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후보는 ‘시민 곁에 있는 시장’,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시장’,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시장’을 강조하며 “시장이 아닌 시민의 소망을 실천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년10개월만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던 지지율 5%의 사나이가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된데 이어 다시 재선에 도전하기까지. 이 짧은 시간 동안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에서 ‘정치인 박원순’으로 성공하며 지지율 50% 가까이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서울의 시정운영 방안을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강조한다. 성장의 크기만큼 행복의 크기도 중요하다는 것. “서울 시민 각자 행복의 크기를 모으면 사람이 중심인 서울, 사람이 우선인 서울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원순 후보가 유세차 대신 배낭을 메고 도보를 걸으며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이유다.

뙤약볕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걷다보면 땀범벅은 당연지사. 힘들만도 하지만 박 후보는 “시민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도리어 유세현장에 몰려든 취재진에 행여 시민들의 발걸음에 방해가 될까 미안해하는 그다. 취재진 없는 비공개 일정에서 시민들과 즉석 포토타임을 즐기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박원순 후보. “끝까지 시민 곁에 있겠다”는 그의 약속이 이뤄질 수 있을까. 다음은 박원순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 요즘 선거 유세 강행군으로 많이 피곤하실 것 같다.

“하루에 많이 걸으면 10시간 이상을 걷는 것 같다. 평소에도 새로운 선거 문화, 새로운 정치 문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젖은 시민들 앞에서 유세차 타고 큰 소리로 떠드는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배낭 메고, 서울시내 골목골목을 다니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선거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은 좀 피곤하긴 하지만, 그만큼 시민들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 특히 신천에서 서울시 덕분에 신용불량자 신세를 면했다는 중년의 남자분을 만났다. 제가 민생 침해 근절 대책으로 마련한 ‘서울시 눈물 그만 프로젝트’로 새 인생을 찾으신 분이다. 이런 시민 여러분을 만나면, 언제 피곤했나 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얻는다.”

- 선거 유세 기간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만나는 시민 한 분 한 분에게 다 배울 것이 있고, 서울시 정책에 참고할 부분이 있다. 저는 서울시장을 할 때도 늘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 속에 해결책이 있고, 소통이 곧 길이라고 생각했다. 선거 유세 기간 중에도 그 원칙은 통하는 것 같다. 선거 기간에 시민 여러분에게 들은 말씀들을 일일이 다 기록해 놓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시민들의 말씀을 서울시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 실제 유세 현장을 보면 박 후보의 인기가 좋다. 가족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편인가.

“가족들이 저를 많이 봐 주는 편이다. 저희 아이들이 어릴 때의 일이다. 영국 유학을 갔는데, 그때 가족들과 유럽 배낭여행을 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한인 민박집, 유스호스텔에 묵으면서 다녔는데, 그때 제가 이층 침대에서 떨어져 팔을 다치기도 했다. 가족들이 지금도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 한다. 그 후, 시민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지 못 했다. 그게 두고두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 배낭을 메고 거리에 나선 박원순 후보는 선거 유세 기간동안 현장에서 들은 시민들의 의견들을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과 함께 시민공약 공모전을 통해 전달받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시정 운영에 꼭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 힘들 때 의논상대를 가족으로 꼽았다.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한다고 말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20여 년 전 변호사를 그만두고 시민운동을 시작하면서 수입이 줄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단 한 번의 반대도 없이 선뜻 동의해줬다. 그 대신 딱 한 가지만 약속을 했다. 저는 어떤 일을 해도 좋지만, 가족들은 뒤에서 내조만 하기를 원했다. 

서울시장을 하는 동안 가족들이 사실과 다른 음해와 비방으로 맘고생을 적지 않게 했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 문화의 구태를 여실히 확인했다. 그래도 재선에 도전한다고 하니 가족들이 반대 없이 응원해줘서 고맙다.

정치인에겐 가족도 공인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음해, 비방, 마타도어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 그 누구에게도 마찬가지다. 선거 기간 동안 선거의 정책과 공약, 정치인의 가치와 실천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 할 시간도 부족하다.”

- 선거 캠프 공개 당시 화제에 올랐다. 이를 두고 ‘박원순스럽다’는 말이 많았다. 그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작은 선거 운동, 시민이 주인인 선거 운동을 하겠다는 게 이번 선거를 임하는 저의 마음이다. ‘오로지 시민, 오로지 서울’이라는 저의 선거 슬로건을 바로 지금 선거에서부터 실천하고 있다.  

일단 선거 캠프도 명망가 중심의 메머드급 화려한 선거 캠프를 지양했다. 실무자 중심으로, 특히 시민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선거 캠프를 만들었다. 선거 사무실도 시민들이 많이 찾으시는 광장시장 옆에 차렸다. 시민들이 시장에 오셨다가 편하게 들려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가신다.

또 지난달 15일부터 오늘(30일)까지 시민공약 공모전을 하고 있다. 지하철 계단에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홈을 만들어 달라 등 시민들이 생활 속에 직접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는 의견들이 많다. 행정이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미처 살피지 못 한 시민의 삶을, 시민들 스스로 바꿔 가려는 움직임이다. 시민 공약 공모전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반드시 실현시키겠다.”

- 서울시민이 꼭 알아야 할 핵심공약 세 가지만 꼽는다면.

“서울을 안전한 도시로 만들겠다. 안전 예산을 2조원 추가 확보해서 지하철 노후 차량과 노후 시설을 전면 교체하겠다. 아울러 어린이와 여성의 안전을 책임지겠다.

서울을 따듯한 도시로 만들겠다. 현장사회복지 인력을 2배로 확충해서, 복지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 특히 5060 조기 은퇴자들에게 재교육과 일자리로 제 2의 인생을 약속드리겠다.

서울을 꿈꾸는 도시로 만들겠다. 5대 창조경제 거점과 3대 아시아지식기반 허브를 중심으로, 서울을 창조 경제의 메카로 만들겠다. 경제 혜택이 시민의 삶에서 골고루 느낄 수 있게 하겠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들겠다.”

▲ 박원순 후보의 거리 유세는 사진과 사인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박 후보도 즐겁게 응하자 늘 현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 반대로 경쟁자인 정몽준 후보의 공약 가운데 솔깃하거나 탐나는 공약이 있다면.

"정 후보의 공약 중에 솔깃한 공약이 무려 82%나 된다. 왜 그렇게 많을까. 정 후보의 공약 중 82%가 이미 서울시에서 하고 있거나, 계획을 발표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창동차량기지 이전 지역에 공항터미널과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사업은 제가 직접 수도권 동북부 생활중심 육성을 위해 발표한 ‘행복 4구 플랜’으로 제시된 정책이다.

행복4구 플랜에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조성사업’으로 복합단지 개발이 포함되어 있고, 복합환승주차장 계획 또한 포함되어 있다. 복합환승주차장에 공항터미널을 포함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원룸형과 기숙사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나 공동주택 아파트 관리비 거품제거, 서울시민 100만 그루 나무심기 등의 정책은 제가 취임한 이후 새롭게 추진하여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정책이다.

그 외에도 대표적으로 경전철공사 적극 추진, 30곳의 유휴부지에 신규 투자 추진, 뉴타운사업 선별적 추진, 구로·금천 디지털단지 활성화, 싱글맘 지원 확대 등의 정책들이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책이다."

- 박 후보의 지지율이 정 후보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서울시 전역을 배낭 메고 걸어 다니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보니, 시민들이 지난 2년6개월 ‘박원순표’ 시정의 변화를 몸소 느끼시는 것 같다. 현재 여론조사의 결과는 그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선거기간이 남아있다. 선거를 마치는 날까지 일희일비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

- 일각에선 세월호 참사로 박 후보가 득을 봤다는 얘기를 한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윤만 생각하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한 기업, 말로만 안전을 외쳤을 뿐 너무도 허술한 안전대책을 가지고 있던 행정, 국민의 아픔과 상처에 먼저 공감하고, 위로하지 못 한 정부 등 그동안 ‘빨리, 더 빨리’를 외치며 성장제일주의를 내세웠던 우리사회의 그늘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확연하게 인식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어떻게 유불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수 백 명의 희생자를 낳고, 아직도 16명의 실종자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 한 상황이다. 온 국민이 세월호의 슬픔에 힘들어하고 있는 이 때, 득실을 따지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또한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국민들을 또다시 실망시키는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눠져야 한다고 할 만큼 세월호 참사는 많은 상처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저도 깊은 반성과 성찰의 의미로 조용하고 작은 선거를 지향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서울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 삶의 고비 고비,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 멀리, 권력의 곁이 아니라 시민의 곁에 있는 시장이 되겠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시장,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잘못된 관행과 타협하지 않는 시장, 시장이 아닌 시민의 소망을 실천하는 시장이 되겠다.

지난 2년6개월, 시민을 시장으로, 시정의 주인을 시민으로 바꿨다. 시민의 세금을 천금처럼 중하게 여겨 서울시 빚을 줄이고, 시민의 기댈 언덕이 되는 복지와 안전은 오히려 늘렸다. 비정상을 정상화 시켰다. 서울의 변화,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서울의 변화, 4년 더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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