헬기사고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본지의 취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회사 측은 헬기사고 이후 후속조치 및 피해 아파트와 주민들에 대한 보상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말로 회피하기 급급한 모습이다. 여러차례 회신 메시지를 남겼지만, 현재까지도 답변은 듣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LG전자는 “헬기사고 관련해 담당자가 따로 있지만 누군지 알려줄 수 없다”는 알 수 없는 말로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

과연 그날의 진실의 무엇일까. 사고 당일처럼 짙게 드리워져있던 의혹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는 가운데, 이날의 사고 전모를 담고 있는 ‘블랙박스’는 과연 어떤 진실을 말해 줄 지 각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날 사고로 탑승해 있던 조종사 박모(58) 씨와 부조종사 고모(37) 씨 2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21층에서 27층까지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다. 헬기는 꼬리날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모두 파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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