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신장섭 교수와의 대화록 형태 책 출간”
구제금융 당시 대우의 자산 등 ‘숫자’ 구체적 언급, 해체과정 실체 다룰 예정
대우그룹 해체과정 둘러싼 또 다른 진실 드러날 지 귀추 주목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5년만에 또 한 번 책을 낸다. 이 책에서는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 대한 실체가 보다 자세히 다뤄질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은 지난 2012년 3월 22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2년 대우인회 정기총회 및 대우창립 45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 대해 직접 털어놓는다. 이달 중 출판될 책을 통해서다.

조선비즈는 보도를 통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와의 대담 내용을 토대로 한 회고록을 이달 중 출판할 예정”이라면서 “회고록의 제목이 김우중 전 회장의 자서전 제목을 본떠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로 정해졌고, 최종 출판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책은 1989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김영사)’ 이후 25년 만이다.

◇ 25년 만에 그가 풀어놓을 이야기는?

실제 상당수 대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달 중 김우중 전 회장의 ‘얘기’가 담긴 책이 출간된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면 과거 자서전 형태의 회고록이 아니라, 대화록에 가깝다는 게 대우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우그룹 출신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대화록 형태”이라면서 “신장섭 교수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진행된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보면 된다. 김우중 전 회장의 본인 주장을 다룬다기 보다, 신 교수 (사안사안에 대한)질문에 대한 ‘답변’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책에는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 대한 ‘실체’가 구체적으로 언급될 예정이다.

김우중 전 회장의 최측근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책에서는 구제금융 당시 대우의 자산 등 ‘숫자’를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까지 대우그룹 해체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볼 시점이 됐다. 그동안 대우 해체와 관련돼 상당수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 있지만, 이번 책에선 ‘실질적 내막은 이렇다’는 요지로 자산․부채 등 당시 상황을 드러낼 구체적인 ‘숫자’가 거론된다.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다른, 보다 진실에 가까운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대우그룹은 1999년 해체된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란이 여전하다. 대우그룹 해체가 해외 진출과정에서의 무리한 차입 경영 탓인지, 대우에 대한 정부의 워크아웃(정책)이 옳았는지를 놓고서 여전히 갑론을박이 뜨거운 것이다.

실제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당시 금감위원장)는 2012년 출간한 회고록 ‘위기를 쏘다’에서 “대우가 해체된 것은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대우는 구조조정에도 소극적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우 측은 “대우의 잘못보다 당시 정책에 실패한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대우그룹 창립 45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2년 출간된 에세이집 ‘대우는 왜?’ 서문을 통해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때문에 대우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이한구 전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은 “대우의 해체는 대우의 잘못보다 당시 정책에 실패한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말만 쫓아 국익을 무시했던 DJ 정부 당국자들이 김우중 회장이나 대우그룹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려 할 때 너무 안타까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만약 김우중 전 회장이 이번 책을 통해 당시의 정확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한다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 김우중 복귀설, 측근들 “그럴 일 없다”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세간의 관심을 모은 김우중 전 회장의 추징금에 대한 문제는 책에서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사안인데다, 자칫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우중 전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출간함에 따라 이를 경영 재기설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우맨’들은 하나같이 “그럴 일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중 전 회장을 오랜 시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한 대우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장님이 경영복귀나 재기설은 불가한 일”이라면서 “이 책은 단지 김우중 회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다. 책 출간을 재기로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상당히 잘못 짚은 것이다. 회장님은 이 책을 통해 본인의 거취와, 향후 어떻게 살아갈 것이고, 또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 그 이상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우중 전 회장은 기업가정신을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창업 1세대”라면서 “우리사회가 무슨 기준을 갖고 있고, 또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 뿐이다. 대한민국 근대화시기에 세계무대를 향해 개척해 나간 분으로써, 대한민국 경제에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지만 재기설이 현실로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측근들에 따르면 김우중 전 회장은 베트남과 국내를 오가며 청년 사업가를 양성하는 등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해마다 참석해오던 대우그룹 창립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때 건강악화설이 불거지긴 했으나 김우중 전 회장의 측근은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김우중 전 회장은 책 출판과 관련해 모든 사안을 극비리에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출판을 담당할 출판사는 물론 목차와 내용 등 모두 비밀에 부쳐졌다. 이달 중으로 출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과연 25년만에 다시 털어놓는 김우중 전 회장의 ‘얘기’는 무엇일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1967년 설립된 대우실업(주)이 모체가 되어 성장한 대우그룹은 1970년대 경제성장 및 수출호조에 따른 비약적인 발전, 그리고 정부 주도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단기간에 대한민국 최대기업으로서 성장을 이루게 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동유럽 및 신흥시장 개척을 추진해 왔고,1993년 세계경영에 나서면서 고속성장을 거듭하였으나, 1997년 외환위기와 맞물려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1999년 워크아웃을 맞아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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