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본관 특실 121병동을 가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입원한 서울대병원 본관 12층  특실 121병동.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특실. 올 초까지만 해도 재판중이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재벌 ‘총수’들로 북적거렸던 이곳엔 이재현 CJ그룹 회장만이 남아있다. 구속집행정지 재연장을 거절당한 이 회장은 재수감 2주 만인, 지난 13일 건강 악화로 다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기자는 이 회장의 항소심 2차 재판이 있기 전날인 지난 21일 병원을 찾았다.

◇ 출입구부터 경비 삼엄, 외부인 철저히 통제 

이 회장은 현재 이 병원 본관 12층에 위치한 특실 121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것을 확인됐다. ‘121’병동은 VIP들이 주로 머무는 특실인 만큼, 병원관계자와 보호자 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 병동에 들어가기 위해선 보안직원이 지키는 ‘출입구 유리문’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 21일 기자는 우연찮게 이 병동의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21병동 유리문 출입구 앞에서 ‘바닥 왁스작업’이 진행 된 탓에 문이 잠시 개방돼 있었기 때문이다.  121병동은 밖의 분주한 분위기와 달리, ‘무거운 공기’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무색 자재를 사용한 고급스런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어두운 조명에 오가는 사람까지 거의 없어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회장의 입원 병실을 찾아 나섰지만 확인이 어려웠다. 각 병실엔 방 호수만 적혀 있을 뿐, ‘환자의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았다. 병실 문 앞을 지키는 ‘사설 경호원’이나 ‘구치소직원’으로 보이는 직원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이 입원한 병실에는 구치소 직원 2명이 상주하며 이 회장을 계호하고 있는 상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는 “이 회장은 특등실, 즉 VIP 병실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전에 CJ그룹 쪽 사람들이 다녀갔고, 가족 등 보호자가 면회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특실은 총 30여개로 그 중 4개 병실이 VIP병실이다. 이 가운데 최고급 VIP실은 병동 끝 부분에 자리 잡고 있고, ‘이중보안’이 돼있어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VIP실은 최고급 시설과 함께 환자실과 별실이 따로 분리돼있고, 거실과 조리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마치 ‘하나의 집’처럼 완벽하게 독립된 공간 형태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일일 입원료는 12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병원 측은 이 회장의 ‘입원 정보’나 ‘몸 상태’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휴게실에서 만난 특실 간병인은 이 회장의 입원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몸 상태’를 묻는 질문을 하자 난처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우린 그럴 말을 할 수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 역시 “아는 것도 없을뿐더러, 환자의 정보에 대해서 말할 수 없게 돼있다”며 말했다. 계속된 질문에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냐”며 앓는 소리마저 했다.

병원홍보팀 직원은 “입원한 사실만 확인해줄 수 있고, 그 외에 몸 상태와 퇴원 시기 등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이재현 회장 정보 철저히 ‘함구’

기자의 방문에 병원 측에선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21병동에서 빠져 나왔지만 보안 직원은 기자의 동선을 예의주시했다. 병동 입구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사진 찍지 말라”고 경고했다. 직원과 인터뷰를 시도하자 한 병원 관계자가 다가오더니 “홍보팀 직원과 이야기하시라”며 인터뷰를 차단했다. 

그렇다면 일반병동의 환자들은 이 회장의 입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서울대 본관 12층은 휴게실을 사이로 ‘특실 병동’과 ‘일반 병동’은 구분돼있다.

휴게실에서 만난 환자들은 대부분은 이 회장의 입원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다만 한 환자는 “재판만 넘겨지면 총수들은 왜 병원으로 죄다 오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쳤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지난해 7월 배임·횡령 및 조세포탈 기소된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두 차례의 구속집행정지를 받았다. 지난달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재수감됐다. 이후 건강에 이상신호가 발견돼 재수감 14일 만에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구속집행정지 상태가 아니기에 언제 다시 구치소로 돌아갈지 알수 없는 처지다.

지난 22일 2차 항소심 공판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 측은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며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강하게 호소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식받은 신장에 거부 반응이 나타났고, 모든 상황이 불안정하고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게 됐다”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를 해달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혈중 면역억제제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고, 단백뇨와 부종도 발견됐다. 손발 근육과 신경이 위축되는 샤르코-마리-투스(CMT) 병이 악화해 혼자 잘 걷지 뿐 아니라, 70∼80㎏에 달했던 몸무게가 49.5㎏까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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