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떠나면서 ‘무주공산’이 된 서울 동작을 지역을 둘러싸고 여야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들도 과연 어떤 후보가 출마할지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무주공산’ 서울 동작을의 새 주인은 누가 될까. 여야를 통틀어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만 무려 20여명에 달한다. 여권에선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만큼 ‘지켜야 할 텃밭’이라 주장하고, 야권에선 ‘되찾아야 할 텃밭’이라고 반박한다. 

당초 동작을은 야권세가 강한 곳으로 불렸다. 서울로 상경한 호남인들이 대거 모여 살기도 했지만,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실제 동작을의 지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당동의 경우 과거 “여자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인 못산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산동네로, 또는 판자촌으로 불렸다.

전환점을 맞은 것은 재개발 붐이 일면서부터다. 재개발로 산허리는 깎였고, 분담금을 내지 못한 노동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 노동자들의 빈자리는 다른 지역에서 온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다. 결국 재개발 붐으로 유입된 세대들의 영향으로 야권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물론 지역민들은 유입된 세대들 역시 야권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과 교통에 민감한 세대들인 만큼 이슈에 민감하고, 비교적 젊은층일 것이란 분석에서다.

주목할 부분은 지역민들의 욕망이다. 길 하나를 두고 서초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당동은 서초에 편승되고 싶어 하지만, 서초에선 수준차이를 이유로 사당동과 거리를 두고 있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대선급 후보자들의 출마가 거론되자 “땅값이 올라야 하는데 인물값만 오르고 있다”고 투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정몽준 텃밭’이라 하기엔 민심 흉흉

야권세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등장으로 한번 더 희석됐다. 지역 발전에 대한 열망이 ‘인물론’으로 대변됐던 것. 정 전 의원이 떠난 뒤에도 지역민들은 또다시 ‘인물론’에 집중했다. 빅매치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떠오른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심을 받은 만큼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지역민들의 기대는 기자의 현장 취재 곳곳에서 나타났다. 오죽하면 기자에게 “진짜 누가 나온대요?”라고 묻기까지 할까.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동작을 여론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사당동 일대 남성시장과 사당시장을 찾아 바닥민심을 살펴본 결과, 지역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승리를 점치면서도 ‘김문수 등판론’에 주목했다.

▲ 동작을 출마에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혜훈 최고위원, 나경원 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동영 상임고문, 이계안 최고위원, 천정배 전 의원, 김두관 전 경남지사. 이와 함께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가 야당으로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사진에서 왼쪽부터)

그 바탕엔 정몽준 전 의원의 실책이 컸다. 사당시장에서 만난 50대 초반 여성 A씨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 전 의원이 지역구인 이곳에서마저도 득표율이 떨어지지 않았나. 세월호 참사 영향이 없진 않지만, 그만큼 정 전 의원이 지역을 위해 한 일이 없다”면서 “정 전 의원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없다. 오히려 (의원직 사퇴가) 잘 됐다”고 말했다.

40대 후반 여성 B씨도 정 전 의원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정 전 의원이 처음 이곳에 출마할 때까지만 해도 힘 있는 후보라 생각하고 기대가 컸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뉴타운을 뻥쳐서 당선됐고, 아슬아슬 했던 두 번째 도전에선 김연아 선수의 이름을 팔아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전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동작을에 출마해 사당역 앞에서 유세를 펼치던 중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작·사당 뉴타운 추가 지정을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의한 것처럼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에선 정 전 의원 측이 김연아 선수가 ‘흑석동 사람’이라고 강조한 뒤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남성초등학교 지하를 파서 김연아 선수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는 게 지역민들의 설명이다. 선거 당시 설계도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현대개발 사무실이 지역 내 마련됐으나 두 세 달 만에 없어졌다는 후문도 나온다.

때문에 정 전 의원을 지지하는 지역민들도 핀잔을 받기 일쑤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 지역민은 기자에게 “뼛골까지 여당인 사람이 재산세 200억원 이상을 냈다며 정 전 의원을 두둔하길래 업적을 자랑해야지 오죽 자랑하게 없으면 내야 할 세금 낸 것을 가지고 자랑을 하느냐며 한소리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인물론 경쟁에 피로감 호소

결국 정 전 의원은 동작을에서 쓸쓸하게 퇴장해야 했다. 과거 두 차례 총선에서 옛 민주당 후보인 정동영·이계안 전 의원을 연이어 꺾었던 그는 직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 더 뼈아픈 사실은 지역구에서조차 박원순 서울시장보다 득표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 개표 결과, 정 전 의원은 동작을에서 39.2%의 득표율을 얻은 반면 경쟁자였던 박 시장은 이보다 20.8P가 높은 60.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 전 의원에 대한 실망은 ‘인물론’에 대한 회의감으로 나타났다. 그간 동작을 지역민들은 출마 후보자들의 ‘공약’ 보다는 ‘인물’에 좌지우지 돼왔던 게 사실. 때문에 동작을은 ‘철새’ 정치인들이 발판 삼기 쉬운 지역으로 꼽혔으나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론’ 경쟁으로 “이제는 지쳤다”고 토로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사당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D씨는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선거가 끝나면 지역 발전은 나몰라라한다. 30년 전부터 이곳을 지켜왔지만 그동안 변한 것이라곤 도로 하나 생긴 것 외엔 없다”면서 “기왕이면 오래도록 지역을 지켜왔고, 또 앞으로도 지역을 지킬 사람이 당선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지역 일꾼론’이다. 동작구에서 28년간 몸담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허동준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워낙 쟁쟁한 후보들이 출마를 노리고 있어 공천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동작을 지역민들은 오는 7·30 재보선에서 야권 후보의 승리를 점치면서도 ‘김문수 등판론’에 주목했다. 흠집 없는 후보에다 3선 의원과 경기지사 재선으로 정무는 물론 행정 능력까지 갖춘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야권 후보로 누가 나서느냐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지역민들이 가장 호감을 보인 인사는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야권 후보의 승리를 점치면서도 “김 지사라면 대결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특별한 약점이 없고, 둘째 3선의 의정활동으로 정무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셋째 8년의 경기지사 업무 수행으로 행정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것이다.

야권 후보들은 조금씩 미흡했다.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바 있는 이계안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가장 적합한 후보로 꼽혔지만, 지역 내 배신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을 버리고 서울시장 출마를 했던 게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직전 총선에서 정몽준 전 의원과 6%P 격차로 패했다는 점이다.

◇ 정동영, 눈물의 호소에도 낙선

이 최고위원과 함께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도 유력 후보로 내다봤으나 “정당이 약하다”는 점이 고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다른 인물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김두관 전 지사의 경우 “경남권에선 통했을지 몰라도 서울은 미지수”라고 해석했다.

야권 후보 중 점수가 가장 낮았던 인사는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말 한마디에 인심을 잃었다”는 것. 노인비하 발언이 아직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2008년 총선 당시 정 고문의 마지막 유세지였던 남성역에서 그를 지켜봤다던 F씨는 “눈물로 호소하는 정 고문의 모습을 보고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때만 해도 정말 정 고문이 당선되는 줄 알았는데, 결과는 정몽준 전 의원의 승리였다. 이후 정 고문이 다시 한 번 더 도전했더라면 당선됐을지 모를 일이나 다음 총선에선 강남으로 출마하지 않았나. 철새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동작을 출마를 선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의 경우 “아버지의 연고가 상도동이니 출마할 수도 있다지만, 야당으로 출마한다는 것은 너무 뜬금없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 소속 이혜훈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선 출마는 물론 당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나 전 의원의 경우 “이쁘고 똑똑한 이미지” 덕분에 남성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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