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6월~2014년 5월 까지 퇴직공직자 재취업 심사결과 통계, 취업가능과 승인이 87%고 취업제한과 불승인은 13%에 그쳤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난 2013년 6월부터 올 5월까지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심사 결과 전체 267건 중 취업제한은 불과 35건으로 13%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위크>가 '퇴직공직자 재취업 심사결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1년 동안 전체 267건 중 취업이 가능하다고 나온 결정은 232건이고 취업을 제한하는 결정은 35건에 그쳤다. 해당 자료에는 변호사.세무사.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을 갖고 유관기관에 취업한 경우는 제외된 상태다.

대통령실․대통령비서실 등 청와대 출신 공직자와 국정원․대검찰청 같은 이른바 ‘힘있는 기관’ 출신 공직자 40명 전원이 대부분 임원급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동안 가장 많은 퇴직공직자를 채용한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가 30명으로 1위였고, 현대차그룹 계열사(14명), 한화 계열사(9명), 대한항공(7명) 순이었다.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결과 취업제한의 비율이 13%에 그친 이유는 ‘예외조항’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업무관련성이 있으면 취업이 제한되나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 취업을 승인할 수 있다. 문제는 예외가 폭넓게 인정된다는 것이다.

▲ 퇴직공직자가 재취업한 기업순위, 삼성이 1년간 30명으로 가장 많이 채용했으며 현대차, 한화, 대한항공 순이었다.

공직자 윤리법 34조 3항은 예외사항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혹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사기업체 등의 경영개선을 위하여’ 등 다소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예외규정이 폭넓게 인정돼 취업심사 결과에서도 불과 13%만이 취업제한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는 ‘자기 자신을 감시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나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때문에 안전행정부가 취업제한 기업을 1만개 이상으로 확대했음에도 이와같은 조치가 관피아 척결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어지 공직자 윤리위 심사결과를 무시하고 재취업을 해도 이를 처벌할 벌칙규정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2008년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A씨는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제한결정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재취업을 강행했다. 이 사실은 2012년 감사원의 감사결과 적발됐지만 벌금 300만원을 내는 것으로 끝났다. 비록 이번 개정으로 과태료가 1,0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지만, 여전히 과태료 부과액이 적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쭉 제기돼 왔다.

또 취업제한 결정을 받더라도 행정소송을 제기해 퇴직공직자가 승소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공직자 윤리법만으로는 관피아 척결과 국가개조가 어렵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25일부터 안전행정부는 개정된 공직자 윤리법 시행령을 적용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취업제한 대상이 3배 이상 확대되고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이 넓어진다. 그러나 시행령의 개정으로 더 많은 퇴직공직자가 취업심사를 거치게 될 뿐, 관피아 척결의 실효성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고 민관유착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모든 구성원이 절감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도 ‘관피아’ 척결과 국가개조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지금 관피아 척결을 위한 입법과 엄정한 심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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