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계 주민 우병담 씨가 제공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내부 설비 사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장 건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5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한 말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6월 불거진 페놀 유출 사고의 원인을 “부등침하로 인한 파이프 균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교수는 포스코가 밝힌 유출 원인을 부정하며 이처럼 주장했다.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페놀과 TPH, 벤젠, 크실렌, 톨루엔 등이 다량 유출된 강원도 강릉시 옥계. 이곳에서 만난 옥계 주민 우병담 씨가 건넨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옥계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유출 사고 이후 옥계주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내며 조사에 참여했고, 또 홀로 직접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 우병담 씨는 “온갖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공장 내 설비에서 누수현상이 심각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씨가 보여준 사진엔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내부 시설들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설들은 온통 오염물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심지어 오염물질이 설비 바깥으로 흘러내려 흥건한 모습도 포착됐다. 우씨는 “온갖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공장 내 설비에서 누수현상이 심각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박 교수의 주장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우씨는 “공장 건물 내부에서 흘러내린 오염물질들이 바닥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장 아래는 사실상 오염물질 탱크로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옥계 주민 우병담 씨가 제공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내부 설비 사진.
▲ 옥계 주민 우병담 씨가 제공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내부 설비 사진.
▲ 옥계 주민 우병담 씨가 제공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내부 설비 사진.
▲ 옥계 주민 우병담 씨가 제공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내부 설비 사진.

실제로 옥계주민대책위원회와 포스코가 시료 채취 검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은 공장건물 주변으로 나타났다. 공장 건물 아래는 아예 조사조차 할 수 없었지만, 박 교수와 우씨는 공장 건물 아래의 오염이 가장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포스코가 유출 원인으로 지목한 파이프 균열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공장 건물 내부에서 페놀 등 각종 독성 오염물질들이 토양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스며든 독성 오염물질들이 주수천 교량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는 게 박 교수와 우씨의 분석이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시사위크>의 취재를 거부했다.

 

▲ 포스코 페놀 유출 관련 시료 채취 검사 사진. 1번은 오염이 없는 곳, 2번은 오염이 깊지 않은 곳의 시료 채취 결과다. 이에 반해 맨 아래 3번은 온통 검은 오염물질이 검출된 것을 볼 수 있다. 우병담 씨는 “공장 건물 내부에서 흘러내린 오염물질들이 바닥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장 건물에서 가까운 곳이 오염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독성 오염물질 유출 여부를 떠나더라도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 내부 사진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인 포스코의 공장이 오염물질 관리에 너무나 허술한 민낯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옥계주민대책위원장 역시 “조사 때 공장 내부에 들어갔는데, 설비들이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라 그런지 완전히 재래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술한 설비는 고약한 악취도 유발했다. 주민들은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이 가동된 이후 악취와 두통, 메스꺼움 등을 호소했다. 특히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바람이 불 때면 마을 전체가 악취에 휩싸였다. 대책위원장은 “악취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자 포스코는 몇 차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지만 나아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 엠텍 관계자는 “국내에 마그네슘 제련 설비가 없어 중국에서 들여왔다. 재래식이라는 표현은 조금 무리가 있지만, 악취 문제 등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비를 꾸준히 개선해왔다”고 밝혔다.

우씨는 지난해 6월 교량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페놀 등 오염물질이 발견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때 드러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독성 오염물질이 계속 땅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씨는 “포스코 공장이 가동된 지 6개월 만에 사고가 터졌다. 옥계에게 포스코는 대재앙이나 다름없다.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설비 관리와 환경의식을 보면 정말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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